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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Feb 04. 2024

뉴욕타임스 기자의 고급조리원 체험기-한국엄마는 불편하다

[팩트체크] 한국 저출생, 2주 800만원 조리원 탓?

2024년 1월 30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기사를 보도한 한국일보 기사다. 로레타 찰튼 NYT 서울지국 기자는 한국의 산후조리원을 경험한 뒤 '서울의 산모들, 조리원에서 3주간의 보살핌과 숙면'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산후조리원 체험기를 실었다. 그러고는 한국 출산율이 낮은 이유로, 출산과 육아에 드는 높은 비용을 꼽았다.


일단, 필자는 두 아이를 낳고 조리원을 두 번 다녀왔다. 2주에 800만 원이란 조리원은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 엄마들이 갈까 싶기는 하다마는..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을 테고, 조리원 원장님들은 '아니 애 안 낳는 게 내 탓이야? 우리가 죄인인가?' 할 테고.. 조리원 세계를 아직 모르는 예비 신랑신부들은 '내가 대체 뭘 본 건가' 싶을 테다.  


기사를 쓴 로레타 기자는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산후조리원에서 지내면서 제공되는 식사와 전신 마사지, 신생아 양육 수업을 소개했다. 또 조리원 선생님들이 아기를 돌봐주면서 산모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기자는 "출산 후 2주간 호텔과 같은 곳에서 산모는 보살핌을 받는다. 잠은 산후조리원에서 산모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라고 평가했다.  


조리원의 매력으로 "또래 아기를 둔 다른 엄마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꼽기도 했다. 그러면서 기자는 조리원을 이용하는 이유로 한 임산부를 인터뷰했는데 그 임산부는 "사람들은 조리원에서 좋은 친구를 사귀려고 노력하고 이는 아이의 일생에 걸쳐 이어진다. 아이가 같은 사회적 계층의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인터뷰와 함께 "불평등이 심화하는 한국 사회에서 비용과 계급은 매우 민감한 문제"라고 기자는 지적하며 "자신이 입소한 산후조리원은 얼굴과 전신 마사지 비용을 제외하고 2주간 입소 비용이 800만 원에 달하지만 이는 건강보험으로 비용이 보장되지 않고, 극히 일부만 정부 보조금이 지원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높은 조리원 비용은 한국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전체 비용 중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고 이는 한국의 출산율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2주에 800만 원까지는 아니지만, 두 아이를 낳고 조리원을 거쳐온 엄마로서 이 기사는 다소 불편했다. 조리원에 지냈던 나의 과거가, 미래에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여성 혹은 그녀의 가족에게 '어떤 불편이나 불안함을 준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필자 또한 전직 기자로서 들었던 의문은, 한국에서 나고 자라지 않은 뉴욕타임스 여성 기자는, 왜 하필이면 그 많고 많은 조리원에서도 '강남의 최고급 산후조리원에서 체험기를 썼을까'였다.


마사지 비용을 제외한 '2주 800만 원' 초호화 조리원에서는 안 지내봤으니 뭐라 말은 못 하겠지만, 조리원은 평생 머무르는 집 같은 곳은 아니다. 그렇다고 사놓고 월세를 받을 것도 아니고, 아무리 길어봐야 한 달 이상 지낼 곳도 아니다. 2주도 갑갑해서 빨리 나가고 싶다는 산모도 많다.


또 최고의 신선한 식사 제공이라고 하는데, 그래봤자 소고기 미역국, 홍합 미역국, 황태/참치/바지락/가자미 미역국이..(초호화라해도) 한국 산모에게 미역국이 빠질 수는 없을 테다. 고급 귀족 조리원이어도빨리 회복하고 젖을 잘 돌게 하려면 하루 한 끼는 거의 나온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좋은 음식도 먹어봐야 삼시 세 끼다. 그렇기에 고급 조리원이 있다고 들어도 '굳이 뭐 그렇게까지'다. 아이비리그 대학마냥 아무리 돈이 들어도 갈 수만 있다면 꼭 가고 싶은, 그런 동경하고 선망하지 않는 곳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리원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보통은 집이나 남편 직장과 가까운 곳인지 다른 산모들과 밥을 함께 먹고 수유도 같이 하는 등 사귐을 원하는지, 각 방으로 식사가 배달돼 관계를 맺기보다는 조용히 머물다 가기를 원하는지, 소아과 선생님이 직접 회진을 돌고 결과도 직접 알려주는 곳인지 등 여러 가지 선택 기준이 있다.


