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큐슈에 도착한 첫 날
2023년 올해 봄에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꼭 가겠다 선언하고 열심히 찾아보았다. 미국에서 꽤나 오래 살고 온 나지만 막상 다시 한 달 이상을 떠나려니 멀리 마음이 불편했고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살아 보고 싶었던 일본 안에서 레지던시를 찾게 되었다.
구글을 통해 아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검색했고 그중 여러 곳을 지원하였는데 가장 빠르게 연락이 온 곳이 바로 이 ARTS ITOYA이다.
북규슈에 위치해있어 사실상 이곳에 오기 전 난 여기가 후쿠오카라고 굳게 생각했지만, 막상 와보니 후쿠오카와 약 한 시간 기차로 떨어져 있는 그냥 작은 규슈의 소도시이다. '다케오 온센'이라는 역에 위치해있는데 온천 마을이다.
2023년 11월부터 12월 말까지 이곳에 작업을 위해 머무르게 되었고 더불어 12월 말에는 작은 쇼케이스도 함께 준비하여 선보인다.
일단... 두 달 치 짐을 야무지게 25kg에 맞추어 캐리어에 쌌고 제주항공을 이용해 약 40만 원 내고 비행기로 후쿠오카 공항에 왔다.
서울과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 것 같았다. 엄청 가까운 거리인데도 무슨 짐을 이렇게 많이 싸가지고 왔는지. (한국에 안 들어가겠다는 마음이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하카타로 이동했다. 한 5 - 10분? 정도 버스를 타고 이동하니 금방 하카타역에 도착을 했고 JR 북규슈 라인인 다케오 온 셈에 가기 위해 표를 구매했다. (편도 약 3000엔 정도)
미도리 익스프레스를 이용했다.
다케오 온센역에 익스프레스로 오니 약 60-70분 정도가 소요된 것 같았다. 두근두근. 짐을 이끌고 다케오 온센역으로 나오니 역에서는 관광 안내표가 맞이해주었다. 무려 한국어로 규슈 올레 다케오 코스라니! 멋지다. 내가 두 달 동안 올레 코스를 가볼까?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아무튼 올레 코스가 있다는 것은 일단 알겠다. 제주 올레코스와 협업하여 만든 코스 같은데 어디선가의 애국이 차오른다.
다케오 온센은 온천 이외에도 도서관과 녹나무가 유명하다. 녹나무는 인연에 관련된 것을 빌러 온다고 하니 나도 느긋할 때 방문해 봐야겠다.
사실 지도로 보면 매우 작아 보이는 지도지만, 실제로는 저 모든 곳을 가기엔 자전거나 걷기로는 무리다. 역 앞에 도보 30초 거리에 도요타 렌터카가 있으니 이용해 봐야겠다. 온천은 당일 이용도 가능하니까 주 1-2회는 이용해보려한다.
호스트인 히로의 안내를 받고 집으로 이동했다. 집 안의 내부 사진인 전부 찍지 못했지만 내가 머무르게 될 공간의 사진이다. 거실은 다다미로 꾸며져있고 일본 고택이라 그런지 약간 삐그덕 소리가 난다. 아무렴 잠만 벌레 없이 잘 자면 되겠지! 간단한 책상과 수납장 그리고 수건을 제공한다. 나는 약간 깔끔을 떠는 사람이기에 한국에서 직접 빨래한 수건과 베갯니를 가져왔다. 아트 이토야 숙소에는 세탁기도 구비되어 있다.
추위를 정말 많이 타는지라 한국에서 전기장판을 가져왔는데 음. 호환이 되질 않는다. 실패.
그래도 침대 머리 위에서 에어컨디셔너 (한국어로 단어가 뭔지 잘 모르겠다.) 냉, 온풍기 겸용의 기기가 있어 조금 건조하지만 머무는 동안은 잘 사용해 봐야겠다.
아트 이토야의 호스트 히로는 내게 전기 자전거를 알려주었다. 한국에서 꽤나 씽씽이와 킥고잉 전기 자전거를 애용했는데, 일본의 전기 자전거는 사뭇 다르다. 도착한 첫날은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길을 건널 때에 보통 신호등 옆의 노란 버튼을 눌러 길을 건너겠단 의미로 쓰는데 처음에는 한자를 읽을 줄 몰라서 바뀌지 않는 횡단보도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버튼을 누르면 화면 '오마치쿠다사이' 라는 잠시 기다리세요란 안내가 뜬다.
동네는 한적했고 로컬에서 작업하는 환경이기에 슈퍼마켓에 구경을 가보았다.
슈퍼마켓에 없는 게 없겠지?하는 마음으로 방문한 다케오 온센역의 로컬 슈퍼마켓.
생각보다 한국과 물가가 비슷한 듯, 조금 더 저렴하게 느껴진 부분도 있었다. 도시락 부분도 매우 잘 되어있어 밥 굶을 일은 없을 것 같다. 나는 이날 유부초밥 두 개와 초밥 을 구매해 집에서 먹었다. 마트는 숙소와 거리가 좀 있어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게 이득이다. 자전거로 한 5분 -8분 거리인데 사실상 밤에 돌아다니기엔 굉장히 어두워 자전거로 조명 불을 키며 다니는 것이 안전하다.
초밥 도시락의 맛은 별 세개 반.
슈퍼마켓을 대충 구경하고 다케오 온센역 부근의 다케오 도서관에 갔다. 한국에서부터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에 배고픈 마음에 급히 스타벅스로 달려가 딸기 메리 크림 프라푸치노 어쩌고를 시키고 5분 만에 흡입을 했다. 직원들은 매우 친절 또 친절했고 도서관에 와이파이가 잘 터져 기분이 좋았다. 도서관 사진은 촬영이 불가라, 일부 가능한 스팟에서만 사진을 촬영해야 했는데, 나는 잠시 힘이 없었으므로 내 음료만 찍었다.
맛이 기분 좋았던 음료.
첫날은 이렇게 정신없이 흘러갔다.
사실 그렇게 정신없지도 않았지만! 다른 해외 작가들과 인사도 하고 짐도 풀고 동네 분위기도 익히려니 온몸이 아파 일찍이 잠들었다.
아트 이토야 다른 날들도 ABC에 나누어 업로드해야겠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