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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Jul 25. 2022

자율주행, 화물 운송 시장의 변화를 예고하다

화물 자율주행이 바꿀 미래 물류 운송 시장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상용화하지 못하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하루 10시간 넘게 운전하는,
육상 물류를 책임지는 트럭에
자율주행을 도입해 기술의 의미를 찾고자 합니다"


화물 운송 트럭용 AI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국내 스타트업 ‘마스오토'의 창업 스토리다.


화물 운송 시장 규모는 30조 원에 달한다. 의류, 가전 같은 소비재뿐만 아니라 철강, 반도체 등 국가 주요 산업 물류까지 포함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매우 크다. 최근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피해 규모만 1조 6000억 원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경제의 40%가 화물 및 물류에 의존한다. 그러나 운송의 핵심 인력인 화물 운전기사들의 일상은 위태롭다. 트럭 운전사 부족으로 운송 효율이 떨어지고, 이에 따른 운전사 과로로 교통사고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화물차 운전사 평균 연령은 53.7세로 나타났다. 50~59세가 43.3%로 가장 많았다. 이어 60~69세(25.9%), 40세~49세(23.8%) 순서로 집계됐다. 또한 하루 평균 390.9㎞를 운행하고 12시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업종 자체가 고령화된 데다, 장거리 운행으로 객지 생활을 하다 보니 기피업종으로 분류되면서 젊은 운전사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화물 운송 시장, 자율주행에 주목하다


이처럼 운송할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물류는 증가하고 시간은 제때 맞춰야 하다 보니, 화물차 운전기사는 장거리 운전에다 새벽, 야간 운행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는 운전 피로도를 증가시키고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게 다반사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화물차 교통사고 10건 중 9건 이상은 전방 주시 태만, 졸음운전, 안전거리 미확보 등 운전자 부주의 때문에 일어난다.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2018년 교통사고 전체 건수 가운데 화물차가 차지한 비중은 24.3%에 달한다. 치사율도 3.21명으로 전체 차량 치사율인 1.74명에 비해 높은 수치이다.


도심화 속도가 빨라지고 온라인 시장도 급속도로 커지면서 물류는 급증하고 있지만 인력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미국 트럭 협회(ATA, American Trucking Association)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5년에는 20만 명의 트럭 운전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트럭 운전자 수 부족은 매해 평균 인건비 15% 이상 증가로 이어지면서 기업의 부담 또한 커지고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 뱅크)


이렇다 보니 화물 운송 효율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휩쓴 지난 2년간 주문 지연 등에 따른 공급난에 운전자 부족, 높은 이직률 등의 인력난까지 복합적으로 악재가 겹치면서 전 세계는 물류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자율주행 트럭이 이 같은 물류난과 인력난의 해결책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다임러, 볼보 등 상용차 제조사뿐만 아니라 웨이모,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까지 자율주행 운송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미국의 자율주행 트럭 산업은 향후 10년간 빠르게 성장해 2030년까지 2500억~4000억 달러(약 325조~520조 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3) 글로벌 업체들이 화물차 자율주행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자율주행 기술이 화물운송 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충분한 시장성에 있다. 미국의 트럭 운송 시장 규모는 약 7000억 달러에 이른다. 1조 달러 수준에 달하는 북미, 캐나다, 멕시코 국경 간 물류 시장에서 대형 트럭 운반 비중은 70%에 달한다.



화물 운송 자율주행의 핵심 군집 주행, 상용화 물꼬 텄다


화물 운송 시장은 시장 규모, 수요자, 공급자, 정책 당국 관점에서 이해관계자 간 큰 충돌 없이 자율주행 기술이 도입될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우선 화물차에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일반 승용차의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다는 평가다. 화물 운송은 주행 경로가 정해져 있어 기술적 도입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장시간 주행으로 피로도가 누적된 트럭 기사의 운전보다 자율주행 트럭의 사고 위험성이 낮아 ‘안전’ 논란의 여지도 적다. 보험 등의 법적 제약도, 사람을 이동시키는 일반 자율주행보다 사물을 나르는 자율주행 트럭이 적은 편이다. 또 물류 트럭 회사 원가 가운데 연료비와 인건비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는데, 자율주행 시 연료를 10%가량 아낄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17년 상용차 제조사 가운데 최초로 화물차 자율 군집 주행을 시연한 독일 D사는 사람이 운전 시 애리조나에서 텍사스주까지 24시간 걸리는 시간을 단 14시간 만에 해냈다. 연비는 개선하고 물류비용은 줄이는 효과를 증명해낸 것이다. 무엇보다, 어떠한 사고도 없었다.