"2주 800만' 조리원 체험기"라고 하면 일단 미국에서는 조리원이 없기 때문에 쓴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서도 2주에 800만 원짜리(마사지 비용 별도) 조리원은 일반적이지 않다. 이런 곳은 보통 프라이버시를 보호받고 싶은 연예인, 건강보험료를 일반인 평균 월급 수준으로 내는 기업 임원 가족 등이 주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들이 얼굴 퉁퉁 붓고 머리도 잘 못 감고, 서로 가슴 다 내놓고 하는 그런 곳에서 다른 산모들과 민낯을 부대끼면서 안정을 취하긴 어렵지 않겠는가. 기업 임원이나 고위급 공무원 가족도 마찬가지다. 알만한 사람들은 알아볼 수도 있을텐데 산모 본인은 물론이고, 면회온 가족들도 맘 편히 딸이나 며느리, 손주를 보고 가기도 힘들 테니 말이다. 금액이 비싸니 일반 조리원보다 산모 수도 적을 테고. 다만 연예인이나 재벌가에서 가는 조리원이 알려지자, 그럴 여력이 안 되는 극히 일부 사람들이 '마치 이런 조리원에 다니면 그들과 동급이 되는 것 마냥 소속감을 부여'하는 게 하나의 마케팅 요소가 되면서 조리원 존재 의미가 변질된 것은 있다. 이 얘기는 곧 다시 하겠다.


그래서 '기자의 체험기'라고 하는 것에 더욱 의문이 든다. 보통의 '체험기'는 평소에는 접근하기 힘들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다른 차원(?)의 것을 대신 직접 체험해 보면서 느껴보고 문제점을 찾아보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 그것을 일컬어 '체험기'라고 한다. 예를 들어 남기자의 임산부 체험기라든지, 휠체어로 대중교통을 탑승해 본든지, 한겨울 노숙, 한여름 쪽방촌, 아이돌 연습생 체험 같은 기사에 보통 '체험기'라는 이름을 달고 나간다. 황새 쫓아가려는 뱁새들도 가랑이 찢어가면서 가기야 하겠지만. 기자가 입소 전에 그것은 알아나보고 간 것인지도 궁금하고, 거기에 대한 통계도 없고, 이 기자가 내 후배였다면 이 기사는 절대 못 나갔을 텐데, 뉴욕타임스의 수준이 이렇단 말인가?!


또 이렇게 쓰면 어디서 '거지 근성'이냐고 이럴까 봐 미리 말하는데, 필자도 나름 '강남 조리원 출신!!이라고 써본다. (당시엔 강남에서 전세로 살던 때라 - 제 조리원 선택 기준은 집과 가장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강남 조리원도 보통 2주 200만 원 대다(마사지 제외). 물론 이 가격에도 '억'소리가 났지만 ‘지인 소개' 할인에 '얼리버드' 할인에 이것저것 대폭 저렴해진 비용으로 결제할 수 있었다. (많은 조리원들이 그렇게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물론 내 브런치 글의 본질은 돈 얘기가 절대 아니다. 넘어가자 빨리.


또 기자는 어디서 어떻게 만난 임산부를 인터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은 신생아 시절 만났던 친구를 기억하는지 묻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그 문장을 내뱉은 건 기자 본인이 아닌 인터뷰이더라도, 이 기사의 파장을 생각하면, 그 문장만을 그렇게 단편적으로 실을 수만은 없을 듯하다. 그 임산부 한 명의 생각이 대한민국 여성 전체의 생각을 대변하듯 말이다. 언제부터 '조리원'이 '사회적 계층'을 나누는 곳이었는가.(800만 원에 가질 수 있는 사회적 계층이면 줄 서서라도 사야지) 기사의 저의에 의심이 갔고, "조리원이 24시간 휴식하는 곳"에서는 의심이 어느 정도 확신으로 바뀌게 됐다.



