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주 Jan 26. 2023

걷지 않으면 커피는 마실 수 없다

2019년 그렇게 시작됐다.

저녁식사를 한껏 즐기고 거실 바닥에 앉아 벽에 기대었다. 

그리고는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허헙...허헙...허헙... 


요즘 들어 뱃속에 음식물이 들어오면 숨이 차서 공기 마시기를 힘겹게 하고 있다. 무슨 병에 걸렸는지 확인을 위해 병원을 가야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병원을 가는 것도 귀찮아 마음만 가야지...병원가야지...노래를 부르고 정작 무거운 내 몸은 움직이질 않았다.     


마트에 가는 길이 힘들다. 고작 집 앞 3분 거리 마트를 가는 길인데, 또 숨이 찬다. 숨 쉬기가 이리 힘든거였나? 몸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아 마음 한구석에 불안함이 가득해졌다.      


밖으로 나가는 길에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통화를 시작하면 세 시간도 수다를 떨 수 있는 친구다. 친구와의 통화를 누군가의 방해 없이 하기 위해 집 앞 천변 길로 들어섰다. 역시 이 친구와의 대화는 즐겁다. 


“요즘 몸이 이상해.”

"어디가?"

"밥만 먹어도 숨이 차서 숨쉬기가 힘들어"

"왜 그럴까? 몸에 이상 있나?"

"그러게 말이야, 병원에 가봐야 할까봐. "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보니 1시간 이상이 훌쩍 지나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1시간 전만 해도 헐떡거리며 숨을 쉬던 내가, 지금은 숨을 편하게 쉰다는 것을 느꼈다. 

분명 한 시간 전만 해도 허헙...거렸는데 지금은 아주 편안하다. 

숨을 아주 고르게 쉬고 있다.      


"옴마! 나 숨 쉬는 게 편안해!"

"옴마! 그러네! 혹시 너 운동부족 아니냐?"

"옴마! 그러나봐! 그래서 헐떡였네! 실은 나 살 많이 쪘어. 근육량은 적지, 지방은 많지, 계속 몸무게가 오르는 중이야."    


큰 병이 아닌 운동 부족이라는 확신에 안심했다.

하지만, 그 때만 해도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니, 그나저나 운동은 항상 한다. 홈트!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홈트는 일상이었다.

홈트영상을 틀어 놓고 매트 위에서 운동하는 것은, 날마다 쓰디쓴 커피 한잔 마시는 것과 같았다. 그만큼 나에게 아주 익숙한 일이었지만 얼굴 표정을 찌뿌리게 하는 일이었다. 살은...빼지 못했다. 오히려 더 쪘고 바닥에서 엉덩이만 떼도 숨이 찼다.




셋째언니가 별다방 쿠폰을 아주 크게 선물했다. 하지만 집 주위에는 별다방이 없었다. 

성격 급한 나는 이 쿠폰의 유효기간이 아주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빨리 쓰고 싶었다. 

그리고 영리한 생각이 떠올랐다.

'교통비 아낄 겸 별다방까지 걸어가서 커피 한잔하고 집으로 걸어서 오자. 그러면 나의 숨쉬기는 편안해지지 않을까? 살도 빼고 말이야. '

좋아하는 커피 마시고 살도 빼고, 일석이조였다.      


집 근처 별다방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집을 중심으로 가장 가까운 별다방은 무등산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별다방 그리고 전대병원 근처에 별다방이 있었다.

전대병원 근처에 있는 별다방이 집과 훨씬 가까웠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등산 아래로 가기로 했다. 

그쪽 길이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을 것 같아 사람 많은 곳은 되도록이면 피하는 나에게, 꽤 괜찮을 것 같았다.      


남편은 출근했고, 나는 아이들을 어린이집으로 보낸 후 집안일을 서둘렀다.

나의 자유시간에는 맛있는 커피를 마시러 가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만의 규칙을 하나 정했다.      


"걷지 않으면 커피는 마실 수 없다." 

특히 카페라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