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센트가 제대로 꽂혀있지 않거나 실외기 주변에 짐이 가득해 바람이 시원하지 않은 것을, 고장인 줄 알고 수리 신청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지난달 30일 기자의 집에 방문한 16년 차 엔지니어 우종성 과장은 "본격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사전 점검을 꼭 받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늦었다간 여름 끝날 수도" 에어컨 사전점검 필수…부품 교체 外 출장비·수리비 무료
삼성전자서비스에 따르면 에어컨을 가동 시간이 늘어나는 6월 무렵부터는 AS 요청이 급격히 늘어난다. 성수기에 접어들면, 에어컨 구매나 교체 수요도 늘기 때문에 설치 신청부터 고장 신고까지 증가해, 길면 일주일 넘게 방문 수리가 지연되곤 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는데, 에어컨이 고장난 채 집에서 무더위를 견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올여름은 예년보다 더울 전망이다. 기상청은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월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70%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 위니아에이드 등 제조사들은 '에어컨 사전 점검' 서비스를 지난 3월부터 진행 중이다. 모두 5월 말까지 진행되는데,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이른 더위가 나타나자, 서비스 기간을 6월 14일까지 연장했다.
'에어컨 사전점검'은 고객이 자가점검을 한 뒤 전문가 조치가 필요한 경우 방문서비스를 신청하면 예약 날짜에 엔지니어가 방문한다. 고장에 따른 부품 교체비 외에 출장비나 수리비는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
우 과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고객들이 외부인과 접촉을 꺼리면서 에어컨 사전점검이 예년보다 활발하지 않다"면서 "시간 여유가 있고 무더위가 오기 전에, 반드시 에어컨 이상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사전 점검을 빨리 받아야 불편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더워지기 전 에어컨 꼭 켜보고 '자가진단' 반드시…체크해야 할 것은
우 과장은 집에서 누구나 간단히 할 수 있는 자가진단 법도 소개했다. 무작정 엔지니어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먼저 가동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신청을 요청하는 게 좋다.
에어컨이 켜지지 않는다면 먼저 전원 코드가 잘 꽂혀있는지 확인한다. 전원 코드를 빼고 다른 제품을 꽂아 작동 여부를 체크해본다.
우 과장은 "멀티탭에 다른 코드들과 함께 에어컨 코드를 꽂기도 하는데, 다른 코드와 맞물려 제대로 안 꽂힌 것을 고장났다고 착각하기도 하고, 멀티탭이 고장난 것을, 에어컨 문제로 오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급적이면 멀티탭 대신 벽면 콘센트나 단독으로 꽂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전원 코드가 잘 꽂혀있는데도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차단기를 확인한다. 보통은 지난여름에 사용한 뒤 가을이 되면서 전기를 내려놓는데, 이를 잊어버리고 고장 신고를 하기도 한다. 차단기가 올려져 있다면, 완전히 내린 뒤 다시 올려보고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전원만큼이나 문의가 많은 것이 리모컨 관련한 문제다. 다행히도 리모컨의 경우는 건전지 점검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건전지 부식(불량) 여부를 확인하고, 또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경우엔 반드시 건전지를 빼놓을 것을 당부했다. 액이 흘러나와 리모컨 단자에 붙어 부식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바람이 약하다면 필터 오염을 확인해야 한다. 우 과장은 "2주에 한 번은 필터를 닦을 것"을 권장했다.
필터는 틈 이 매우 촘촘해서 먼지가 쉽게 낄 수밖에 없다. 먼지가 막혀 있게 되면 바람이 길게 뿜어져나가지 못한다. 에어컨 바로 주변만 차갑게 되고, 열은 금방 빼앗기기 때문에, 아무리 에어컨 온도를 낮추더라도 시원해지지도 않고, 전기세만 계속 올리는 셈이다.
