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아침은 1교시부터 수업이 있다. 학생들도 힘들겠지만 아침잠이 많은 나도 힘들다.
20대 초반인 학생들에게 부끄럽게도 나는 개강 첫 날 지각을 했다. 나이가 지긋하신 어떤 선생님은 지난 주, 단과대학 학장님과의 점심약속 때문에 강의시간을 늦추시고 꽤 늦게서야 강의실로 가셨다. 나는 그런 일로도 당연하고 어떤 사유로도 지금까지 강의 시간에 늦어본 일은 없었다.
화요일 수업은 이번 학기에 처음 강의를 시작한 새 학교였다. 강의실도 찾아가야 하는 새 학기 첫 날 하필 지각을 해서 마음은 더 바빴다.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이, 나는 그 날 꽤 여유있게 집에서 출발했었다는 것이다. 이번 학기에 출강하는 대학교는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도시에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도시가 꽤 익숙하다고 자신만만했다. 수십년 전부터 봐 왔기에 이 곳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도 줄줄 외울 수 있다. 그럼에도 어쨌든 이 곳 출강은 처음이니 근처의 다른 대학교 출강 때보다도 여유 있게 길을 나섰다. 그러나 결국 아침 출근시간이 그렇게나 밀릴 것은 생각을 못했다.
개강한 다음 주부터는 그래서 첫 주보다 더 일찍 출발했다. 9시 수업이면 수업 시간 20분 전에는 학교에 도착했다. 강사실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나는 일찍부터 강의실로 가 있었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늘 먼저 와서 음악이나 듣고 있으니 썩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지난 몇 주간은 여유있게 강의를 시작했으나, 이 수업을 위해 정작 집에서는 이른 시간에 출발해야 해서 아침시간이 분주했다. 나중에 보니, 눈이 퉁퉁 붓거나 머리가 덜 마른 채로 강의를 시작하기도 했더라. 지각은 하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다. 저 선생님도 우리처럼 아침에 분주하시구나, 하고 말이다.
그러다가 이번 주에는, 잔머리를 굴려 보았다. 집에서 그 학교까지 가는 길은 지방도로도 있고 국도도 있고, 새로 난 자동차 전용도로도 있고, 그리고 고속도로도 있다. 나는 그간 신호등 없이 학교 앞까지 갈 수 있는 자동차 전용도로로 다녔었는데, 혹시 더 빠른 길이나 거리가 짧은 길이 있을 수 있으니 네비게이션에게 길을 물어 보기로 했다.
사실, 출근시간만 한 시간 이상이 걸려서 나는 도로에 정체되어 있는 시간부터 꽤 지치고 있었다. 맑은 하늘을 보며 신호등 없이 아침바람 맞으며 음악 들으며 기분전환이 되어야 출근길이지! 서울이 아닌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출근길부터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역시, 네비게이션의 선택은 달랐다. 지금까지 내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방향으로 나를 안내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고속도로였다.
아차, 그러고 보니, 지금 내가 사는 곳은 고속도로 나들목과 꽤 가깝다. 화요일 1교시가 있는 그 학교도 고속도로와 가깝다. 나는 지금까지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지금까지 이 생각을 못하고 출근길 차량들로 꽉 막혀 학교 전방 겨우 몇 킬로 앞에서 30분을 지체해야 하는 그 길을 두 달이나 오간 것이다. 그래서 지난 주, 어찌되나 보자 하고 네비게이션이 최우선으로 알려준 길로 달렸더니 시간이 30분이나 단축되었다.
아침 시간 30분의 여유는 꽤 컸다. 주차도 여유롭게 하고, 천천히 걸어 강의실에 도착했으며,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여유있게 준비할 수 있었다.
오늘 내가 달린 고속도로는 원래부터 거기 있던 길이었다. 나는 그간 시내를 통과하는 길, 수시로 바뀌고 정비되고 새로 난 도심 속 길들에 익숙해 있었다. 원래 있던 길, 오래 된 그 고속도로 나들목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길은 여러 갈래였다. 익숙한 한 방향만을 고집할 일은 아니었다. 가다가 방향의 전환이 필요할 때 또 다른 길이 있음을 자각하면 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