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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Jan 23. 2023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IR 피칭하기

TIPS 스타트업 글로벌 프로젝트 후기

2022년 10월, TIPS 스타트업 글로벌 프로젝트의 15팀 중 하나로 선정되어 미국 실리콘밸리에 가서 미국 투자자들 대상으로 IR 피칭을 했다. 우리 회사도 나도 처음으로 하는 미국 현지 IR이었기에 새롭게 배운 내용이 많았다. 프로젝트 후기와 함께 여러 투자자들에게서 받은 피드백을 종합해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본다. 


1. Be Simple: Make your business understandable in 10 seconds.

2. Make a 10-year-old understand what you're saying.

3. Ideally 10 pages, max 15 pages.

4. Make your presentation visual with pictures.

5. One point for each page.




TIPS 스타트업 글로벌 프로젝트란? 


팁스 선정 기업 대상으로 진행하는 후속 사업이다. 글로벌 진출을 희망하는 스타트업에게 글로벌 IR 관련 멘토링과 실리콘밸리에 현지 데모데이 자리를 마련해 준다. 내가 참여했던 5기에는 San Francisco와 Palo Alto에서 2차례 데모데이를 열어 30여 개의 엔젤 투자자와 벤처투자자 앞에서 피칭을 했다. 토종 미국 투자사(Techstars, Draper Associates, Riverwood Capital, US Capital Global, SOSV, Network VC 등)도 있었고, 미국에 나가있는 한국 VC(예: 아주 IB의 Solasta Ventures)와 대기업 투자기관(예: 삼성넥스트, 포스코)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데모데이 전에는 Principa Growth, Nextrans, SOSV(HAX), Amino Capital 등 VC로부터 현실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멘토링 기회도 주어졌다. 

실리콘밸리 일정 첫날 리허설 이후 단체 촬영


투자자를 설득한다는 점에서는 한국이든 외국이든 IR 과정과 전략은 유사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 시장만의 특수성도 있고, 미국 시장의 특수성도 분명히 있다. 타깃이 다르면 방법론과 접근법도 조금씩 변형이 필요할 것이다. TIPS 창업팀들은 모두 한국에서 투자를 받은 이력이 있고, 각자의 기술력으로 한국 투자자들을 설득해 본 팀이다. 처음 하는 IR이 아님에도 미국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피드백을 받았고, 주요 내용들을 아래에 정리해 본다.




1. Be Simple: Make your business understandable in 10 seconds.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해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우리가 하는 사업이 무엇인지 최대한 간단하게 말해서 바로 이해될 수 있는 게 최고다. 투자자는 내 사업이 무엇인지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서 많은 노력 없이 바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첫 멘토링에서 우리 사업을 소개할 때 "차세대 배양육과 바이오패브리케이션, 그리고 대량생산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그랬더니 투자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너의 제품/서비스가 고기냐, 기술이냐?" "바이오패브리케이션이 뭐냐?" "차세대는 무슨 의미냐?" "배양육이 뭐냐?" 등등. 인트로 자체가 어려우니 투자자가 발표를 잘 따라오지 못했다. 투자자가 멍청해서는 절대 아니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엄청 똑똑한 사람들이다. 내가 잘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다음부터는 달리 소개했다. 

우리는 동물을 죽이지 않고 진짜 고기를 만들어요. 그게 배양육이에요.



2. Make a 10-year-old understand what you're saying.


투자자와의 첫 피칭이라면 10살 짜리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설명할수록 좋다. 어려운 기술적 용어를 많이 쓰면, 똑똑해 보일 수는 있어도 상대방을 설득시키긴 어렵다. 피칭 때에는 내가 잘나 보이고 싶은 욕심은 내려놓아야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사업과 기술에 대해 내가 가장 전문가인 것은 당연하다. 투자자는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지만, 여러 산업과 기술을 동시에 검토하기 때문에 기업만큼 그 분야에 빠삭하진 않다. 그렇기에 머리를 열심히 굴리지 않더라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하는 게 좋다. 보다 구체적이고 딥한 기술 이야기는 후속 미팅을 할 때, 투자 심위원회에 올라가기 전에 하면 된다. 

나의 경우 공장식 축산업의 비효율을 이야기하기 위해 햄버거의 예를 들었다. 미국 사람들에게 햄버거는 소울푸드다. 누구나 1/4 파운드 짜리 버거 패티 1장의 크기와 맛, 가격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작은 패티 한 조각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자원을 구체적인 숫자로 말해주었다. 현재 육류 생산 방식의 비효율을 생활 가까이의 예로 표현한 것이다. 



3. Ideally 10 pages, max 15 pages.


데모데이에서의 피치 덱은 10-15 페이지 정도가 가장 좋다. 5분 내에 투자자에게 '저 팀이랑 이야기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기업과 사업의 핵심 내용을 그 페이지 내에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면 된다. 나의 경우 인트로와 아웃트로 제외하고 14장으로 구성했으며, 목차는 아래와 같이 짰다. 

(1) Problem

(2) Solution

(3) Market 

(4) Competitive Advantages

(5) Business Model

(6) Funding Plans

(7) Business Roadmap

(8) Team

(9) Partnerships


보다 상세한 정보/데이터나 자주 나오는 질문들은 Appendix에 빼두면 좋다. 보통 5분 발표 뒤에 Q&A 시간이 주어지므로, 그때 추가 자료를 잘 활용하면 된다. 



4. Make your presentation visual with pictures.


시각 자료는 생각보다 힘이 세다. 글로 빽빽한 프레젠테이션을 보는 것보다 주장을 잘 설명하는 이미지가 있을 때 이해도 더 빠르고 기억에도 잘 남는다. 나는 모든 장표에 그래프, 사진, 그림, 표, 인포그래픽 등 시각 효과를 넣었다. 데모데이에서 투자자들은 십 수개에서 수십 개의 발표를 듣는다. 최대한 지루하지 않게 발표를 구성해야 한다. 

아래 사진처럼 "빠르게 증가하는 세계 인구를 현재의 추산업으로는 먹여 살릴 수 없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그래프 자료를 가져왔다. 육류 소비가 오랜 기간 빠르게 증가했으며, 그 증가세가 계속되어 2050년 경에는 현재보다 30% 이상 육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말이다. 



5. One point for each page. 


각 장표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 딱 하나만 담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5초 내에 이해할 수 있을 적도로 단도직입적으로 쓰여야 한다. 각 장표의 제목은 '주장'을 담아라. 예컨대 "도축육과 배양육의 자원 활용 비교"라고 제목을 썼다면, 보는 사람은 장표의 내용을 다 읽은 다음에야 무엇이 더 나은 선택지인지 판단할 수 있다. 반면, "배양육은 도축육보다 자원 활용이 적습니다"라고 바로 말해주면 추가적인 해석이 필요하지 않다. 




여기까지 정리한 내용은 투자자와의 첫 만남인 5분 데모데이에 적합한 스킬들이다. 만약 여기에서 투자자의 호기심과 관심을 충분히 이끌어 냈다면, 후속 미팅을 하게 될 것이다. 그때에는 투자자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강력한 비즈니스 전략/계획과 탄탄한 데이터가 필요할 것이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해외 투자자 앞에서 발표한다는 것은 긴장되고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회사와 기술의 위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고, 다른 팁스 창업팀들의 발표를 보면서도 배운 점들이 많았다. 내년 글로벌 투자 유치를 목표로 계속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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