우 과장은 "집안 환경이나 에어컨 사용 패턴에 따라 청소 주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길어봤자 여름 한 철 사용한다"면서 "조금만 관리에 신경 쓰면 더 시원하게 사용할 수 있을뿐더러 전기세도 아끼고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필터는 흐르는 물에 부드러운 솔로 문지르며 먼지를 씻어내면 된다. 곰팡이까지 꼈다면 먼지가 필터에 들러붙어 잘 씻기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미지근한 물에 담가서 불린 다음 중성 세제로 닦아내면 된다.
그리고 반드시 '그늘'에 말려야 한다. 햇볕에 말리면 필터를 두른 플라스틱이 변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물기를 제거하기 위해 필터를 너무 격하게 털거나, 벽에 부딪히며 털기도 하는데, 이때 필터가 깨질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적당히 물기만 살짝 털어낸 다음,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12시간 정도 충분히 말릴 것도 당부했다. 물기가 제대로 마르지 않은 채 에어컨 내부에 넣으면 불쾌한 냄새가 날 수 있다.
빨리 말리겠다고 헤어드라이어로 말리는 것도 절대 안 된다. 강한 열에 필터가 손상될 수 있어서다. 해진 뒤 늦은 저녁 필터를 씻고 밤새 말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바람이 시원하지 않다면 실외기 주변에 장애물이 없는지 살펴본다. 실외기가 외부에 있는 경우엔 나뭇잎 등이 쌓여있거나 특히 아파트에서는 실외기가 설치된 곳을 창고처럼 쓰기도 해, 많은 짐들이 실외기 앞뒤를 가리면서 원활한 통풍을 막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 배수 호스가 꺾이지는 않았는지, 누수되진 않았는지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모두 이상이 없다면 에어컨을 20분간 냉방 모드로 가동해 성능을 점검한다. 이런 것들을 체크했는데도 이상이 발생했다면 제조사 서비스센터로 연락해 방문 AS를 요청하면 된다.
◇코로나로 올해도 '집콕' 누진세 걱정되는데…전기세 조금이라도 아끼려면?
에어컨을 장시간 틀게 되는 코로나 시국에서 전기료를 아끼는 꿀팁도 전했다.
우 과장은 "처음 에어컨을 켤 때 온도를 최대한 낮춰서 켠 다음 적정 온도로 맞추면 에너지도 절감하면서 시원하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필터 청소를 자주 하고, 실외기 주변을 깨끗이 하는 것도 냉방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또 "커튼이 실내기에서 나오는 바람을 막지 않도록 에어컨 작동 중에는 커튼이 흩날리지 않게 잘 묶어두면 좋다"고 덧붙였다.
◇ 방문 시 다른 삼성 가전도 점검해주는 '플러스원 서비스'…"고객 시간·비용 절약"
코로나19로 서비스 풍경도 달라졌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에어컨 사전점검을 위해 방문했더라도, 온 김에 집안 내 다른 삼성 가전제품도 점검해주는 '플러스원 서비스'를 운영한다. 코로나19로 고객들이 외부인의 가정방문을 꺼리자, 엔지니어가 방문했을 때 가능한 모든 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기자는 이날 세탁기 점검도 함께 받았다. "세탁기가 돌아가다 갑자기 에러가 뜨면서 멈출 때가 있다"고 문의했더니 "수평이 안 맞으면 멈출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만약 세탁기가 돌다가 수평이 무너져 넘어지게 되면 화재 등 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 안전을 위해 멈추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집안 내 다른 가전을 한 번에 점검할 수 있어 시간은 물론 신청하고 예약하는 수고도 덜 수 있다. 이것 역시 부품비 외 출장비와 서비스 비용도 모두 무료다.
삼성전자서비스 이준호 상무는 "여름철 접수되는 에어컨 AS 세 건 중 한 건은 고장이 아니거나 부품 교체 없이 간단한 조치로 해결 가능한 증상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기온이 오르면 AS 대란으로 원하는 때에 에어컨 점검을 받기 어려울 수 있으니, 지금 당장 에어컨을 켜 보고 늦어도 5월 중에는 사전 점검을 받으라"고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