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돼도 문제, 안돼도 문제…언론사·기자, 소작농 전락하지 않으려면
네이버가 일부 언론사와 함께 구독형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언론사 총 누적 구독자 수가 2천만명이 넘자, 일부 매체는 ‘뉴스를 정기적으로 받아보고 싶다’는 독자의 욕구를 확인했고, "'유료화 실험을 해보고 싶다'는 언론사 요청을 반영했다"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인터넷 시대에 구글은 전기처럼 필수적인 존재라고 믿었고, 구글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가로 구글의 조회 수를 확보하므로 구글과 맺는 관계는 긍정적인 공생관계라고 생각했다" <플랫폼 제국의 미래>를 쓴 스콧 갤러웨이 교수는 당시 구글로 들어간 언론사의 판단이 어리석었다고 비판한다.
이유는 이렇다. 갤러웨이 교수는 “구글은 언론사 콘텐츠를 공짜로 긁어갔고, 그 콘텐츠를 이리저리 쪼개 사용자들에게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파리의 한 호텔을 검색하면, 구글은 파리를 소재로 한 관련 기사를 제시한다. 그 기사 맨 위에는 특정 호텔을 소개하는 구글의 자체 광고가 놓여있다.
이렇게 배열하면 언론사 조회 수가 올라가고 구글은 광고업자들에게 배너광고를 팔 수 있으니 “서로 윈윈이지 않겠냐”는 구글의 노림수에 언론사들은 크게 속았다는 설명이다.
국내 뉴스 생태계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언론사들은 저마다 트래픽 경쟁을 하면서 네이버, 카카오의 검색 알고리즘에 기생하며 살고 있다. 포털 뉴스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네이버는 언론사에 뉴스 '편집권'을 주고 이용자에게는 '구독권'을 주면서 "특정 이슈에 대한 쏠림 현상도 막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기자의 뉴스 생산 방식은 네이버 뉴스 개편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네이버가 ‘많이 본 뉴스’를 폐지했지만 '쏟아내기' 경쟁은 어째 더 치열해졌다.
조회 수를 높이고 트래픽을 유발하기 위해 온종일 기사를 쪼개 쓰고 같은 아이템을 후속으로 내보내기도 한다. 언론사 구독뿐만 아니라, 매체에 따라 '기자 페이지 구독'과 '응원'에 힘을 쏟으란 지령이 떨어지기도 한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언론사가 취재한 기사를 아무리 쏟아내고 기자가 자신의 페이지 구독을 늘리기에 안간힘을 쓰는 이 모든 행위가 '포털 플랫폼' 안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검색엔진을 켜는 동시에 언론사 독자가 현재 무엇을 원하는지, 미래에 무엇을 원할지 정확히 학습한다. 정교한 알고리즘과 수많은 데이터를 가진 만큼 그 학습 능력은 개별 언론사보다 훨씬 뛰어날테다.
언론사가 구독자 수백만명 돌파를 자축하며 샴페인을 터트리는 동안 “포털은 독자를 각 개별 언론사보다 저 정확한 표적으로 삼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긁어가고 있다”며 갤러웨이 교수는 경고한다. 바가지로 퍼주고 국자로 돌려받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와 함께하는 콘텐츠 유료화 실험이, 저널리즘 가치를 지닌 콘텐츠를 헐값에 마구 퍼주는 일은 절대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 같은 포털 뉴스 생태계에선 윈윈을 내세운 상생 전략이라는 것도 포털의 광대한 농장의 작은 구역 하나를 빌려 소작농이 열심히 농사짓는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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