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 두기로 결정한 책들
책장 비우기의 마지막 단계는 남겨놓을 책을 고르는 것이었습니다. 남겨 놓을 책이란 크게,
1. 두고두고 읽기 위해 오랜 시간 보관하기로 결정한 책
2. 아직 읽고 있어서 미처 정리하지 못한 책으로 나뉘었습니다.
책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미뤄뒀던 책을 모두 읽고 정리한다면 좋겠지만 여러 가지 책을 동시에 읽고 있거나 쓸 일이 많이 남아 있어 정리하지 못한 책들이 있어서 남은 것들은 천천히 읽고 이쯤에서 정리를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두고두고 읽기 위해 보관하기로 결정한 책은 만화/일러스트집과 환경 도서, 육아 도서였습니다.
앞으로 계속 그림 그리는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기 때문에 그에 참고자료 역할을 해줄 책 몇 권을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그림을 컴퓨터로 그리기 때문에 참고자료들이 PC에 데이터 형태로 보관된다면 더 좋겠지만 아직 E-Book으로 출간되지 않은 책들이 많아 해당 책들을 E-Book으로 구할 수 있을 때 까지는 제 삶의 터전 일부를 나눠주기로 했습니다.
환경 관련 도서는 제 인생 전반에 걸쳐 많은 지혜와 다짐을 줄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 위주로 남겨 두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 역시 E-Book을 구하게 된다면 점진적으로 정리해 나갈 예정입니다. 육아 서적은 아이를 모두 키우고 더 이상 필요 없어지는 시점이 되면 모두 정리할 예정입니다. 이미 모두 읽은 책이긴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다시 읽으면 또 새롭고 또다시 새롭게 느껴지거든요.
현재 읽고 있는 책들이나 읽기 준비 중인 책들은 마저 읽은 뒤에 판매나 기부를 통해 정리할 예정입니다. 사이버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남편이 다음 학기 논문을 쓰기 위해 필요한 자료들, 육아를 하면서 공부하기로 결정했던 자격증 관련 책들, 요리와 살림에 서투른 제가 집안일을 하면서 보기 위한 살림 도서 몇 권과 소설 등 취미 도서들 일부도 남겨두었습니다.
이것으로 저희 집 책장 정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지금 이 시점의 책장 정리는 마무리되었지만 점진적으로 집에 "종이로 만든 내 책"은 딱 10권만 있는 상태까지 정리해 나갈 예정입니다. 남은 책을 읽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진행 중인 공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책 구입을 자제하며, 정말 꼭 필요한 책과 중요한 책 몇 권만 보관하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도서관을 이용하고, 오랜 시간 소장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면 전자책을 구입할 것입니다. 공부에 필요한 책은 어쩔 수 없이 실제 책을 구입해서 밑줄 그어가며 사용해야겠지만 사용한 종이만큼 나무를 심는 등 환경에게 되돌려 줄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딱 10권만 종이로 만든 내 책을 보관하는 이유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과 앞으로 태어날 예정인 아이들을 위함입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집에 있는 엄마 책과 아빠 책을 읽게 될 텐데, 이때 읽게 되는 책이 아이들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랬고, 제 친구들이 그랬고, 리즈 머리(길 위에서 하버드까지 Breaking night)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수백 통의 편지와, 수십 개의 사용 설명서와, 수백 장의 사진과, 수십 권의 책과, 수백 장의 종이와, 수십 장의 CD와, 또 수십 권의 노트를 정리한 뒤 저는 매우 홀가분해짐을 느꼈습니다. 저는 이제 읽고 싶지 않은 책들을 잔뜩 쌓아 놓고 언젠가 읽어야 한다거나 올해는 꼭 토익 시험을 봐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자료들을 정리한 덕분에 책장을 뒤지지 않고 모바일이나 컴퓨터를 통해 클라우드에 접속하여 필요한 사진과 노트와 사용 설명서를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앞으로 물건을 어떻게 정리해 나가고, 정리한 후에 어떻게 지낼 것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가닥을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긴 시간과 노력과 근육통이 든 작업이었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남겨준 정리였습니다. 오늘은 매우 후련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