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던 시간이 일어나는 시간으로 바뀌는 데는 약 석 달이 걸렸다. 습관이 형성되는 데 꼬박 100일이 걸렸다. 작심삼일도 서른 번만 하면, 원하는 걸 이루게 된다.
나의 모닝레시피는 육아휴직 뒤 복직을 앞둔 3개월 전부터 시작됐다.
*(내가 붙인 새벽 루틴 이름^^-> 1년이 훌쩍 지난 지금, 브랜드가 되길 희망한다)
-2020년 3월 5일 복직.
-26년간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살다가,
-9년간 그래도 밥 벌이는 하고 살다,
-15개월을 엄마로 살고
-이제는 밥벌이하는 엄마로 살아야 할 때가 왔다.
워킹맘. 결혼 뒤 5년이란 시간 동안 애가 생기지 않았던 만큼 워킹'맘'이란 단어는 특별했다. 워킹은 할 수 있어도 '맘'은 내 의지대로만 되는 게 아니기에 그런 기회가 온 만큼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었다.
완벽하게 해낸다기 보단, 힘들어도 힘들지 않고 싶었다. 그토록 원했던 아인데, 내가 내 남편이 원해서 낳은 아인데 이 작은 아기에게 힘들다는 내색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하루는 새벽 4시 반에 시작한다. 이전에 난, 완벽한(?!) 올빼미형 인간이었다. 새벽 2시는 기본, 3시, 4시를 훌쩍 넘길 때도 있었다. 지금 일어나는 시간에 예전엔 잠들곤 했다. 하고 싶은 게 늘 많다 보니, 학교 끝나고 또 퇴근하고서부터 내가 하고픈 일들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운동이나 글쓰기나, 독서.. 특히 퇴근이 늦어 9시나 10시에 집에 온 날도 씻고 이것저것 못다 한 것들을 하다 보니, 새벽이슬 맞는 일상이었다.
애를 낳고선 유독 더 자정부터 새벽 2시 무렵까지를 더 사랑하게 됐다. 모유수유를 할 땐 어차피 잠은 포기한 상태. 차라리 이때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자 싶었다. 유튜브 촬영이나 편집을 늘 이 시간에 했다. 모유수유를 마치고 나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차피 애기가 잠을 잔 뒤에나 내 할 일을 조금이라도 끄적거릴 수 있기에.
그렇게 육아휴직을 거치며 더 완벽한 올빼미로 살다가 복직이 서서히 다가오던 어느 날. 이래선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육아휴직 중이어도 아침은 늘 정신없고 바쁘기만 하다. 신랑도 출근해야 하고 애기 아침밥을 먹여야 한다. 아이는 어른처럼 밥을 깨끗이 먹거나, 흘리더라도 알아서 치우지 않는다. 애가 없을 때는 그냥 냉장고에서 대충 꺼내먹거나 안 먹거나 둘 중 하나였지만 딸은 내가 차려주지 않으면 굶어야 하니. 자식 키우는 게 그런 거더라.
아이 밥 먹이는 게 어려운 이유는, 먹이기도 힘들지만, 먹고 난 뒤 치우는 게 일이다. 바닥도 얼굴도 옷도 엉망진창이 된다. 기분이 별로이거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자기 입에 넣으려는 숟가락을, 팔로 탁 친다. 음식물은 알알이 부서지며 거실 바닥에 우두둑 스러진다.
그런 말 있지 않나.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순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순 없다' 마찬가지다. 밥을 차려도 얘가 입 벌려서 씹고 삼키지 않으면, 그때부터 아이 식판에 담긴 밥이 줄 때까지 '참을 인'을 크게 새겨야 한다. 그래서 밥 차리고, 먹이고, 씻기고, 옷 갈아입히고, 치우다 보면 한 시간은 그냥 간다. 여기에 내 출근 준비까지 하고, 어린이집 등원을 시키고 회사에 간다?
복직을 생각하며 애기 밥 차리다 현타가 왔다. 이대로 복직했다간 아침이 정말 전쟁일 것 같았다.
또 마음이 급하다 보면 항상 실수를 저지르게 돼 있다. 15개월 휴직 뒤(물론 휴직이라 해서 쉬는 게 절대 절대 아니지만..) 복직하자마자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육아조차 서투른 초보맘이지 않나.
생활 패턴을 바꿔보기로 했다. 아침, 아니 새벽형 인간으로. 그저 얼굴 붉히지 않으면서 순조로운 어린이집 등원과 신랑과 나의 정상적인 출근(?)을 위해. 아이가 밥을 먹고 옷을 갈아입을 때까진 많은 만큼 그 외의 것들은 미리 준비하자 싶었다. 당시 나로서는 그게 최선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가 깨기 전, 본격적인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하고픈 일들을 끝내버리자"라고 결심했다. 퇴근해봤자 집으로 '출근'이다. 하고 싶은 걸 하기엔 체력적으로도 버겁다. 순환고리는 이랬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은 딸이 잠든 뒤에나 가능하다. → 애가 9시 반쯤 잘 때도 있지만 11시에 잠들 때도 있다→ 억지로 겨우 지친 몸 부여잡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또 새벽에나 잠들겠지. → 다음날 눈뜨기 고역→ 아이 밥 차리고 등원시키는 데 체력 딸림 → 피곤 누적으로 업무에 지장 → 다시 퇴근 뒤 육아 → 아기 재우고..
