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닮아가는 네이버, 그저 플랫폼일 뿐일까
네이버 쇼 "구글이 아마존 하겠다"는 것…CJ 물류확보로 경쟁력 '강화'
아마존 금융업 '박차'… 네이버는 왜 금리 3% 통장을 만들었을까?
아마존이 드라마에 연간 5조 원 투자하는 이유? 네이버-CJ 맞손 효과는?
드론·로봇 개발 주력 "아마존 비전에 인간이 차지할 일자리는 없다"
플랫폼은 발판일 뿐, 아마존 마지막 퍼즐은 오프라인 정복… 네이버는?
"아마존은 물건을 팔아 돈 버는 기업이 아닙니다. 고객의 구매 결정을 도울 때 돈을 버는 기업입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얘기입니다. 미국 가구의 44%는 권총을 소지하고 있고 52%는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초고속 배송 서비스)를 이용한다죠.
아마존의 성공 모델은 모든 기업의 워너비(wanna be)입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시작해 유통, 전자상거래, 물류, 드라마 등 콘텐츠에 이어 예금, 대출 등 금융까지 진출하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아마존과 비슷한 길을 갑니다. CJ그룹과 손잡으면서 영향력은 막강해질 전망입니다. 검색 포털로 시작해 쇼핑, 결제, 금융, 콘텐츠, 이제는 물류까지. 라인이란 글로벌 플랫폼도 있죠. 이제 네이버 없이 살기는 꽤나 불편하고 심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일상에 혁신을 가져온 아마존은 '웃는 얼굴의 파괴자'라 불리기도 합니다. 소비자에게 좋은 것이 언제나 우리 사회에도 좋기만 할지 질문해봐야 할 때라는 신호입니다.
◇ 네이버 쇼핑 "구글이 아마존 하겠다"는 것
국내에선 '배송'하면 '쿠팡'이 로켓처럼 급부상 중입니다. 다만, 배송 이전 구매할 물건을 '검색'하다 보니 네이버의 녹색창은 여전히 굳건합니다.
고객이 네이버에서 기대하는 부분은 '최저가' 그리고 손쉬운 '페이' 결제입니다. 네이버 페이는 선택을 거들뿐. 최저가를 찾았어도 쇼핑몰 회원 가입을 따로 해야 한다면 '뒤로 가기' 버튼으로 손이 갑니다. 개인정보 제공 여부를 두고도 고민에 빠집니다.
플러스 멤버십 가입 시 두둑이 쌓이는 네이버 페이 포인트는 킬링 포인트입니다. 월 4900원. 지난 6월 1일 세상에 나온 네이버의 첫 구독 모델입니다. 아마존 프라임 가격이 월 12.99달러(또는 연 119달러)인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아마존 프라임에는 무료 이틀 배송+영화/드라마+음악+무제한 독서 서비스도 포함됐지만요.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혜택도 상당합니다. 쇼핑할 때마다 결제액의 5%를 페이 포인트로 돌려받습니다. 한 달에 10만 원 네이버에서 결제하면 페이 포인트 5천원이 적립됩니다. 다음 달 구독료는 굳힌 셈입니다. 네이버 장보기 포인트는 결제액의 최대 10%까지 적립됩니다.
◇ 공산품은 네이버, 신선식품은 마켓 컬리?
네이버 쇼핑을 대하던 소비자 인식을 깨버립니다. '상생'을 내세워 전통시장을 연결하던 네이버는 신선식품 배송 경쟁까지 뛰어듭니다. 현대백화점 식품관, GS프레시, 하나로마트 등까지.
한계는 있습니다. 최저가 검색 뒤 고구마는 현백, 사과는 GS, 토마토는 하나로에서 각각 장바구니에 담았더니, 세 군데에서 따로 보냅니다. 무료 배송이 아니라면 배송비가 세배로 불어납니다.
네이버가 따따블 배송비를 마주하는 고객 표정을 몰랐을까요? 그보다도 네이버가 신선식품에 본격 발을 들여놓았다는 점, 전통시장도 꾸준히 네이버에 입점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업계 최저 수수료'라고 늘 강조하고 있는 것도요.
◇ CJ 물류 체인 확보 "네이버 쇼핑, 내일 새벽 7시 도착 보장" 가능할까
네이버가 CJ 콘텐츠·물류 사업 분야에서 지분 맞교환을 통해 제휴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네이버 쇼핑은 국내 온라인 쇼핑 점유율 1위입니다. 올해 예상 거래액은 지난해보다 무려 50% 증가한 30조 3천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늘 배송이 아쉬웠죠. 새벽 배송과 당일 배송을 앞세우는 마켓 컬리, 쿠팡 등에서 뒤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국내 최대 물류회사인 CJ대한통운이 네이버 쇼핑 배송을 맡게 되면 이커머스 판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저가 검색부터 페이 결제·멤버십·포인트 적립 여기에 빠른 배송까지 이어진다면 네이버의 경쟁력은 훨씬 커질 전망입니다.
