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네시 반에 일어나는 엄마입니다. 이런 루틴으로 <꿈꾸는 엄마의 미라클 모닝> 책을 얼마 전에 출간했고요.
제 소개를 잠깐 드리자면, 저는 세상과 사람을 위한 글을 쓰고 싶어 기자가 됐고, 운 좋게도 <올해의 여기자상>, <이달의 기자상>, <과학기자상>, <한국방송대상> 같은 상도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수많은 현장 경험과, 기사에는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어요. 아깝더라고요, 흘러가버리는 것들이.
브런치에 글을 쓰고 유튜브 개인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디오 클립도 만들고요, 이런 콘텐츠 제작, 또 다양한 플랫폼 운영 등이 경력이 돼서 스카우트됐습니다. 지금은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에서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로 또 다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어요.
이제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죠. 저는 매년 이맘때 되면 되게 떨려요. 수능을 세 번이나 봤거든요. 네, 삼수했습니다.
아직도 가끔 수능 보러 가는 꿈을 꺼요. 스무 살이 되던 그때부터 저는 인생의 큰 실패를 맛봤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입시에 떨어진다는 건, 그 과정이나 사연보다는 ‘대학도 못 갔다’는 이 여섯 단 어가 저란 사람을 그냥 패배자로 만들더라고요.
취업도 쉽지 않았어요. 요새도 힘들다곤 하지만 제가 시험을 볼 때는(라테는~~) 금융위기가 터졌어요.
기자라는 꿈을 안고 열심히 공부했는데 졸업할 때가 되니 사람을 뽑는 곳이 많지 않았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1년 만에야 겨우 기자 명함을 달 수 있었어요.
어쨌든 꿈을 이뤘잖아요. 얼마나 신났겠어요.
그런데 4년 차 때 목과 허리디스크를 얻습니다. 심지어 허리는 디스크가 터져서 흘러내린 상태였어요.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았는데 모든 것이 그래도 스톱, 초년병 시절부터 힘들게 번 돈은 모조리 병원비에 써버립니다.
제게는 지금 4살 된 딸이 있어요. 결혼한 지 만 5년 만에 얻은 딸입니다. 너무나 귀하죠. 그런데 그 아이가 생기기 않는 5년 동안 저는 두 가지 편견에 손가락질받았습니다.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여성, 아이도 제대로 못 갖는 못난 여성.
돌이켜 보면 인생에 쉬운 때란 없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 마찬가지일 거예요. 어쩌면 인생에 뜻대로 되는 때보다 되지 않았던 때가 훨씬 많았어요.
무수한 실패와 좌절의 순간에 깨달은 것이 있어요.
인생엔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노력해도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것.
그리고 인생은 불공평하단 것.
다만 공평한 게 있다면 내게 오는 24시간이란 시간뿐이란 것.
그래서 결론을 내렸어요. 내가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건 꼭 해내고 싶었고, 이걸 위해 24시간을 굉장히 잘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 방법은
<기억을 기록으로, 경험을 경력으로>만들기였습니다.
제가 질문 하나 드릴게요~ 벌써 10월이잖아요.
여러분은새해 결심 다 이루셨어요?
이루셨다면 정말 축하드리고요,
만약 못 이루셨다면요,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그쵸, 맞아요. 시간이 없어요.
일하다 보면 하루가 너무 빨리 가요.
또 체력적으로도 지치고요. 퇴근하고서 뭘 따로 하기도 힘들어요. 그렇다고 다른 일 하겠다고 회사일을 소홀히 할 수도 없죠.
그래서 저는 이렇게 얘기를 드려요. '업무와 내 커리어 사이에 파이프라인을 만들라'고요.
기억을 기록으로, 경험을 경력으로 만들 수 있는 아주 쉬운 방법이 바로 이것입니다.
직장인들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회사 업무로 보냅니다. 출퇴근 시간까지 합하면 보통 11시간을 회사와 관련된 일로 보냅니다.
이렇게 하루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소중한 시간을 회사 일에만 쓰지 않고 나의 커리어에도 스며들게 해 보는 거에요.
적어도 내 분야에서만큼은 전문가가 된다는 생각으로, 진심으로 내 업무에 애정을 갖고 덤벼보자. 우선 내 직장에서부터, 나아가 이 업계에서는 최고가 돼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제가 한 건 대단한 게 아니에요.
취재하고 기사 쓰는 기자의 일이, 이게 단순히 회사 업무로만 끝내지 않고 제 브런치로, 제 유튜브로 흘러들게 해서 기록으로 남겼을 뿐입니다.
