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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재 Mar 05. 2021

제주 청초밭-편견 없는 작은 세상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 주는 곳

제주도 동쪽 중산간에서 '청초밭'이라고 있다.

한자 그대로, '靑: 푸를 청,  草: 풀 초 = 푸른 풀들이 있는 곳이다.'

이 곳이 좋은 이유는, 자연과 동물과 자연순환농법을 꾸밈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접할 수 있어서이다.

야생에 가까운 자연 그대로의 생태환경이라는 표현이 참 적절하다.

제주 청초밭을 단어화 한다면, 

솔직함-다양함-자유로움


청초밭은 270만평의 넓은 부지에 국내 최대 유기농 축산농장이라고 한다.

이 곳에는 한우, 젖소, 오리, 닭, 거위, 토끼, 흑염소, 흑돼지, 앵무새들이 살고 있고, 억새밭, 삼나무길, 동백꽃길 등의 산책로가 있다. 워낙 부지가 넓다 보니, 전기차를 이용해서 둘러볼 수도 있고 작은 놀이터와 카페도 운영하고 있어서 놀다가 허기가 지면, 이 밭에서 난 깨끗한 재료(우유, 소고기, 당근, 무 등)로 만든 음식을 먹을 수가 있다.


보통 동물이 있는 곳에 가면 마음이 불편해서 오래 머물지 못했었다. 우선 갇혀있는 답답함과 많은 사람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서 예민한 모습때문이였다. 

그런데 이 곳에서는 편안하게 오랜 시간을 있을 수가 있다. 


굉장히 많은 수의 닭들과 거위들이 모두 편안하게 길을 거닐고 있다. 숲 여기 저기 무리를 지어 있기도 하고, 흙탕물이 있는 곳에 모여서 놀기도 하고, 먹이를 주는 사람들에게 다가오기도 하고 자유로워보여서 좋다. 

큰 닭들이 싸우는 모습도 보고, 무리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유유자적 산책을 즐기는 닭도 보고, 뱃속에 새끼를 담고 있는 흑염소의 불룩한 배도 보고, 로보트 눈같이 생긴 염소의 눈동자와 초고속으로 풀잎을 씹어먹는 염소의 작은 입도 자세히 관찰할 수가 있다. 

목욕하는 거위/수확후 남은 감자찾는 흑돼지/ 닭싸움

사실, 나는 앵무새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나의 선호도가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의 차원에서 앵무새가 있는 곳을 가 보았다. 그런데 앵무새가 해바라기씨를 부리로 껍질 벗기며 먹는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기특해서 한참을 있었다. 나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였다. (이럴 때는 기분 좋아지는 호르몬 도파민과 세로토닌들이 쏟아지는게 느껴진다. )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영상후 세로토닌 호르몬이 분비될 예정^^

젖소들이 우유짜러 줄서서 착유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관계자분께서 일반 마트에서 표기하는 무항생제 의미에 대해서, 내가 먹는게 어떤 건지 정확히 알고 먹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평소에 궁금했던 질문들에 대해 친절히 대답해 주신다.

억새 미로밭을 지나고, 수작업으로 만든 소박한 놀이기구에서 놀다가  동백꽃 길을 걸어가다보면 탈출한 토끼나 닭을 만나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이 가능한 것은 청초밭은 자연순환농법을 실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순환농법이란?                                                                                                        
농작물과 축산을 병행하며 유기 땅에서 유기 작물을 재배하고 그 작물을 유기 가축이 먹고 가축의 배설물을 다시 유기 퇴비로 사용하여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순환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농법


아기토끼가 있는 곳도 살짝 들어가서 가까이 볼 수도 있고 만져볼 수도 있고, 먹이(이 곳에서 자란 당근, 무순, 풀잎들) 를 줄 수도 있는데, 아이와 나는 가만히 앉아서 아기토끼들이 노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서 한참을 그렇게 있다 오기도 한다.

 눈이 빨간 토끼, 다리 한 쪽이 짧아서 뛰기가 불편한 토끼, 귀가 너무 커서 축 쳐져 앞이 잘 안보이는 토끼, 모든 먹이를 혼자 차지하려는 이기적인 토끼, 사람의 무릎위가 편한지 올라오는 애교많은 토끼, 정신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먹지도 못하는 예민한 토끼,...... 

이렇게 다양하게 다른 토끼를 보면서 관찰하는 것은 아이들이 앞으로 만날 다양한 사람에 대한 이해심과 포용력을 키우게 된다.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이 있는데 '정상'이라는 기준은 지극히도 개인적이기 때문에 어릴적부터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그 모습들이 다 다른것이지 잘못된 것, 이상한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지 않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다양한 나무와 꽃을 만지고, 동물들을 가까이서 바라보고, 여러 냄새와 소리를 만나는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한다. 그 안에서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고 생각을 넓히고 자신만의 의견을 조합하게 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작은 존재도 아끼고 작은 것에 감사하며 자라기를
본인은 청초밭과 전혀 관계가 없으며 개인적인 느낌과 의견임을 참고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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