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오행](2023)에 실린 글입니다._버터 플라이 왈츠
이루마의 연주곡들도 참 아름답지만, 비슷하게, 나는 브라이언 크레인(Brian Crane)도 좋아했다. 크레인의 곡들을 알게 된 것은 방송국에서 일할 때, 프로그램에 사용할 배경음악을 고르면서였다. 그때가 피아노나 여타의 연주곡 앨범들을 참 많이 들었던 시기였다.
한 시간 분량의 프로그램이면 매일매일 최소한 4-5곡 정도 방송할 음악을 선곡해야 했고, 시사프로그램에서 평균 4-5곡, 문화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맡았을 때에는 시 낭송이나 소설 장면이나 부분 내레이션 등이 있어서 더 많은 배경음악이 준비되어 있어야 했다.
컬렉션 앨범들은 이럴 때 참 요긴하게 쓰였다. 특히 크레인의 음악들은 분위기에 크게 관계없이 편하게 골라도 여기저기 꽤 잘 어울리기도 했던 것 같다. 급하게 선곡할 때나 방송 준비 시간을 줄이기 위해 어떤 때는 내 프로그램 서랍에 여분의 CD를 넣어두고 필요할 때 바로 찾아 쓰기도 했었다.
피아노를 배우게 되면서, 한 번쯤 버터플라이 왈츠(Butterfly Waltz)는 도전해 보고 싶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독학용 연습 영상도 꽤 많다. 선율도 아름다운데 악보도 단순해서 인기 있는 것 같다. 나는 (당연히) 아주 초보자 버전으로 도전했다.
많이 부족하지만 브라이언 크레인의 음악을 피아노로 칠 수 있다니! 다음에 도전할 다른 버전의 버터플라이 왈츠는 많이 연습해야 가능하겠지만 우선 도전했다는 데에 의의를 두자, 미스 바이엘.
초등학교 1학년 학생도 피아노를 조금만 배우면 칠 수 있는 저 단순한 악보를 익혔다고 뭐 그리 대단하겠는가, 오랫동안 좋아한 음악을 내 손으로 연주했다는, 나에게만 의미 있을 그 사실 외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나 시작이 반.
여기서부터 나는 피아노 페달을 조절하며 밟을 수 있게 된다. 캐논 악보에서는 마디마다 규칙적으로 페달을 밟아주면 되었지만, 이제 나에게 조금 더 자유가 생겼다.
음들이 겹쳐져 탁한 소리로 변했을 때, 환경 정화와 변화가 필요할 때, 막힌 곳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그럴 때 나의 의지로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유가 생겼다. 은은한 울림을 시도할 수 있는 자유, 페달을 다시 밟을 수 있는 자유, 그리고 나비의 날갯짓과 같은 정신의 자유.
아,
자유란 이렇게 삶을 풍성하고 의미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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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플라이 왈츠,
음들이 겹쳐질 때 페달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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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캐논까지 느릿느릿]/ [계절의 오행](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