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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Jun 20. 2022

대량해고 나선 빅테크의 추락, 인플레 때문만일까?

영원한 건 없다. 그리고 영웅은 위기 뒤에 탄생한다..다음은 누구일까

팬데믹이 가져온 비대면을 타고 지난 2년간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테크 기업들은 날개를 달고 급성장했다. 세계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메타, 아마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20  1 1000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네덜란드, 스위스, 터키, 사우디아라비아의 GDP 능가하는 수준이다.


전자상거래 수요가 폭발한 아마존은 인재 영입에 실탄을 쏟아부었다. 지난 2년새 새로 뽑은 직원만 80만 명에 달한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등도 지난 5년간 채용된 정규직 직원수는 총 56만 3000명으로 집계됐다.


당시 파격 조건을 내세우며 진행했던 공격적인 채용은 '40년 만에 최악'이라는 인플레이션에 따라 테크 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하나둘씩 짐을 싸거나 직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기로 결단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이하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이 감지된 올 초부터, 시장에는 신규 투자자금이 마르기 시작했다.


“위기는 기회가 됐다”지만 당시 급속도로 부풀려진 몸집은 짐이 되고 말았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분위기가 전환되며 식당과 상점들이 문을 열기 시작한 것도 것도 빅테크 실적을 악화시키고 있다. 온라인 주문이 자연스레 줄어들면서 이커머스 기업들의 매출 성장폭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또한 공급망 이슈를 더욱 악화시켰다. 특히 팬데믹 특수를 누렸던 전자상거래 업체와 화상회의 플랫폼, 그리고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0년 간 뉴욕증시를 지배했던 기술주의 시대는 끝났다(?!)


지난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뉴욕 증시에서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 주가는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기술주에 대한 기대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일까. WSJ등에 따르면 최근 빅테크 기업들은 고용을 동결하거나 인력 감원에 나서고 있다. 실적이 악화되고 주가가 급락한 탓이다.


아마존의 경우 지난 1분기에 20년 만에 가장 저조한 분기별 매출 성장을 보고했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규모가 줄고, 운영 비용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과도한 인력이 원인으로 꼽혔다. 이에 아마존 측은 신규 채용을 줄이는 한편 주주들의 요구에 따라 경영진의 급여 패키지 삭감도 검토중이다. 동시에 퇴직을 비롯한 자연 감소를 통해 인건비를 절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결정하고, 관련 분야 인력을 공격적으로 영입해  메타 역시 인건비 부담을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 4 데이비드 웨너 메타 CFO “엔지니어 채용을 중단하고, 중간 관리자나 고위 임원 등의 채용 규모도 줄이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도 지난해 12 오픈한 '투둠' 편집 담당자들 일부를 감원 조치했다. 트위터, 우버 등도 고용을 동결하고, 임원급 감원에 나섰다.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5000여 명의 직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18%에 달하는 직원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대출 회사 블록파이도 전체 직원 850명 가운데 20% 정도를 감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콘 기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일론 머스크와의 설전으로도 잘 알려진 무료 주식 거래  로빈후드는 지난달 전체 직원의 9% 해고하기로 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볼트(Bolt) 지난달 전체 직원의 27% 달하는 직원 250 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회사는 전자상거래 업체를 대상으로 원클릭 결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성장세를 거듭해왔다.   3 5500만달러(445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배송 스타트업 고퍼프, 비디오  카메오(Cameo) 등도 해고 행렬에 동참했다.


비즈니스 뉴스 매체 쿼츠에 따르면 지난 5  세계 71 테크 스타트업에서 1 7000 명의 해고가 이뤄졌다. 이는 전월인 4 대비 350% 급증한 수치다. 쿼츠는 "팬데믹 초기인 2020 5 이후 가장 많은 정리 해고가 이뤄졌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기술 기업들의 이런 변화는 미국 노동시장 지표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 조사 결과,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2만 9000건으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2만 7000건이 늘어난 수치로,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지난주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최근 5개월 사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용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비용절감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많은 기업의 리더들이 인력 감축이나 고용 동결을 가장 빠르게 수익성을 개선할  있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과하게 고용을 했고, 그중 일부는 정리해고 통해 급여로 인한 비용을 신속하게 절감키로 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술 투자 회사 관계자는 WJS과의 인터뷰에서 "그간 인재 유치 경쟁은 너무 극단적이었다"면서 "기업들은 올초부터 경기 둔화를 예상했고, 매출 전망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경쟁 회사에 직원들이 유출되고, 기존 직원은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매년 8~9%의 많은 급여를 줘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기업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이와 관련 "완전 고용 수준의 실업률과 노동력 부족 시기에  미국 경제의 기이한 모습을 반영한다. 특히 이는 금융위기 기간  마지막으로 나타났던 모습  하나"라며 "노동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특성을 보여주는 놀라운 추세"라고 분석했다.