왜, 그럴때 있지 않나요?
정말 열심히 사는데 돌아보면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
기자란 직업은 그게 좀 심해요.
기자는 종일 분주해요. 매일 기사 아이템을 발제하고 취재하고 하루하루 기사를 쏟아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 쓴 기사는 내일이 되면 그 가치를 잃어요. 뉴스는 말 그대로 새로워야 하니까. 그런데 이렇게 오늘 쏟아냈는데, 내일 또 쏟아내야 하고, 모레 또 그래야 하고, 그러다 보면 “내가 정말 사람인가 자판기인가”. 이런 느낌이 들어요. 문제는 이렇게 죽어라 열심히 사는데 돌아보면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느낌.. 되게 허무하더라고요.
물론 보람찰 때도 많아요.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기도 하고, 필요한 정보도 제공하고요.
하지만 언론 환경상, 며칠을 취재해 공들여 쓴 기사도 시간이 지나면 밀리고, 그날그날 뉴스 중요도에 따라 내가 쓴 기사는 구석에 처박히기도 하고.그런데 이런 것들은 또 내 의지대로 되는 것들이 아니니까 한계를 많이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럼 나는 이 상황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게 브런치와 유튜브였습니다.
처음에는 모두 아카이빙 용도였어요. 정성 들여 쓴 기사가 지나가버리니까 너무 아까웠거든요.
하루에 수백 개씩 쏟아지는 기사에 묻히고 밀려나는 기사들을 '나라도 모아 두자, 내가 쓴 거니까' 그렇게 처음에는 복+붙만 하다가, 브런치라는 플랫폼 특성에 맞게 조금 각색도 하고, 어울리는 감성 사진(?) 들을 찾아 붙이면서 기사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다 보니까, 한번 더 보고, 내 기록란에 남기니까 달라지더라고요, 하나로 쓰더라도, 내 이름으로 나간 기사, 허투루 쓰고 싶지 않고, 의미 있는 기사를 쓰고 싶었어요.
유튜브는 IT를 출입하다 보니까, 기술 산업 현장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나만 보기엔 너무 아까웠어요. 또 기술이라는 게 글로 설명하기가 되게 어렵거든요. 그런데 영상은 어쨌든 '이 기술로 이런 걸 누릴 수 있다'는 것 정도는 한눈에 보여줄 수는 있잖아요. 그래서 늘 가는 현장에서 저는 수첩만 들지 않고, 늘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켰어요.
(사실 기자들이 꼭 현장에 가지 않아도 보도자료 받고, 풀 받으면 대충 쓸 수도 있거든요. 뭐 따지고 보면 기자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숨어서 대충 하려면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러지 않고 더 열심히 발로 뛰며 현장을 다녔죠. 영상은 현장에 가야만 담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브런치에 올리고 영상으로 담고, 또 기사에는 다 담지 못했던 내용들은 퇴근한 뒤나 주말에 또 따로 촬영해서 영상을 만들기도 했고요.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서 만든 영상이 550개가 넘고요, 누적 조회수 779만 회, 또 이것 말고도 채널이 세 개 더 있어요.^^;;
영상에서 오디오만 뽑아서 오디오 클립을 운영하기도 했고요 인스타그램에도 올리고, 제가 가진 플랫폼 구독자들을 다 합하면 6.5만 명 정도 됩니다.
더 놀라운 건, 이게 지나고 보니까,
제 브랜딩 비슷하게 됐더라고요.
어쨌든 다른 기자들이 하지 않는 것을 시도했고, 그것이 기록으로 남겨졌고, 그래서 저만의 목소리를, 색깔을 가진 기자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게 업계(?)에 알려지면서 제 인터뷰가 기자협회보에 실리고, 언론사 대상으로 기자의 유튜브 활용, 플랫폼 활용 등을 주제로 강의도 자주 나가게 됐고요, 제 기억이 기록이 되고 경험이 경력이 되면서 제가 이직할 때도 저를 스카우트한 회사에서 이런 것들을 높게 평가하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VOD 촬영까지 했어요. 기자를 그만두게 되면 기자로서의 경력은 끝날 줄 알았는데, <직장인의 슬기로운 유튜브 투잡>을 주제로 강의 제작을 한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뭐든 꾸준히 하니까 이렇게 새로운 길이 자꾸 열리는 것 같아요. 이렇게 보기만 하던 체인지 그라운드에 출연도 할 수 있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