산후조리원이 정녕 천국일까? 조리원의 역설
 

로레타 기자가 한국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지내보고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해보고 또 특유의 시집살이(?)를 겪어보고서 조리원을 맛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산후조리원 특히 조리원을 칭하는 이른바 '조리원 천국'이라는 말은 육아휴직이 정녕 육아'휴직'이 아닌 것처럼 상당히 역설적인 부분이 많다.


조리원은 퇴소와 동시에 여생에 다신 없을, (다들 육아의 끝은 '임종 전'이라 하죠) 죽기 전까지 끝나지 않을 '보통 한국 여성'의 육아 & 살림 & 시집살이 & 직업인으로까지 감내하며 살아야 하는 그 고된 인생을, 그나마 (고작) 2주간의 '보상'을 받는 ‘엄마통과의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출산의 고통을 끝낸 여성이, 육아라는 지옥문을 열기 전 '일평생 다신 없을 휴식을 누리는 곳으로 '착각(?)하도' 조리원에 가는 것이다. (조리원에는 휴식이 그리 없다. 정말 정신없이 바쁘다)


아이를 품고 있는 10개월 동안 몸이 변하고 호르몬의 노예가 된 아내, 앞으로도 내 딸이 계속 노예로 살게 될 것을 잘 아는 가족은 "그래 그렇게 고생하는데 매일도, 매년도 아니고, 평생에 한두 번 이 정도 못해주겠어~"라는 식으로 해주는 식이다. 그런 대접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조리원을 나오는 순간부터 응당 그래야 하는 것처럼 독박육아를 감내한다. 한국 여성은 선한 가스라이팅 마케팅을 당하고 있다.  


유교 가스라이팅 + 보여주기 마케팅 = 과도한 조리원 비용(feat. 사회적 계층)


사람과 사랑이 모이는 곳에는 돈이 찰싹 달라붙고 돈이 따라오는 곳에는 항상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더구나 유교 마인드, 즉 가족을 위하고 챙기는 문화가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 특유의 분위기와 만나 변질되면서, 사랑하는 아내와 미래에 태어날 아기에 대한 가족들의 애정은 돈 벌기 좋은 시장이 되고 말았다.


"우리 자기 사랑하는데 이 정도는 못해주겠어?" "여보, 나에 대한 사랑을 보여줘" 당장 카드값 갚을 여유도 없으면서 초호화 조리원 비용 수백만 원을 긁고, 아내는 조리원 인증샷을 인별그램과 너튜브에 올리면서 가시적 사랑을 과시한다. 사랑하는 아내가 출산하면, 아이가 세상에 나오면, 저 정도 돈을 써야만 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을 저울질하도록 만들고, 비교하게 하는 건 당연히 문제가 있다.


조리원이 당초 생긴 것은 분명 저렇게 "나 여기 조리원 들어갔어요"를 과시하고 자랑하라고 만들어진 곳이 절대 아니다. 조리원 입소하면 어차피 모두 다 똑같은 원피스 조리원복 입고 퉁퉁 불어난 민낯에, 수면 양말 신고, 머리 질끈 묶고, 손목 보호대 차고, 아직 이리저리 아물지 못한 몸 건사하느라 슬리퍼 질질 끌고 다니면서, 우리 아기 품에 안고 젖 먹이는 모습만 봐서는, 누가 재벌이든 서민이든 알 길이 없다.



딸에서 엄마로 가는 훈련소


임신하고,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 가보고, 또 나와서 키워보니 조리원이라는 곳이 왜 생겼고, 한국처럼 유행이 빠르게 변화하는 곳에서 조리원이 잠깐 유행하다 사라지는 시설이 아닌, 아이 낳으면 가야만 하는 곳처럼 돼버린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조리원은 절대 우아한 곳이 아니다. 육아 선배들이 그랬다. "일생에 다시없을, 2주간의 천국이라고. 그러면서도 하나같이 "겁~나 바쁘다. 못 쉰다"고 말했다.  

조리원에서는 잠을 4시간 이상 푹 자기가 힘들다. 왜냐고? 우리 아가 밥 줘야 하거든. 그러니 뉴욕타임스 기자의 조리원 체험기에 도무지 공감할 수가 없다. 물론 마사지 비용 포함하면 2주에 아마 1400~1500만 원은 족히 하는 그런 곳은 정말 다른 차원의 세계일 수도 있겠다. 누군가를 인터뷰해서 쓴 게 아니라 글을 쓴 기자가 스스로 24시간 쉬었다고 하니, 그렇다고 믿을 수밖에.


