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오행](2023)에 실린 글입니다._에드 시런 [퍼펙트]
에드 시런의 이 음악이 한참 유행했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다소 주춤한 듯 보이는 버스킹이 전 세계를 강타했던 때, 지방의 소도시에서도, 유럽의 유명한 관광지에서도, 그리고 TV 프로그램에서도 길가의 버스킹은 흔한 소재였다. 버스킹으로 인해 한때의 영광을 다시 누려 본 한국의 가수들도 있고, 대중을 향해 다시 용기를 내겠다며 여행 버스킹에 도전하는 가수의 이야기들도 다큐가 되었었다.
장범준의 음악이나 악뮤(악동 뮤지션)와 같은 몇몇 아티스트들이 주목받기 시작하던 그 시기, 에드 시런의 노래도 전 세계에서 꽤 자주 들을 수 있었던 버스킹 레퍼토리였다고 본다. 거리에서 부르고 듣기에 꽤 좋기도 했던 이 노래는 일명 “떼창”이 가능했던 몇 안 되는 팝 음악이었을 것이다.
나는 2019년쯤부터 이 음악이 좋았다. 뮤직비디오도 좋았고 가사 또한 참 솔직하고 울림이 있는 듯해서. 사실 어떤 노래 가사가 좋다면 그냥 듣기에 좋은 가사여서 일수도 있지만, 그 음악을 들었던 시기 자신만의 상황과 이야기와 그때의 감정이 보통은 사진의 한 장면처럼 각인되어 남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언제나 그 음악을 들을 때마다 생각나며 그리움처럼 남아 있는 그 음악과 나 사이의 스토리…
악보를 연습한 것은 꽤 되었으나, 아름다운 선율에 으레 포함되는 많은 반박자나 엇박자의 율동에 속도를 못 맞추기도 해서 아직 “퍼펙트”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마지막까지는 해 볼 수 있으니 작은 프로젝트 하나는 더듬더듬 마친 셈이다. 훨씬 멋지게 연주되는 여러 버전의 변주곡은 따라잡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자동적으로 2019년의 여름 그 시간이 소환되어 버리고 만다.
아, 그 해 여름의 기억은 사실 너무 불완전해서 딱 떼어서 버리고 싶다. 역사의 뒤안길 너머 너머 저너머쯤 아무도 안 보는 곳에 슬쩍 놓아버리고 싶은 실패의 시간이었다. 인생이 선택의 연속이라면 이렇게 가끔은 다른 길로 접어드는 선택을 했다가 다시 뒤돌아 처음 출발선으로 가야 하는 일들도 있는 것 같다.
모든 선택이 완전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필 왜 나에게 이렇게 시련이 될 만한 선택권이 생겼던 것일까. 이유를 아무리 돌아보려 해도 그때 그 길에 서 있던 사람은 나였다. 해명의 여지가 없다.
에드 시런의 <퍼펙트>,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 속에도 그런 감정의 소란스러움이 섞여 나오지만, 그러나 주인공이 자기 인생의 그 완벽한 한 사람을 만나게 된 것 또한 단 한 번 용기를 낸 선택 덕분이었다. 여러 번의 선택 중에는 언제나 용기가 필요한 일들이 있는 것 같다. 나처럼, 앞뒤 생각 덜 하고 준비 없이 내던지는 그런 무모함 말고.
그래서 이 노래는 언제나, 그때의 그 황당하고도 바보 같은 무모한 도전을 늘 기억하라는 의미로 항상 남을 것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눈에 그려지는 그때의 그 시간들과 감정들… 음악이란 참, 알 수 없는 창작물이다.
<퍼펙트>, 언제나 남을 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라, 그리고 인생의 시간에 기록하라, 완벽하게.
2022/ [캐논까지 느릿느릿]/ [계절의 오행](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