(화물차 네 대가 자율 군집주행으로 일정 간격을 두고 앞선 차를 자동으로 추종하며 운행하고 있다. 사진 = 국토교통부)


정부도 군집 주행 기술을 중심으로 한 자율주행 화물차 상용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군집 주행이란, 단체 자율주행화를 뜻한다. 화물차 여러 대가 가장 선두에서 운행하는 화물차를 인식하고, 이를 필두로 다른 화물차들이 스스로 안전거리와 속도를 유지하면서 단체로 운행하는 것이다. 화물차 여러 대가 정보를 주고받으며 운행하기에,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마치 한 몸처럼 대응할 수 있어 사람의 브레이크 반응 속도보다 빠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 화물차 네 대가 영동선, 중부내륙선 등 약 80km 구간을 달리는 군집 주행 시연에 성공했다. 이는 2018년부터 시작된 국토교통부 주관의 정부 과제로, 한국도로공사, 국민대학교, 현대차, 카카오모빌리티 등 13개 기관이 함께 4년간 개발한 것이다. 

@현대자동차


군집 주행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선행 차량이 일종의 ‘벽’처럼 작용해 뒤따르는 차량에 가해지는 공기 저항을 줄여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군집 주행을 통해 약 7~10% 정도의 연료 소모를 절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직까지 군집 주행 기술은 각 차량에 운전자가 탑승해야 하지만,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 선행하는 한대에만 운전자가 탑승하거나 완전 무인화가 이뤄져 운송 인력난도 해소할 수 있다. 이에 따른 교통사고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 사이 간격을 줄임으로써 교통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도 군집 주행 기술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부분이다. 나아가 물류비용 감소는 물론 이산화탄소 등 배출 가스도 저감해 환경친화적인 효과에도 기대를 모은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의 군집 주행 기술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8년 8월 현대글로비스와 협업해 국내 최초로 고속도로 내 대형트럭 군집 주행을 시연한 데 이어 2019년 11월에는 차량사물통신(V2X)을 적용한 자율주행 트럭 군집 주행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고속도로를 나란히 군집주행으로 달리고 있는 현대차 엑시언트 자율주행트럭의 모습. 사진 = 현대차 제공)


현대차 그룹은 미국 자율주행업체 오로라와 협업해 운전자는 물론 군집 주행도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 트럭’을 2023년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기존 자율주행 기술과 차별화된 센싱, 판단, 제어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대형트럭에 최적화된 10개 센서를 통해 돌발 상황에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술도 고도화하고 있다.



화물 자율주행이 바꿀 미래 물류 운송 시장


자율주행 트럭이 상용화되면 물류 운송 산업 패러다임의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인력난 문제를 해소하고, 트럭 운전사의 과로를 줄여 화물차 교통사고율을 현저히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국내에서는 지난해 연말, 초등학생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대형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화물차 교통사고의 근본 원인은 결국 ‘트럭 운전사 부족’에서 비롯된다. 운전사가 부족한 데다 고령화된 상황에서 물류 운송을 제때 해내기 위해서는 운전자는 과로할 수밖에 없다. 또 운전기사가 피로에 시달리면 돌발 상황에서 침착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도 힘들다.


(사진 = 게티이미지 뱅크)


하루 8500대 이상의 화물 트럭이 오가는 미국에서는 운전기사들의 장시간 운행은 더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은 연방법에 따라 트럭 운전자가 일일 최대 11시간 연속으로 운전대를 잡지 못하도록 명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집권 당시 코로나19에다 이민법 제한 이슈까지 겹치면서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던 미국은, 법을 위반해 규정된 근무 시간 이상의 운전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회사는 운전 및 휴식 기록을 위조해 운전자를 도로로 내몰아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트럭이 상용화되면 화물 운송 효율이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운전사 과로나 업체의 법 위반 없이, 또 운행 시간제한 없이 24시간 내내 화물차가 전역을 돌아다닐 수 있어 회전율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정해진 시간대에 정확한 운송 또한 가능해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이 개발될수록 효율성이 올라가고 물류비가 절감될 가능성이 높다. 맥킨지는 모든 구간에 무인 운행이 가능한 ‘완전 자율주행’이 이뤄지면 화물 운송 비용이 약 45% 절감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화물 운송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서는 군집 주행 기준이나 보안 강화 등의 대책 마련과 제도 개선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로 (통합) 인프라 개선도 절실하다. 각사가 개발 중인 기술이 조금씩 다르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의 차량의 대응은 인간의 인지능력과 아직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자율주행 화물차 도입 시 시장 이해관계자 간의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율주행 화물차 운행으로 인건비와 연료비는 절감되겠지만, 자율주행 화물차 가격은 기존 화물차 가격보다 2~3배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차량이나 부품 가격은 낮아지겠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익 창출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더구나 “영세한 개인사업자가 대다수여서 이를 해결할 면밀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같은 과제가 해결된다면 자율주행 화물차는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 목표 시점인 2027년보다 빠른 대중화와 더불어, 한층 유망한 시장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날 자동차 산업은 100여 년 만에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한 세기를 끌어온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뀌어 가는 동시에 차량에 두뇌를 달아 인간을 운전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있다. 자율주행 화물차가 화물 운송 업계가 직면한 구인난 등을 해결하고 물류 산업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윗글은 현대캐피탈 브런치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brunch.co.kr/@hyundaicapital/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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