그런데 ‘24시간 휴식 보장이 팩트’라면 모자동실(엄마와 아이가 같이 있는 - 즉, 유축한 모유나 분유를 조리원 선생님이 아닌, 엄마가 아이를 안고 모유를 직접 먹이는) 시간을 안 갖는다는 뜻이기는 하다. '산모가 원하면 그렇게 하나보다'라고 미뤄 짐작할 뿐이다. 그렇다고 그 조리원이 어딘지도 모르는데 강남에 비싸다는 조리원에 대뜸 전화해서 "모자동실 안 하나요?"라고 팩트체크하기에는 다소 힘든 점이 있으니 이 점은 양해부탁드린다.


물론 내 새끼 모유 직수를 하든 유축한 것을 먹여달라고 하든 분유를 먹이든, 그건 모두 엄마의 선택이고 진심으로 존중한다. 신생아에게 황달이 생기면 모유 먹이고 싶어도 못 먹인다. 나도 첫째는 6개월 직수했지만, 둘째는 복직 등의 이슈로 한 달만 먹였다. 개인마다, 또 가슴마다 사정이 있는 것이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산후조리원이 24시간 휴식을 하는 그런 시스템이 아닌데 마치 대한민국의 조리원이 그렇게 비싸고 입소한 산모들은 모두 호텔에서 쉬듯 편안하게 누리고 나오는 것처럼 기사를 쓴 것은, 남녀 간 또 세대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는 것이다.


내가 느낀 조리원은 단순히 "아기 낳느라 고생했으니 온전히 쉬어요" 하는 곳이 절대 아니었다. 자연분만을 했든, 제왕절개를 했든, 아이 낳고 회복하면서, 퇴소를 하고 난 뒤에 집에 돌아와서부터 아이를 혼자서 기를 수 있도록, 한 여성에서 --> 한 생명을 책임지는 부모 역할과 임무를 배우고 체득하는 훈련소에 가까웠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자신의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든 사 먹든, 한 끼 정도는 거르든, 직접 해 먹든 내 입에 들어가는 건 어떻게든 연명해 왔지만, 이제부터는 한 생명을 온전히 키워야 한다. 이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옛날에는 조리원 없이도 잘 기르고 했다지만 그때는 말 그대로 옛날이다. 한 동네가 아이들을 키우던 공동체 시절이다. 그때와 자꾸 지금을 비교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 시절 여성보다 어쩌면 지금 우리 여성들은 많이 가사나 육아 면에서는 어리기도 하다. 그때 어머님들은 배움의 기회가 적었고 집에만 있었기에 (너무 속상하다ㅜ) 육아 살림에는 능했지만 지금은 반대다. 대학 나와 사회 생활하는 여성들은 대폭 늘어났지만 집안 살림에 익숙하지 못한 여성도 상당하다. (나는 밥은 지어도 라면물 맞추는 건 지금도 왜 그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나처럼 지방에서 태어나 대학을 서울이나 다른 지역, 혹은 다른 나라로 가게 되면 집밥을 먹는 건 학창 시절이 전부, 그 중에서도 삼세끼 중 아침뿐이다. 학교-학원-집을 돌고 그러다 대학 가고 직장 가면서 밥을 어떻게 하는지보다는 어떻게 주문하거나 사 먹는지에 익숙한 세대다. 자취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1인분만 집에서 해 먹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혼자 먹는다고 조금씩 사서 요리하는 게 사 먹는 것보다 더 비싸다. 저렴하게 장 본다고 대량으로 사뒀다간 다 못 먹고 버리는 게 태반이다.  


