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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기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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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주 May 15. 2023

일기만세

재능자랑 시간

이제 내 아들 차례.


아들이 앞 무대로 나갔다.


그리고 옆쪽에서 피아노가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와 아들옆에 놓인다.


아들은 늠름하게 피아노 앞에 앉는다.


그리고 목을 푼다.


팝송 한 구절을 높은 음으로 부드럽게 공기 안으로 밀어 넣는다.


목을 옆심히 푸는 멋진 내 아들을 바라보고 있던 청중들이 오! 너무 잘 부른다! 웅성웅성 거린다.


그리고 동시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빨리 노래 불러주세요 간절하게 두 손을 맞잡고 목을 쭉 빼고 기다린다.


나는 청중들의 기대와 설렘을 뿌뜻해 하며, 내 뒷목부터 정수리까지 긴장과 기대가 순환되고 있음을 느낀다.


가슴이 두근대는 것도 모자라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다.


그런데, 사회자가 말이 많다. 기대 되시죠? 이 한마디를 다른말로 길게 주저리 주저리 한다. 


빨리 시작이나 하지 왜저래 불만이 생기고,


빨리 우리 아들 노래 부르게 하라고! 한마디 하려는데, 이젠 두둥두둥! 사람 긴장하게 만드는 웅장한 음악소리가 들린다.


흔히 티비에서 자주 보던 연예대상 시상식의 대상 발표할 때 시간 끄는 것처럼, 사회자는 말이 많고 음악소리는 끝나지 않는다.


아니, 이보세요. 우리아들 노래 언제 부르요.


기다리고 기다리지만 사회자는 말이 여전히 많고, 두둥두둥은 계속 되고...


결국 우리아들의 재능자랑은 보지 못하고 잠에서 깼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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