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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May 22. 2019

<인생학교> 일: 일에서 충만함을 찾는 법

나는 현재 나를 충만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가?

인생학교(The School of Life)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삶의 지혜와 생활의 기술을 나누기 위해 영국의 유명한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이 시작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2008년 영국 런던에 처음 개교를 한 후 전 세계 10개국 11개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서울에도 분교가 있다.


도서 <인생학교> 시리즈는 돈, 일, 섹스, 시간, 세상, 정신 6가지 분야를 다루는 6권의 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알랭 드 보통과 그의 동료 사상가들이 오랫동안 고민해온 문제와 이에 대한 그들의 해답, 독자들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들을 친절하게 담고 있다. 오늘은 시리즈의 하나인 "일"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크르즈나릭의 첫 번째 질문: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직업의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저자 로먼 크르즈나릭이 이 책을 통해 던지는 질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직업의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둘째, 어떤 방법으로 직업을 바꾸고 그 과정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위 두 질문에 답하며 저자는 충만한 일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모두에게 맞는 정답은 없지만, 자신에게 맞는 답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자세를 말이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크르즈나릭의 답은 의미, 몰입, 자유이다. 현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 연봉(돈)과 그 직업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인식되는지(사회적 지위)를 본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소위 ‘사’ 자 들어가는 직업이 수 십 년 동안 많은 아이들의 장래희망이자 1등 신랑/신붓감으로 자리 잡아온 것이다. 오랫동안 의미 있는 일을 찾아 헤맸던 나조차 돈과 사회적 지위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일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다른 사람과 내 연봉을 비교하기 시작했고, 내 직장과 직업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가 만족되는 직업을 가지고도 불행한 사람이 넘쳐난다. 돈과 사회적 지위가 성취감의 핵심 요소가 아니라는 걸 반증해주는 것이다.


    진정으로 일에서 성취감을 얻고자 한다면 세상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하고 있다는 의미, 내 열정을 다 쏟을 수 있는 몰입,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는 자유와 자율성이 있어야 한다고 크르즈나릭은 주장한다. 모두 다 내가 원해왔고 추구하려고 노력해 왔던 것들이다. 그런데도 내가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나에게 의미, 몰입, 자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다시 생각해 보려 한다.


    나에게 ‘의미’란, 불평등이나 환경오염 같은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잘못된 경제사회구조를 고치거나 이를 타개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만들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나에게 ‘몰입’을 경험하게 해주는 일은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를 적어보자면, (1) 현장에서 뛰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이 느끼는 현장의 애로사항이나 관점을 배우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 (2) 다른 사람이 작성한 글이나 자료를 검토하고 잘못된 부분을 고치거나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 (3) 내가 믿고 있는 신념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4) 업무 프로세스를 매뉴얼로 만들어 체계화하는 것, (5) 데이터를 정리하고 분석하여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 등이다.


    ‘자유 대해 크르즈나릭은 여러 논점을 이야기한다. (1) 자신의 관심사와 재능, 우선순위에 따라 직접 설계한 맞춤 직업을 갖든가, (2) 급여를 받는 직업에 쏟는 시간을 줄여  밖의 시간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가꾸든가, (3) 가정과 일의 추를 저울질하는  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스스로 직업을 설계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내가 현재 하고 싶은 일은 지속 가능한 지구공동체를 위해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것이다. 내가 말하는 지구공동체란 다양한 사람, 동물, 자연환경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고, 이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사는 공동체를 꿈꾼다. 내가 채식을 시작한 것도 다양한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존중되었으면 하는 마음, 넘쳐나는 식량  굶주리는 사람들이 없길 바라는 마음, 불필요한 동물의 고통과 희생을 최소화하고 싶은 마음, 파괴되어 가는 환경을 보살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기능적(혹은 직무적)으로 내가 이러한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하고 실험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하나의 직업을 빨리 선택해야 한다고 고민했을 텐데, 크르즈나릭이 알려준 연속 스페셜리스트(혹은 포트폴리오 노동자)라는 개념 덕분에 관점이 바뀌었다.  인생에 걸쳐 위의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나를 어떤 도구로 활용할지 앞으로 꾸준히 실험해보고 고민해보고자 한다.


