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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Nov 20. 2020

구글이 인앱결제 하려는 진짜 이유

디지털 식민지의 민낯 그리고 물고 물리는 플랫폼 지주 - 소작농

"'결제수단'과 '결제시스템'은 다르다"…매년 급증하는 환불·민원, 유지보수비용 부담

국내 앱마켓 매출액 구글플레이 5조 9996억원…전체 63.4% 점유율

시장지배력으로 새로운 이용자 찾는 대신 콘텐츠 수수료↑ 수익 창출

디지털 식민지의 민낯…"시장 구조 변하지 않는 한 플랫폼 횡포는 계속될 것"

구글·애플만 갑질? 물고 물리는 플랫폼 지주와 소작농


(사진=연합뉴스)

구글이 내년 1월부터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팔리는 모든 앱과 콘텐츠 결제 금액에 30% 수수료를 확대 적용하기로 발표하면서 관련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인구 5천만의 한반도 저항은 글로벌 공룡 구글에 어떠한 위협도 되지 않습니다. 국내 앱 마켓 매출 중 구글플레이 비중이 70%를 상회하는 데다, 유능한 개발자 및 콘텐츠 창작자가 많은 IT 강국 코리아가 구글플레이를 통하지 않고선 글로벌 진출이 힘들 것으로 생각할테죠.


구글의 인앱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구글은 처음부터 폐쇄형 운영체제(OS)를 고집해 온 애플과 달리, 개방형 OS임을 자랑하며 안드로이드에서 다른 앱 마켓을 허용하고 애플보다 저렴한 수수료로 기회를 제공했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구글이 주장하는 개방성은 창작자에겐 실질적으로는 보장되지 않습니다. 누구나 앱 마켓을 만들어서 구글 플레이와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죠. 구글은 어쨌든 그동안 개방적 정책을 표방하며 시장 내 지위를 확보했고, 객관적 기준과 근거가 없는 정책변경을 통해 폐쇄 전략을 집행하려 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간 놓치고 지냈는지도 모릅니다. 멋진 게임 앱을 만들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창작하면 글로벌 사업자가 되는 줄 알았지만, 구글의 세입자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것을요.


구글 플레이에 몸담으면서 자신만의 콘텐츠로 수많은 다운로드 수와 조회 수를 기록했지만, 구글의 광대한 농장의 작은 구역 하나를 빌려 농사를 짓는 소작농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운명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습니다.




◇구글은 왜 이제 와서 인앱결제를 강제하려 할까요?


(사진=연합뉴스)


구글은 인앱결제 근거 중 하나로 "'결제시스템'과 '결제수단'은 다르다"는 이유를 댑니다.


구글 정책 변경을 밝힌 지난 9월 29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퍼니마 코치카(Purnima Kochikar) 구글플레이 글로벌 게임 및 앱 비즈니스 개발 총괄은 "오해가 있는데"라며 입을 열었습니다.


"구글플레이는 결제시스템이고 결제수단은 신용카드, 페이코, 카카오페이 등"이라면서 "구글은 결제수단을 제한하지 않아 신용카드든, 직불카드든, 페이코든 모두 사용할 수 있고 개발사들도 다양한 결제수단으로 개발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인앱 결제로 단일 에코시스템에서 결제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좀 더 쉽게 간편한 정보를 제공하며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덧붙였는데요,


즉 개발자와 유저에게 혼란을 주지 않도록 △구글플레이 내 발생하는 모든 구매 모니터링 △앱 및 게임 내 지출을 관리할 수 있는 예산 도구 제공 △가족 구성원 구매 확인 및 감독하는 가족 결제 방식 지원 △정기 구독 시, 요금 청구를 속이는 악의적 개발자의 구독 사기 방지 △제품 및 상품 결제·환불 체계적 지원 등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구글플레이 결제시스템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강조합니다. 또 이러한 수수료를 통해 구글플레이는 개발 툴 제공 등의 재투자가 이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해, 구글이 자사 인앱 결제 시스템을 강행하는 것은 '앱 마켓 내에서 결제와 관련한 민원 급증'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그동안 구글 플레이에서 앱을 내려받고 가상 재화를 구매했는데 정작 사용할 수 없거나, 중복 결제되면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죠.


실제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구글 플레이스토어 결제 관련 민원은 2017년 85만 3164건에 달하면서 전년 대비 43%나 급증하는 등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내만 해도 이 정돈데, 글로벌에서 제기되는 민원 숫자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구글플레이에서의 가장 많은 불만은 정기구독 서비스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처럼 월 단위로 구독하는 서비스 말이죠. 이런 데야 워낙 글로벌 기업이니 상관없지만, 각국에 크고 작은 e북, 음원, 동영상 스트리밍 등


"정기 구독 앱 개발사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결제 시스템이나 외부의 공신력 없는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곧 비용 문제로 이어집니다. 구글플레이에 올라오는 비게임 앱들이 각기 다른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면 구글 입장에선 유지, 보수, 관리를 위한 인력과 비용, 시간을 들여야만 합니다. 결국 인앱결제 시스템으로 통일하면 구글은 이같은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인앱결제·수수료 30% 현실화되면 어떻게 될까요?


(사진=연합뉴스)

결국 집주인이 계산이 어렵고 자꾸 오류가 나니까 결제시스템을 하나로 일괄 통일하면서 집세마저 올리는 격입니다. 결제시스템과 결제수단은 '개념적'으로는 다르지만, 실제로는 구글플레이의 결제수단과 결제시스템을 동일하게 만든 셈이다.


