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주 Feb 12. 2023

엉뚱한 엄마의 엄마표 공부-영어13

여행 유튜버

내가 즐겨보는 유튜브 영상은 세계 여행에 관련한 영상이다. 


영상의 주인공들은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여행하며, 다양한 인종을 만나 교류를 한다.

그들과 그들을 만나는 여러 나라 사람들은 소통의 수단으로 주로 영어를 사용한다. 

영상속의 한국 사람은 한국영어를 하고 인도 사람은 인도영어를 한다. 탄자니아 사람은 탄자니아영어를 하며 네팔 사람은 네팔영어를 한다. 

그들은 자신의 영어 발음이 원어민 같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았고, 간단한 문장으로 소통을 해 나갔다. 

간혹, 유튜버는 영어가 통하지 않을 때 번역기를 쓰기도 했다. 

그리고 그 나라의 언어를 주의깊게 들으려 하고, 말하려 노력했다. 

영상 속 그들은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당황하지 않았다. 

전혀 개의치 않고 소통에 적극적이었다.     



내가 서른 후반인 그때, 그들은 나에게 심한 충격을 주었다. 

82년생인 내가 아는 대한민국 세상은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하지 못하면 입 밖으로 영어의 영자도 꺼내지 말아야 했다. 

원어민처럼 영어 발음이 좋아야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고, 문법에 맞는 완벽한 문장으로만 영어를 소리 내어 말할 수 있었다.

남의 나라 말임에도 원어민처럼 최고의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목표였고, 그 목표에 도달하는 것만이 영어 정복의 종착점이었다. 

그리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은 아무에게도 보이면 안됐다. 내가 하지 못함을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은 비웃음을 살 수도 있었다.      



세상이 변한건가 어리둥절했다. 

아니면, 내가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서 아무것도 못보고 살았나 보다. 

내가 보지 못했던 세상과 사람들을, 여행 유튜버들은 가감 없이 보여줬다. 

    

내가 엄마표 영어 교육을 대책 없이 하고자 결심한 것은 학원비를 아껴보자는 주된 이유가 있었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여행 유튜버들이 보여주는 세계는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그들로 인해,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나를 인정할 수 있었다.

한국 사람인 내가 영어를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원어민처럼 유창하길 바라는 것은 영어공부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일이었다.


인정하고 나니 모든 게 쉬워졌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나의 엉망인 영어를 보여줄 수 있었고, 아이들에게 영어 동화책을 망설임 없이 읽어줄 수 있었다. 


내가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문자를 옆사람에게 들리게끔 소리 내어 읽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박수 받을 일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엉뚱한 엄마의 엄마표 공부-아빠표 야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