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미디어 거물/ 도지코인 거래/ 테슬라 생태계 완성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를 뉴 미디어의 거물(mogul)로 만들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 배경에 여러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 정치권에선 ‘괴짜 부호’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계 최고 갑부가 글로벌 소셜 미디어를 인수하면서 여론을 쥐락펴락하는 ‘소셜미디어 패권’까지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과거 미 뉴욕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수한 것과 같다. 이는 정치적 인수”라며 단순히 경제적 가치 이상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특히 머스크가 SNS 통제권 등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머스크가 미디어 제국을 건설한 제2의 루퍼트 머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다만 머스크는 지금까지 여론을 통제하는 경향이 강했던 트위터에 비판적인 입장이며, 오히려 이번 인수를 통해 트위터를 말 그대로 '자유 여론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 중심에서 과연 여론의 향방을 결정하는 SNS에서 얼마나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머독. 제프 베조스 이어 머스크도 언론사 SNS 노림수
부호들의 미디어 인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각국에서 전통 미디어, 뉴 미디어를 막론하고 사회 공론장 역할을 하는 플랫폼을 손에 넣고 있다.
기존 갑부들은 신문·방송 등 주요 매체 인수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 소유주다. 2013년 베이조스는 종이신문 판매 부수 감소와 광고 실적 부진 등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던 WP를 2억 5천만 달러에 인수했다.
같은 해 미 프로야구팀 보스턴 레드삭스의 구단주 존 헨리도 미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를 7000만 달러(약 870억 원)에 사들였다.
1929년 창간돼 90년 가까운 전통을 자랑하는 미 경제전문잡지 '포천'(Fortune)의 소유주는 태국인 기업가 찻차발 지아라바논이다. 지아바라논은 2018년 출판 미디어 그룹 메레디스 코퍼레이션으로부터 현금 1억 5천만 달러를 지불하고 포천을 넘겨받았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CEO도 한때 신문사 소유주였다. 버핏은 1977년 뉴욕의 일간지인 버펄로 뉴스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10여 년간 수십 개 신문사를 추가로 매입했다가, 2020년 31개 신문사 매각을 끝으로 신문사업에서 손을 뗐다.
'미디어의 황제'로 불리는 루퍼트 머독은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포스트, 폭스뉴스, 다우존스 등을 보유한 종합 미디어 기업 뉴스코프 이사회 의장이다. 머독 일가는 전 세계 5개국에서 신문 120개를 보유하고 있다.
미 뉴욕시장을 지내기도 한 마이클 블룸버그는 대형 미디어그룹 블룸버그 L.P. 의 창립자 겸 CEO다. 투자은행에 입사해 주식거래로 명성을 얻은 블룸버그는 전 세계 주식시장과 금리, 채권 등에 대한 각종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용 단말기를 임대하는 사업을 시작해 20여 년 만에 세계 최대 경제 미디어 그룹으로 키워냈다.
언론사 아닌 소셜미디어 인수, 어떻게 봐야 할까
트위터가 주요 기성 언론은 아니다. 그러나 오히려 언론사가 아닌 '소셜미디어'를 인수 대상으로 택한 점에 주목하기도 한다. 머스크가 겉으로는 '표현의 자유'나 '사회적 영향력 확대' 등을 내세우지만 다른 속내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워싱턴 포스트(WP)는 트위터 이용자들의 데이터 확보를 언급하며 “테슬라나 스페이스X보다 더 민감한 사용자 데이터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회사와 제품을 홍보하는 ‘확성기용’으로 트위터를 인수했다는 시각도 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8260만 명이 넘는 ‘열렬한 팬(팔로워)’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간 활동으로 홍보 효고 등 트위터의 경제적 가치를 체감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그의 팔로워 중 많은 사람들이 테슬라를 홍보하는 트윗을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자신의 트위터를 테슬라의 주요 마케팅 부서로 만든 것이다. 트위터는 테슬라 성장세를 도왔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머스크가 소셜미디어에 입김을 행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위터가 언론사는 아니지만 대중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소통 창구인 만큼 미국 정치권에서는 당장 그가 미칠 정치·사회적 영향력 확대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머스크가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정책을 앞세워 정치 지도자나 유명 인사의 ‘여론몰이’ 주장들이 트위터에 범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복귀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의사당 폭동을 부추긴 뒤 트위터 이용이 금지된 상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 운영자가 누구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형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우려해 왔다”며 “그들이 초래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도 “이 거래는 우리 민주주의에 위험하다. 머스크 같은 억만장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축적한다”며 “빅테크에 책임을 묻기 위해 부유세와 강력한 규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위터 내 거래, 도지코인 '꿈틀'
한 발 더 나아가 머스크가 오랫동안 관심을 보였던 암호화폐인 도지코인이 트위터에 지원되는 시나리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트위터 내 결제 수단으로 도지코인이 접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위터 매출의 90%를 차지하던 광고를 줄이고 구독 모델로 전환하면서, 이때 사용료 결제를 도지코인으로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한때는 도지코인이 2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도지코인은 온라인에서 인기를 끈 시바견 밈(meme)을 본떠 만들어진 암호화폐로, 지난 2013년 12월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에 의해 만들어졌다. 도지코인은 재미 삼아 만들어졌는데, 주로 레딧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창작자의 기여를 인정하기 위한 팁 지불 용도로 이용됐다.
그러나 지난 2020년 12월 일론 머스크가 도지코인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 '도지'라고 한마디 언급한 것을 시작으로 "도지코인은 시민들의 암호화폐"라고 언급하는 등 지속해서 도지코인에 대한 글을 올리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을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트위터를 통해 머스크의 도지코인 발언이 나올 때마다 시장이 요동치는 모습이 반복됐다.
결국 도지코인은 비트코인을 포함해 주요 암호화폐가 모두 하락하는 가운데, 나홀로 살아남았다. 미국 재무부가 암호화폐를 이용한 '돈세탁' 조사에 나선다는 소문과 코인베이스의 대량 주식 매각, 주요 암호화폐 채굴장의 대규모 정전사태 등도 도지코인의 상승세를 막지 못했다.
'화성 이주' 계획의 남은 퍼즐? 테슬라 생태계 완성?
업계에서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화성 제국의 남은 퍼즐이라는 말도 나온다. 스페이스X를 통해 화성으로의 이주를 실현시키겠다는 비전이 나온 상태에서 트위터가 일종의 '화성인들의 소통 창구'로 낙점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머스크 자체 생태계의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가 트위터 인수를 통해 완성되고 있다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테슬라의 기기들이 현황이나 모니터링 및 제어에 나서면서 서로 소통하는 한편 C에서는 테슬라, P에서는 트위터가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네트워크는 스타링크가 지탱하고 D는 테슬라의 하드웨어(모델 시리즈와 로봇 등)가 받쳐주는 그림이다.
참고 기사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573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