그러나 개발사들은 결제수단부터 제한을 받습니다. 국내 업계에서는 비용을 들여 자체 구축한 결제 시스템을 구글 인앱 결제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도 번거로운데다 안 내던 수수료까지 내야 하니 부담이 배로 급증하는 것이고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특히, 구글 인앱결제는 삼성·카카오·네이버페이에 등록된 카드 정보를 다시 한번 더 인앱결제 시스템으로 넣어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인데요, 예를 들어 구글플레이 앱 내에서 결제를 강제하고 현재 구글 플레이에서 다운받았던 네이버 웹툰 쿠키 결제나 네이버 페이 결제 등은 못쓰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 구글은 내년 1월 20일 이후 적용되는 공지를 통해 '구글플레이에서 앱과 다운로드 항목에 요금을 청구하려는 개발자는 결제수단으로 구글플레이 결제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가장 큰 우려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로 앱 소비자 가격이 인상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멜론 스트리밍 30일권은 구글플레이에서는 1만 2540원이나 애플스토어에선 1만 5천원입니다. 매달 약 2500원을 내야 합니다. 스마트폰에 깔린 유료 앱 서너 개만 따져도 매달 내야 하는 금액이 최소 1만원은 더 증가하는 셈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구글이 지배적인 앱 마켓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이용자를 찾는 수익구조 대신에 기존 이용자들에게서 콘텐츠 수수료를 높여 수익을 창출하려는 것으로 분석합니다.


앱 마켓이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돈은 막대합니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빅3 게임업체가 구글과 애플에 낸 수수료만 지난해 1조 5천억 원에 달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가 발간한 '2019 모바일 콘텐츠 산업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앱마켓별 매출액 현황에서 구글플레이는 5조 9996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체 63.4%의 점유율에 해당됩니다. 애플앱스토어 24.4%(2조 3086억 매출)나 원스토어 11.2%(1조 561억 매출)보다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비게임 앱까지 수수료 적용을 확대하면 구글이 국내에서 벌어가는 매출은 이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업 부담은 소비자에게" 디지털 식민지 민낯…물고 물리는 플랫폼 지주-소작농


(사진=연합뉴스)


구글이 이렇게 자신만만할 수 있는 이유. 애플과 구글의 모바일 플랫폼 독점체제에서 경쟁이 없기 때문입니다

. 이는 결국 국내 플랫폼 기업에 '악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은 거의 100%이고 디지털 생태계 내 부익부 빈익빈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국내 인터넷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지난 8월 말에 열린 세미나에서 박성순 배재대학교 교수는 "시장구조가 변하지 않으면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할 것이며 결국 전반적인 콘텐츠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후생 감소와 개발자 혁신 저해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도 "해외사업자 규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라며 "우리 국민과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꾸준하게 규제 기조를 이어가고 있음을 해외 사업자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모두가 "이러다가 한국이 디지털 식민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쏟아냈습니다. 국내 굴지의 인터넷 업체일지라도, 글로벌 플랫폼을 장악한 구글과 애플 앞에선 '그저 소작농'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한 인터넷 업체 관계자는 "양사의 가이드라인을 거슬렀다가는 앱 심사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바짝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단순히 소작(小作)하는 처지로 보긴 어렵습니다. 네이버를 예로 들면 검색 시장에서의 압도적 지배력을 바탕으로 뉴스 유통 시장을 장악했고, 최근 쇼핑·금융·콘텐츠 등으로 플랫폼의 영토를 야심 차게 넓히고 있다. 카카오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모빌리티·게임·쇼핑 등을 넘어 서비스 구독·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일부 인터넷 업체들의 독과점 논란은 거셉니다. 네이버는 자동차 보험을 비교·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으려다가 높은 수수료율 등에 보험업계가 반발하면서 좌초 위기에 내몰린 것이 그 단면입니다. 한 대형 핀테크 업체 대표는 "기존 금융사들이 인터넷 플랫폼에 영영 종속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카카오 역시 택시·대리기사 등 많은 서비스가 안착됐으나 '문어발식 확장'과 '독점'이란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신셉니다.


구글 인앱결제 정책이 시행되면 당장 생사기로에 놓이게 되는 소규모 창작자와 개발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당장 글로벌 업체로의 종속을 우려하면서도, 국내에선 '상생, 정보의 분배'를 명목으로 또 다른 업계로부터의 종속의 우려를 사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인 겁니다.


웹툰·웹소설·웹드라마 등의 콘텐츠, 쇼핑이나 정기 구독, 청소 대행 서비스 등 사업자가 파트너가 돼 네이버 카카오 플랫폼에 들어오면, 유저들도 모으고 광고업자에게 배너광고도 팔 수 있으니 '상생하는 윈윈 전략'이라고 말합니다. 언뜻 멋진 소리로 들리지만 실은 공동묘지를 쓸고 가는 휘파람 같은 소리일 뿐입니다.


시장지배력이 무서운 이유입니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행은 불공정 행위이고, 관련 산업 종사자의 이해와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라지만, 플랫폼 지배력은 국내부터 해외까지 수많은 디지털 지주와 소작농 관계가 물고 물리며 점점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애플이 중소 규모 개발자에 한해 30% 수수료를 15%로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구글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되긴 합니다. 구글은 애플의 30% 수수료를 마치 기준처럼 삼아 따라가겠다고 밝혔는데. 애플이 이렇게 절반이나 낮추면서 구글의 정책변경 명분이 사라지면서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https://www.nocutnews.co.kr/news/5450342


https://www.youtube.com/channel/UCXQIAmNf2xq809gKk2mOpdg?view_as=subscri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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