◇ 아마존 금융업 '박차'… 제로금리 시대, 네이버는 왜 금리 3% 통장을 만들었을까?
네이버는 미래에셋 대우와 함께 네이버 통장을 출시했습니다. 네이버 통장을 개설하면 연 3% 금리를 줍니다.
100만 원까지만 3%가 붙는 아쉬움을 , 네이버 페이 결제금액 3% 추가 적립으로 달래줍니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 통장까지 이용한다면 최대 8%를 적립할 수 있습니다.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의 적립률이 1~2% 수준인 걸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네이버가 지금까지 수집한 고객 검색 패턴과 쇼핑 패턴은 모조리 금융 상품 개발과 효과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카드, 대출 상품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 주식, 네이버 부동산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매력적인 '미끼'가 될 것이고요. 그동안 공짜로 열어봤던 주식·펀드 등 각종 금융 및 부동산 정보는 주식 거래나 부동산 담보 대출 상담으로 얼마든지 확장 가능합니다.
아마존도 금융회사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이미 거래 기업에 50억 달러 이상의 대출을 제공 중입니다. 축적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출자의 신용 위험도 최소화합니다.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금융 서비스업에 본격 진출하면 JP모건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를 합친 가치를 능가할 것이라 관측합니다. 아마존 프라임회원이 아마존 금융의 잠재적인 고객이 되고, 아마존이 인수한 홀푸드마켓 네트워크는 오프라인 지점 운영에 쓰일 전망입니다.
네이버도 입점 소상공인에게 저렴한 금리로 대출하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방식도 아마존과 비슷하네요. 어떤 금융 기관보다 기술력에서 우위에 있는 아마존처럼, 네이버도 AI와 빅데이터, 여기에 각종 금융서비스까지 더한다면, 국내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핀테크 기업이 될 수도 있겠네요. 자산 수익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수많은 콘텐츠·유통·쇼핑·결제 등 각종 서비스가 또다시 네이버로 유입될 것 같습니다.
◇ 아마존이 드라마에 年5조 원 투자하는 이유? "골든글러브상 받으면 신발 더 팔려요"
벌써 10년 전 자체 스튜디오를 설립한 아마존은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었습니다. 현재 아마존 스튜디오즈에서 제작한 영화는 30건이 넘고(국내 개봉작도 10편 정도 됩니다), 드라마 시리즈는 19개나 됩니다. 이 작품들은 골든 글러브, 에미상, 선댄스 영화제 등에서 상을 받거나 주목받고 있습니다.
콘텐츠 투자와 아마존의 상관관계, 아마존 드라마 <The Man in the High Castle>를 예로 들어 말씀드릴게요. 2차 대전에서 독일이 승리한 이후의 역사를 그린이 드라마 한 편으로, 아마존은 신규 프라임 회원 115만 명을 유치했다고 합니다. 115만 명이 연 10만 원씩 내면 1년 매출은 1150억 원입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해당 드라마 매출로 프라임 회원 유치 비용을 따지면 1인당 63달러. 프라임 회원 비용은 119달러입니다.
회원 가입은 쉬우나 탈퇴는 어렵습니다. 기존 일주일 걸리던 배송이 회원이 되면 단 이틀 만에 옵니다. 여기에 무제한 독서, 무제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이런 혜택으로 프라임에 가입하면 아마존에서 돈을 훨씬 많이 쓸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존 회원은 비회원보다 600달러가량 더 쓴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콘텐츠는 엄청나게 훌륭한 투자인 셈입니다.
◇ 네이버 웹툰, tvN에서 본다… 아마존 프라임 따라갈까
네이버와 CJ그룹 지분 맞교환으로 네이버 플랫폼과 CJ ENM, 스튜디오 드래건 등 CJ 콘텐츠 계열사들과의 협력 모델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네이버에는 웹툰과 웹소설, 드라마 등이 있죠. 이들 콘텐츠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CJ ENM에서 드라마를 제작해 방영할 수 있습니다. '미생' , '타인은 지옥이다' 등이 웹툰을 드라마로 제작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네이버로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네이버 멤버십 가입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도 멤버십 회원에게 음악·오디오북·웹툰 등 콘텐츠 이용 쿠키 등을 제공하는 것도 아마존과 상당히 비슷하네요.
이는 조금 전 언급한(검색) 쇼핑→통장·페이→구매·결제 데이터→카드·부동산 대출 등 각종 상품 판매→소상공인 유입(오프라인 흡수) → 검색·쇼핑 등의 연결 고리에 따라 또 순환될 것으로 보입니다.