조리원은 2주 안에 최소한의 엄마 노릇을 알려준다. 분유는 어떻게 타는지, 어떻게 먹이는지, 먹고 나서 트림은 어떻게 하는지, 젖병 씻고 소독하는 법, 아기 목욕하는 방법, 아이가 열날 때, 두드러기나 발진이 날 때, 울음을 그치지 않을 때, 젖이나 분유를 거부할 때, 열이 날 때, 잠을 자지 않을 때 등등 너무나 작고 소중하지만, 또 작고 소중해서 약도 함부로 먹일 수 없고 하나부터 열까지 조심스러운 아기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알려준다. 키워가면서 물론 다 안다지만, 모든 걸 시간에만 맡기기에는 여성의 경우 복직 문제도 있고 아이 키우는 하루하루도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무엇보다 조리원이 한국에서 출산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젖 먹던 힘까지"라는 노래 가사처럼 우리 아이의 근원의 힘, 양질의 젖을 생산(?)하고, 먹이는 법을 가르쳐준다. 이에 앞서 아이의 주식 공급처인 엄마의 가슴 상태를 최상으로 개선해, 퇴소 후에도 아기가 언제든 편하게 배를 채우는 순환 시스템을 만들어준다.



"젖이 분수처럼 솟아나요, 하늘까지 닿겠네"


첫째는 딸이고 3kg 남짓 태어났지만 나의 타고난 골반이 좁은 탓에 분만은 쉽지 않았다. 둘째는 남자애였고 3.7kg으로 세상에 나왔다. 아기가 자궁 끝에 내려왔는데도 나오는 길목이 좁아 그야말로 난산이었다. 산소호흡기까지 끼고 하늘이 노래지는 걸 실제 경험하면서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고 자연분만했던 나였다.


이런 내가 밤새도록 잠도 못 자고 눈물을 펑펑 흘린 날이 있었으니 바로 '젖몸살' 때문이었다. 젖몸살의 고통은 안 겪어 본 사람은 모른다. 젖몸살이란 단어조차 참으로 고상한 단어다. 몸살이 아니라 고문에 가깝다. 출산의 고통이 허리와 골반이 끊어지는 듯한 극심한 생리통에 비유할 수 있다면 젖몸살은.. 아.. 태어나서 그런 고통은 처음이라, 불타오르는 돌덩이가 가슴 두 짝에 '뻑'하고 박힌 기분이랄까. 열도 나고 점점 몸까지 막 굳어가는 것 같아서, 이러다 정말 잘못될 것만 같은 불안함과 공포가 극에 달한다.


그 노므 젖몸살, 아니 젖고문을 멈추게 하고 우리 아가가 때가 되면 편히 마실 수 있는 우물 시스템이 조리원에서 만들어진다. 아이가 태어나고 하루 정도 지나면 가슴에 지잉~ 하고 젖 도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자연분만의 경우에는 보통 2박 3일 뒤에 퇴원하는데, 곧바로 조리원으로 가서 산모 가슴 상태에 따라 가슴을 마사지해 주고 영양분이 가득하다는 초유를 먹이는 것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둘째를 난산하면서 애가 나오다가 양수를 마셨고 폐가 젖으면서 세상에 나오자마자 엄마 품 대신 인큐베이터에 닷새간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태어난 아이가 엄마 젖을 물면 본능적으로 빨면서 유선 관리가 어느 정도는 된다고는 한디. 하지만 나는,

젖을 물 아기가 병원에 가는 바람에, 가슴 안에서 미친 듯이 도는 젖이 바깥으로 나오지 못했고, 둘째 출산이다 보니 유선이 남아있어 더 빨리, 활발하게 젖이 돌면서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눈물콧물땀범벅 고통과 절규뿐인 젖몸살을 겪었다.



"아니 치밀할 게 없어서 유방이 치밀한가
가슴이라도 크면 억울하지나 않지"


한국 여자로 태어났고 외국 여성의 가슴은 경험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한국 여성 중에는 치밀 유방이 또 많단다. 서양 여자들처럼 크기라도 하면 억울하지도 않지. 성격이나 치밀할 것이지 게 따로 없어서 유방이 치밀하다니. 이러니 가슴 관리, 정확히는 유선 관리가 필수다. 옛날에는 가슴 관리만 따로 해주는 분들이 산모의 집으로 갔다고 한다.


