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아이들이 말을 안듣더라고요. 특히 딸이 심했어요. 병원 바닥에 드러 누워 악쓰고, 횡단보도에서 눕기도 했어요. 나는 그것에 화가 나서 덩달아 소리 지르고 싸웠죠. 딸이 한창 귀여울 3살이었는데 전혀 예쁘지 않고 귀엽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많이 미웠습니다.둘이 징그럽게 악쓰고 싸웠어요.
그걸 옆에서 지켜 보는 아들은 불안이 더 심해졌어요. 내가 딸에게 그럴거면 집 나가버려라 악쓰면 아들이 엄마 그건 학대야 라고 말하면서 울었어요.
그러다 세상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어린이집이 잠시 문을 닫았습니다. 아이들 발이 묶이니 당연히 제 발도 묶였죠.
결국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로 하루하루를 버티기 시작했어요. 아이들과 쿠키 만들기, 책 보기, 영화 보기, 춤추기, 보드게임, 색칠하기 등 여러 활동을 했습니다.
이것 저것 하다보니, 집안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바닥났어요.
그래서 밖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과 무등산을 갔습니다.
집에서 40분을 걸어서 무등산 입구까지 갔다면 믿으시려나요? 코로나가 무서워 버스를 탈 엄두가 나지 않았죠. 산을 오르면서 도토리를 만져보고 다람쥐도 구경했어요. 진달래를 맛 보았고, 딸은 벚꽃 아래에서 춤도 췄습니다.
그리고 집앞 천변길에도 갔어요. 꽃 향기를 맡았고, 딸 머리에 꽃도 꽂아보고 쑥도 캐 보았어요. 징검다리도 통통 건넜습니다.
사람이 없는 곳 위주로 카페도 갔어요. 도란도란 대화하며 아들은 레몬에이드, 딸을 딸기주스, 나는 카페라떼를 마셨어요.
그렇게 몇달 동안, 하루종일 서로 부대끼며 여기저기 다니니, 우리 셋은 점점 친해졌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딸은 독할 만큼의 악쓰고 떼쓰는 것을 멈췄고, 아들은 활짝 웃기 시작한거죠.
나는 아이들이 귀여워보이기 시작했어요. 간혹 애들이 울고 싸워도 그 모습조차 사랑스러워 통통 볼을 깨물고 싶었어요. 아이들 뒷통수만 봐도 귀여워 웃음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세상 전에 우리는 같이 밥을 먹고 티비를 보아도 서로 마음의 거리는 멀었던거였네요.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것만이 다가 아니었죠. 그건 진정한 육아가 아니었어요.
가족은 그냥 친밀해지는게 아닌 노력해야 됨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 부대끼는 시간을 늘리고 친해져야해요, 가족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