소프트웨어 관련 직종은 구인 


기업들의 무분별한 고용은 줄고 있지만, 주력 사업부문의 고용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팬데믹으로 빅테크 기업의 인력 유치 경쟁에 구인난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소규모 테크 기업들은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최근 RBC 캐피털 마켓에서 발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수 십여 개의 상장 기업 중 소프트웨어 관련 일자리는 여전히 열려있다. 줌은 소프트웨어 관련 채용 규모가 전주 대비 7.4%나 늘었고, 어도비는 1.4%, 그리고 VM웨어는 0.9% 늘어났다. 특히 줌인포는 전주 대비 4.9%, 지난달 대비로는 13.3%나 관련 채용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이 진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기회”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넷플릭스, 페이팔, 로빈후드 등에서 일해온 인재들이 회사 방침 변경에 갑자기 노동시장에 나오고 있어 인재가 필요한 기업에게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빡빡한 고용시장 속에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지만, 노동 시장에서 과거보다 많은 재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술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급격한 몰락, 대량 해고로 이어지는 등 혼란스러운 시장은 지난 2000 닷컴 버블을 연상케 한다. 당시 거품이 터진  투자자들은 잇따른 손실을 경험했다최근 기술주 하락세도 비슷하다. WSJ에 따르면 올해 개별 기술 주식은 다양한 악재로 인해 단 몇 시간 만에 수천억 달러의 시장가치가 증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닷컴버블 당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000년 3월부터 2002년 10월 사이에 80%나 폭락했다.


닷컴버블이든, 리먼 브라더스발 금융위기든, 코로나19 팬데믹이든, 위기가 온다고 해서 혁신과 기업가 정신이 죽는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이럴 때 혁신가들은 위기가 지나간 이후를 바라보며 새로운 꿈을 꾸고 대비를 한다. 경기가 침체하고 우울한 시절에 창업해 시대를 이끌었던 기업이 부지기수다. 


애플의 근간인 아이팟도 닷컴 버블이 끝났을 때 탄생했다.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또한 중국에서 2003년 사스가 번진 이후 붐을 일으켰다. 우버와 마이크로소프트, 디즈니, 제너럴모터스(GM), 제너럴일렉트릭(GE) 모두 경기 침체기에 창업한 기업들이다.


조지프 슘페터는 저서《경제발전의 이론에서 “자본주의 체제에선 경기 침체가 지난간 후에 새로운 기업가가 등장한다. 이 기업가들의 새로운 군단이 형성될 것이다. 번영의 파도가 시작되며 새로운 사이클이 돌아간다”고 했다. 기업가의 혁신성만 있다면 자본주의는 무한히 발전하고 노동자의 생활 수준도 개선된다.


무너진 금융 시장이 최장 10년은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이런 ‘조정’ 기간이 오히려 건실하게 운영해온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경필 쟁글 분석팀장은 “2018년 크립토 윈터 당시엔 산업 전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걱정을 했다면, 지금은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여전하다는 것이 그때와 다른 점”이라며 “빅테크나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도입은 더 많은 투자 자금과 기업가들을 블록체인 산업으로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공간을 초월하고 비즈니스 세계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 진리는 시장에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살아 남으려면 소비자의 욕구를 간파해야 한다. 


기술도 물자도 흔해진 지금, 소비자들은 애플이 아이폰을 탄생시켰을 때만큼의 혁신에 목마르다. 이후 꾸준히 승승장구한 애플은 글로벌 시총 1위 자리까지 올랐지만 ‘창조적 파괴’를 바랐던 팬들의 기대는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팬들은 디바이스건 플랫폼이건 완전히 새로운 ‘무엇’을 원하고 있다. 애플워치 이외에 혁신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애플의 현주소다.


애플의 라이벌인 구글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에 뛰어들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다 할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른 혁신 제품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애플과 구글 모두 클라우드와 게임 시장에 뛰어들어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혁신’보다 ‘수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일부에선 코로나19로 생활 문화가 바뀐 지금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을 개량한 제품에 더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위해선 오히려 시장 개척과 마케팅 강화가 우선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혁신 기업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창조적 축적’을 이어가야 한다. 이런 창조적 축적이 코로나 이후 파괴적 혁신을 낳고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금 미국의 정보기술(IT) 공룡들은 이런 점에서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 혁신성이 없다면 슘페터가 말하는 ‘창조적 파괴의 영원한 강풍’이 언제 이들을 날릴지 모른다. ‘졸면 죽는다’가 아니라 ‘졸면 모두 사라진다’가 슘페터가 전하는 변치 않는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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