젖이 뭉쳐서 울면서 실장님을 찾아가면 상의를 탈의한 뒤 마사지 베드에 눕는다. 그 베드에는 비닐이 깔려있다. 실장님은 두 팔을 걷어붙이고 앉아서, 요리조리 주물럭 주물럭 가슴을 매만진다. 그 작은 압에도 '악, 악' 소리를 지르며 고통을 호소한다. 조금 지나면 젖이 그래도 돌덩이에서, 하루정도 공기에 노출된 점토 같은 굳기로 변한다. 이러다 젖꼭지를 엄지와 검지로 쭉, 누르면 젖이, 거짓말 안 보태고 천장까지 솟구친다. 그렇게 치솟은 젖이 중력을 견디지 못해 내 얼굴에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건 양반이다. 맨 가슴을 맡긴 것만 해도 민망한데 그 젖이 쭉쭉 짤 때마다 실장님 얼굴에, 안경에다 물총처럼 휘갈기기도 한다.


산후조리원 마사지에는; 우아하고 품격 있는 아로마 마사지도 있겠지만, 말이 좋아 마사지지, 이렇게 몸살과 민망함이 점철된 날것의 마사지도 있다. 일상으로 회복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인 셈이다.


조리원을 막무가내로 해명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놀란 것도 있다. ‘모유수유를 반드시 (오랫동안) 해야만 하나’에 대한 혼란이 생겨서다. 모유가 좋은 것엔 동의하지만 '오히려 여성을 너무 또 '엄마의 의무'에만 옭아매는 것은 아닌가'는 의문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보면 안다. 모유수유는 할 수만 있다면 따로 젖병이나 보온병 등 장비(?)를 들고 다닐 필요도 없고, 당연히 분유값도 아낀다. 아기와 애착 형성에도 좋고 재우기도 편하다. 이건 직수를 첫째 6개월, 둘째 한 달만 하면서 스스로 느낀 바다. "한 달만 모유수유해야지" 했다가 익숙해지니 엄마가 편해서 1년, 18개월씩 했다는 친구들도 있다.



"소모적이고 상처뿐인
남녀갈등 원치 않아 이 글을 씁니다"


조리원은 이런 곳이다. 일반적인 조리원은 기사에서처럼 우아하게 24시간 휴식을 취하고 고상하게 여유를 만끽하다 나오는 그런 곳이 아니다. 육아휴직을 하면서, 회사에 간 남편이 집에 돌아올 때까지, 아이와 단 둘만 있어야 하는 긴 하루를 혼자서도 잘 버티고 아이 잘 먹이고 해야 할 일을 해내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조리원은 2주 스파르타 엄마 훈련소다. 조리원 비용이 그 비용만 봐서는 결코 싸지 않다. 하지만 짚어보면 안다. 결국 인건비다. 비용 대부분은 산모 관리하고 아기들 돌봐주느라 밤새 고생하는 실장님들 선생님들 귀한 수고료다. 그 선생님들은 다 우리네 엄마뻘이다.


기본적으로 3~4 시간마다 아이 젖 먹이고, 유축하고, 분유 타는 법도 배우고 가슴 마사지 수업도 들어야 하고 아이들 외출할 때 속싸개 겉싸개 싸는 법도 배운다. 그런 게 또 한 번 본다고 입력이 되겠는가. 선생님들과 함께 여러 번 연습해 보기도 하고, 또 조리원과 연계된 소아과 선생님이 회진 와서 아이들 건강 상태도 매일 체크해 주신다.


이처럼 당장 필요한 것들은 집에 있는다고 저절로 해결될 리 없다. 남편이 휴가 내고 집에 같이 있다한들, 둘 다 육아에 대한 인풋은 0이고 ‘육아를 블로그로 배웠어요’라기에는 검색력과 이해력에 저마다 다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저런 배움과 체득의 기회비용과 유선 관리를 위한 외부 시설(?) 방문 및 신생아 건강 체크 비용 등을 따지면, 조리원이 한국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유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오일 마사지 같은 일종의 미용 목적의 비용은 그래서 조리원리 따로 받는 것이다. 마사지가 그럼 반드시 필요하나?라고 묻는다면, 이것 또한 산모 상태에 따라 다르다. 솔직히 말해서 마사지를 받는다고 임신 기간 동안 쪘던 살이 드라마틱하게 빠질 일은 단연코 없다. 빧지는 건 부기다. 그래서 몸이 잘 붓는 타입이면 본인이 적당히 받으면 된다. 실제 내가 조리원에 있을 때 마사지를 주 1회씩, 총 2번만 받은 산모도 더러 있었다. 그 엄마는 마사지받을 시간에 '잠'을 택했다. 어디까지나 이건 선택의 영역이다. 그리고 마사지도 포기할 만큼, 그 정도로 바쁜 곳이 조리원이다.