아무리 좋게 상상을 하려 해도 복직 뒤 나의 모습은 피곤에 찌든, 늘 울상인 내 모습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10년째 매일 오늘의 'to do list'로 다이어리 한편을 가득 채우지만, 절반도 못할 때가 많다. 결혼하기 전에도, 애가 없을 때도 그랬는데 일하고 퇴근한 뒤 애보고 밥 먹이고 집 정리하다 보면.. 과연 내 시간이 있을까.
그러나 복직과 동시에 기존에 내가 하던 것들, 나로 살게 해 줬던 수단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육아휴직 중에도 유튜브를 계속 운영했고 브런치에 기록도 남겼다. 헬스장은 못 가지만 홈트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퇴근 뒤엔 무리다. 계획했던 걸 하지 못하면 내 성격에 스트레스받을 게 뻔했다.
워킹맘, 아기 엄마도 좋지만, 나로도 계속 살고 싶었다. 아이 때문에 나를 희생한다는 생각은, 죽어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찾아와 준 아인데, 네가 부족한 엄마에게 와준 건데 감히 내가 희생한다니..
이렇게 미라클 모닝은 시작됐다. 만 34년 올빼미던 내가 올해 2월 중순부터 8개월 동안 새벽형 인간으로 살고 있다. 눈 뜨자마자 나를 찾고,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떻게 그게 되냐"는 사람들도 많다. 근데 간단하다. 체력적으로 힘든 퇴근 뒤 보다 에너지가 생성되는 새벽을 택했을 뿐이다. 김연지, 나를 위한 것을 먼저 하고 엄마 손이 필요한 아이를 위해 엄마 김연지로도 살고, 9시 이후로는 기자 김연지로도 살고 있다.
처음부터 매일 새벽 4시 반에 눈을 뜨기란 쉽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수도 있고, 그 전날 늦게 자면 일찍 일어나는 게 아무래도 힘들다. 무조건 일찍 잠자리로 향해야 한다. 또 알람에 잠이 깨긴 하지만 새벽부터 맑고 온전한 시간으로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이게 루틴으로 자리잡기까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19년 11월부터 도전했고 2번의 실패와 세 번째 도전 끝에 성공했다. 3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 8개월이 지난 지금, 확실히 새벽 기상이 편하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기가 편해졌다는 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서 마음이 편해진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나를 찾을 수 있다는 것.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던 어제, 나를 잠깐 잃어버리고 살긴 했지만,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기만 하면 다시 나를 찾을 수 있다. 다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어떤 상황 때문에, 또 스트레스받는 일이 생기더라도 '새벽에 일어나면 되니까'라고 생각해버린다. 내가 나를 찾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 힘이 들 때도 힘이 나게 해 준다. 우울한 일이 있더라도 이 시간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쭈욱~하고 새벽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커튼을 걷고 하고 싶은 걸 한다.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두 시간 동안 감사기도부터 간단한 요가, 독서나 유튜브 편집을 하곤 한다. 5시 반에서 6시 무렵부터 조금씩 하늘 색깔이 변한다. 햇살이 내 창을 비출 때쯤 아이가 깬다.
"오늘도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야 겨우 오전 7시다. 오늘 할 일을 마쳤는데 이제 하루가 시작되네~
틈틈이 쪼개어 쓰면 또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어디서 영감을 받을 수 있을까(?) 기대에 부풀곤 한다. 작은 성취감이라도 내가 만족하고 뿌듯해하니 이렇게 하루하루가 그저 감사하고 가슴 벅차다.
습관이라는 게 중요한 거더군. 그냥 습관대로 하면 된다. 큰일을 보고 난 뒤 뒤를 닦는 것처럼 새벽에 눈이 떠지고, 새소리 ASMR 들으며 계획한 것 하면 된다. 이상하게도, 신기하게도, 그렇게 됐다.
주변에선 엄청 내가 열심히 살고, 그것이 특별하다고 여기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나도 그저 사람이고, 엄마고, 직장인이다. 다만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설교를 하고 싶진 않다. 각자 자기 몸에 맞는 패턴이 있다. 그저 새벽 루틴이 나를 찾는데 굉장히 좋은 수단이 됐을 뿐이고, 그 좋은 점을 알려드리고 싶을 뿐이다.
나는 이 새벽 루틴을 '모닝레서피'라고 이름 붙였다. 아침을 요리하는 것. 원하는 메뉴를 만들기 위해 주도적으로 아침을 요리해보자!! 나를 위한 습관이 몸에 밴다는 게 어떤 의지인지, 그리고 그 습관을 실천하는 게 새벽이어서 좋은 점을 전하려 한다. 새벽은 내 몸과 마음이 지치기 전, 가장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그저 나만을 위한 온전한 시간이기에.
새벽 기상을 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면
일어나긴 했는데,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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