    이 대목에서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크르즈나릭은 현재 개인이 처해있는 조직이나 구조 내에서 어떻게 자율성을 높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퇴사학교 아이덴티티 워크숍의 배근정 선생님이 정리한 내용을 적용하자면, 자유를 추구한다는 것은 분명한 나의 미션을 가지고 그에 따라 주체적으로 ‘나의 일’을 하는 것이다. ‘회사가 시키는 일’이 아니라 '나의 미션을 위해 하는 일’이 된다면, 누구나 자기의 모든 창의력과 역량을 동원해 그만의 일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분명 개인이 컨트롤할 수 없는 '환경의 원(circle of concern)'이 존재하겠지만, 이렇게 자신의 ‘영향력의 원(circle of influence)’을 키워나가는 것이 개인이 어떤 일을 하건 자신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법일 것이다. 다만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 개인은 자신의 미션과 공통점이 있는 조직이나 산업을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자율성을 한껏 키울 수 있는, 내 미션과의 공통점이 많은 조직이나 산업은 어디일까? 사회와 환경문제를 비즈니스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소셜임팩트 기업들, 그리고 소셜임팩트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교육, 컨설팅, 투자 등의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다.




크르즈나릭의 두 번째 질문: 어떤 방법으로 직업을 바꾸고 어떻게 최선의 결정을 내릴 것인가?



    이 책의 두 번째 질문, 어떤 방법으로 직업을 바꾸고 어떻게 최선의 결정을 내릴 것인가? 답을 먼저 말하자면, There’s no one-size-fits-all solution! 다만 크르즈나릭은 몇 가지 유념해야 할 사항을 짚는다. 우선, 새 출발을 할 때 오는 혼란과 두려움의 근원을 이해해야 한다. 나의 경우 진로 결정을 혼란스럽게 하는 주된 이유는 (1) 세상에 재미있어 보이는 일이 너무 많다는 점, (2) 내가 선택할 일이 현재의 일보다 불만족스러우면 어쩌나 하는 불안, (3)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옛날이야기를 하며 나를 헷갈리게 하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다. 그리고 전직이 두려운 주된 이유는 (1) 그동안 쌓아온 것을 버려야 한다는 아까움, (2) 새로운 곳에서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두려움, (3) 트랜지션 과정의 고통(탐색비용,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함 등)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번 짚고 넘어가자. 인간은 기본적으로 위험기피적이다. 해보지 않은 일, 가보지 않은 길이 두려운 것은 당연하다. 실패와 성공 확률이 5:5라고 해도, 사람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성공에 대한 기대보다 크게 느낄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나쁘지 않잖아’라며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 그런데 그 근원을 보면 불안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나만 이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느낀다.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크르즈나릭은 두 가지를 조언한다. 첫째, 자신에게 맞는 완벽한 직업이 단 하나뿐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둘째, 철저하게 계획한 후 행동하지 말고, 자기 안의 다양한 자아를 끄집어 내 실제로 실험해보아야 한다.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여러 직업을 탐험해보는 ‘근본적 안식기’,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서 저녁 시간이나 주말을 활용해 다른 일을 경험해보는 ‘가지치기 프로젝트’,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만나 그들의 직업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대화 리서치’ 등의 방법을 통해서 말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 잠재적 자아를 시험하고, 내가 추구하는 의미를 줄 수 있는 일을 유추해볼 수 있다. 그리고 평소 내가 언제, 무엇을 할 때 몰입하는지를 관찰해보며 자신에 대한 이해 또한 넓혀야 한다.




그래서 결론은?

    


    이와 같이 크르즈나릭은 충만한 일을 하기 위해 이해해야 할 점과 실천방안을 제시한다. 이렇게 실용적인 조언 외에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몇 가지 멘트를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직업과 자아를 일치시켜야 한다. 즉, 자신을 있는 그대로 원하는 대로 표현해주는 일을 찾아야 한다.

둘째, 천직은 찾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의미 있는 직업에 청사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셋째,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존경을 얻어야 한다. 

넷째, 내 재능과 능력을 어떻게 이 시대의 사회, 정치, 환경분야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데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살자.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는 단 한 가지 확실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물질적인 풍요나 명예, 권력을 얻는 것이 아니다. 분명한 목표와 목적을 갖고 이를 향해 포기하지 않고 전진하는 것이다. 마리 퀴리는 끈기와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즉, 자신이 어떤 일에 재능이 있다고 믿어야 하며, 어떤 희생을 치르든 그것을 달성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니체의 말을 기억하자.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그 어떤 것도 견딜 수 있다.




PS. 이 책을 추천해주고 제가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시켜준 퇴사학교 아이덴티티 워크숍의 오르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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