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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노란 May 07. 2016

미니멀리즘 실천 10: 책장 비우기 2/4

아직 보지 않은 책 정리하기

읽은 책 다음으로 정리한 것은 아직 읽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다른 모든 물건들이 그렇듯이,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을 정리하는 것 또한 무척 큰 결정이 필요했습니다. 왜냐하면 책장에 보관하고 있으면 "언젠가 읽을 예정이었으니까!"요.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못 읽고 있지만 아이가 커서 여유시간이 더 많이 생기면, 전공 서적 같은 경우 지금은 일하고 있지 않지만 다시 직장에 나가게 되면 참고를 하게 될 지도 모르고, 당장 자격증 공부를 할 예정은 없지만 언젠가 시험을 보긴 볼 예정이니까 보관하고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선 시간.

저는 지금도 꾸준히 책을 읽고 있습니다. 시간이 나면 게임을 하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잠도 충분히 자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맛있는 음식도 먹습니다. 지금 보다 더 여유로운 시간이 언제쯤 생길까요? 앞으로 저는 아이를 더 낳을 예정이고 아이들이 자라서 기관을 다니게 되면 직장에 다시 나갈 예정입니다. 과연 아이를 하나 기를 때 보다 둘 기를 때 더 여유로울 수 있을까요? 아니면 직장을 다니면서 동시에 아이를 키우는 직장맘이 되면 더 여유로울 수 있을까요? 시간이 30년쯤 흘러 아이들이 모두 독립하고 나면 지금 보다 더 여유로워질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때 읽을 책을 지금부터 보관하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요?


이렇게 생각하니 여유가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한다는 것이 스스로에게 하는 변명이나 거짓말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읽지 못했던 책들을 골라 들고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랬더니 참 놀랍게도 이 책들을 읽기가 매우 귀찮은 게 아니겠어요?


"여유가 생기면 읽으려던" 책들


일단 목차를 본 뒤 마음에 드는 챕터 몇 가지를 골라서 속독하기 시작했습니다만 역시나 마음에 와 닿거나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당시에는 무척 흥미롭게 느껴지고 재미있어 보이는 책 들이었지만 시간이 흘러 흥미와 관심이 사라 지졌거나 막상 구입해보니 생각했던 것과 내용이 달랐던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하고 책을 구입했기 때문에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위해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난 이 책들을 읽고 싶지 않아. 세상엔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들이 많아. 그런 책들을 읽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굳이 이 책을 읽는데 나의 소중한 시간을 쓰기엔 너무 아까워." 그리고 미련 없이 이 책들을 책장에서 꺼내 버렸습니다.




그다음으로 언젠가 필요하면 읽기 위해 보관하고 있던 각종 전공서적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건 막연히 여유가 생기면 읽을게 아니라 꼭 읽어야 할 순간, 즉 활용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래도 보관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책들 중에 이미 절판된 책들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보관해야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대학 전공 서적들
직업 관련 도서들


하지만 모든 분야에는 트렌드가 존재하기 때문에 제가 다시 구직활동을 할 날이 오면 저 책들은 더 이상 필요가 없을 지도 모릅니다. 저 책들이 없어서 구직 활동 또는 직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매우 적습니다. 실제로 일을 할 때 제 책들을 펼쳐보며 도움을 받았는지 생각해 보면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실제로 전공 공부를 할 때 빼고는 한 번도 펴보지 않은 책들이니까요. 또 아이를 가지기 전의 직업을 또다시 구하게 될 지에 대한 확신도 없는 상황입니다. 아니면 영원히 우리 친정 엄마나 할머니처럼 특정 직업을 가지지 않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남을 생을 보낼 지도 모릅니다.


그런 생각이 드니 이 책들을 저보다 지금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들께 나눠드리는 게 더 옳을 것 같았습니다. 확신도 없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보관하기에는 책들에 들어있는 지식이 너무나 아깝게 생각되었습니다. 절판된 책의 경우 이 책에 들어있는 지식을 구하는 게 어려울 테니 더욱 다른 분들께 나눠드려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학 공부 서적들은 정리가 쉬웠습니다. 세상은 발전하고 있고 어학 분야는 매년 새로운 책과 교육 방법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책들을 보관했다가 공부를 하는 것은 오히려 미련한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앞으로 최소 2년 안에 어학 시험을 보거나 특정 언어를 사용해야 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각종 어학 서적 모두 정리해 버리기로 했습니다. 영어, 일본어, 불어 모두 안녕!!


정리 해고 대상이 된 어학 서적들




이렇게 책장의 두 번째 줄도 정리가 되었습니다.


절반의 정리가 끝난 책장


절대 버릴 수 없을 것 같아서 오랜 시간 간직해 왔던 책들인데 생각을 바꾸니 생각보다 미련 없이 정리할 수 있어서 기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좋아하는 책들과 필요한 책들이 남아있는데 이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곧 정리해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즐거운 정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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