◇ 드론·로봇 개발 주력 "아마존 비전에 인간이 차지할 일자리는 없다"
<플랫폼 제국의 미래>를 쓴 스콧 갤러웨이 교수는 "아마존의 승리는 다른 많은 것의 패배를 뜻한다. 개별기업뿐 아니라 하나의 산업이 통째 날아갈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가장 빠른 것이 일자리 감소입니다. 지금은 택배 기사의 과로, 낮은 인건비 등이 문제가 되고 있죠. 일자리의 질이 떨어지고 위험성이 드러난다는 것은 "기계나 로봇에 대체되기 쉽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 합니다.
아마존은 이미 드론 배송, 로봇 배송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마존의 물건을 사고 콘텐츠를 향유할수록, 아마존 주식 투자자가 늘수록, 아마존이 그리는 미래는 앞당겨질 것입니다.
현재 아마존의 물류 공장은 정신이 없다고 합니다. 근로자와 배송 물건이 너무 많아서? 로봇만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마존의 비전엔 인간의 일자리는 없습니다.
네이버도 로봇을 만듭니다. ▲ 다양한 서비스로봇 어라운드 시리즈 ▲ 사람과 인터랙션이 자연스러운 로봇팔 앰비 덱스 ▲ 4족 보행 로봇인 MIT 미니 치타 ▲ 매핑 로봇 M1 ▲ 웨어러블 로봇 기술이 들어간 에어 카트 ▲ 아이와의 상호작용을 연구한 쉘리도 있습니다. 딜리버리 로봇, 어라운드 C는 그린팩토리 1층 카페에서 커피와 음료 등을 배달하며 파일럿 테스트도 진행했습니다.
◇ AI·빅데이터·드론·로봇으로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이…"아마존의 목표 배송 시간은?"
네이버는 늘 상생을 내세웁니다. 최근 네이버 수수료가 도마 위에 오르자, 오히려 소상공인들이 네이버 스토어 수수료가 가장 저렴하다고 네이버 편을 들어주더군요. 제가 소상공인 분들을 다 만나보진 못했지만(사실이 아니라면 꼭 메일 보내주세요) 코로나로 인해 더 많은 매장이 네이버로 들어가고, 오프라인보단 처음부터 네이버 온라인 스토어 창업을 노립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무섭게 삼키던 아마존은 2017년 6월 홀푸드마켓을 인수했고, 무인 마켓 '아마존 고'를 확장합니다. 시애틀, 시카고, 뉴욕 등 미국 전역에 오프라인 서점을 열고 있습니다.
기존 마트나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영업을 접목하려 한다면, 아마존은 온라인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활발하게 인수합니다.
아마존은 현재 운송에 가장 큰 비용을 지출 중입니다. 460개의 홀푸드 매장은 아마존 공급망으로 거듭납니다. 아마존 프레시 배송기지이자 온라인 주문 상품 반송 기지이면서도 다른 업체와의 경유지 허브도 됩니다. 오프라인 매장이 늘수록 비용은 획기적으로 줄어듭니다.
아마존이 목표로 하는 가장 빠른 배송은 얼마일까요? 3시간? 1시간? 아마존은 이렇게 대답합니다."당신이 주문하기 전, 집 앞에 도착하는 것입니다"
◇ 플랫폼은 발판일 뿐, 아마존 마지막 퍼즐은 오프라인 정복… 네이버는?
아마존은 AI 스피커 '에코'를 비롯해, 태블릿, 웨어러블 의료기기 '헤일로' 등을 출시하고, 커피, 텀블러, 식품 등 아마존 PB 상품도 아마존 고에서 판매합니다. 아마존 프라임 데이 세일 때는 알렉사 디바이스 세일이 가장 많다고 하죠.
네이버도 오프라인 매장이 있습니다. 네이버 캐릭터 라인 프렌즈의 모든 굿즈가 모여있는 라인 프렌즈 스토어입니다. 네이버도 AI 스피커, 조명 등을 출시하는데요, 소비자에게 친근한 캐릭터로 판매 품목을 확장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이긴 합니다.
미국의 장보기 서비스업체 인스타 카트 대변인은 "아마존은 미국의 모든 슈퍼마켓과 전통 소매점에 전쟁을 선언한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많은 시장 전문가나 학자들도 "아마존의 다양하고 파괴적인 영역 확장은 모든 기업에 두려움을 안겨줄 것"이라 경고합니다.
갤러웨이 교수는 "아마존의 경쟁자는 아마존과 다른 방향으로 변화를 꾀하며 사람에게 투자하는 기업이고, 이들은 인적 자본 투자를 기술 분야 투자와 연결한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기업 리더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최저소득을 지원하도록 하면서 종일 TV나 보게 만드는 억만장자가 아니라, 인간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전망하고 이를 실천하는 리더"라고 지적합니다.
코로나 19 위기에 이커머스는 우리 일상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네이버뿐만 아니라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카카오, 쿠팡 등 기업의 성장에 박수를 보내고, 주가 상승에 기뻐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이런 질문도 던져볼 차례입니다. "우리 아이가 살게 될 세상도 행복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