옛날에는 공동체 시대니까 초보맘이 서툴러도 애 둘셋은 기본으로 낳던 옆집, 윗집, 아랫집 아주머니, 할머니의 엄청난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해 '애 얼굴이 상했다느니, 울음소리가 예사롭지 않다느니' 봐주시기도 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또 초호화 조리원도 가면 어떤가. 돈이 넘쳐나는 사람들이 돈 쓰는 게 무슨 문제인가. 일자리도 창출하고, 경기도 돌게 하는 건데. 돈 많은 부자들이 돈을 안 쓰는 것도 문제다. 그들이 돈 쓰기에 조리원 일자리도 창출하는 것일텐데.


조리원 예찬론처럼 흐르기도 했지만, 극심한 젖몸살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내 밥도 그저 때우기로 살아왔던 철부지가 한 엄마로 홀로서기를 하도록 도와준 조리원 선생님들이 생각나서 글을 안 쓸 수가 없었다. 내 경우에는 시댁과 친정 모두 서울에서 거리가 멀다 보니 '엄마 찬스'도 없었다. 그러니 퇴소하고 나서도 "선생님~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죠?" 몇 번이나 전화하고 여쭤보며 위기를 넘겼다.


정말 두 애 키우랴, 일하랴 바쁜데 너무 답답해서 이 글을 쓰게 됐다. "2주 800만 원, 한국 저출생 이유 알겠다" 기사 아래에는 예상한 것 이상의 혐오성 댓글이 난무했다. 그렇다고 체험기를 쓴 기자한테 어떤 감정이 있는 건 아니다. 그 기자도 한국에서 태어나 살지 않았으니, 잘 모르니까, '이런 곳이 있다'는 얘기만 듣고 신기하니까 썼을 테고 데스크 또한 어쩌면 '기가 막히네'라고 했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인 것에는 조리원을 거쳐간 많은 산모들이 고개를 끄덕일 듯한다.


이 글이 많이 회자돼서 조리원에 대한 오해가 사라지길 바라본다. 그 '쓸데없는 짓', '사치'라느니 그 이상의 입에 담고 싶지도 않을 그런 말들을 뱉어가면서 남녀혐오, 세대갈등을 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싸움이고 갈등인지. 그래서 조리원이 다 문 닫으면 "승리"를 외칠 것인지, 정녕 저출생의 원인이 '조리원'에만 있는 것인지, 그냥 원망할 데가 없으니 '비싼' 조리원 탓으로 돌리고 싶은 것인지를 돌아보는 게 지금 이순간 더 절실하다:


아이를 키우는 데 사교육 등으로 돈이 많이 드는 건 맞지만 저출생의 원인을 조리원과 결부하기보다는, '남들에게 비춰지는 삶을 중요시하게 여기는 것'이 진짜 문제의 본질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부동산도, 사교육도 마찬가지다. 남들은 이런 집에서 사니까, 남들도 자식에게 이 정도 교육은 해주니까 나만 안 해주면 마치 뒤처지는 것 같고 못 사는 것 같고.. 이런 심리를 이용하는 마케팅과 서로를 가스라이팅하는 가족들도 문제인 것인데.. 근본적인 문제는 제쳐두고 서로를 비난만 하고 있느니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여러모로 힘 빠지고 답답할 노릇이다.

 

어쩌다가 이 사회에가 이리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변치 않는 진리는 생명은 소중하다는 것이고 아이 키우는 게 정말 힘들기만 했다면 인류는 애당초 멸망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결혼도 출산도 다 본인들 선택이다. 비싼 조리원을 간들, 가면 어떤가. 자기 돈 보태준 거 아니고, 키워줄 거 아니고 일주일에 단 하루, 단 한 시간이라도 돌봐줄 거 아니면 남이 뭘 하고 어떻게 사는지 훈수 두지 말고 합죽이가 됩시다.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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