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같지 않아도 좋은 것들

친구와의 거리를 생각하며

by 연B

요즘 나는 매일 일찍 일어나고 잠을 깊게 자고 있다


내 무기력 극복의 비밀은 비타민 D와 마그네슘 덕분인 것 같다. 그래서 짧게는 몇 개월간, 길게는 몇 년 간 미루고 미루던 일들을 조금씩 해결해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나 어려웠던 시작을 조금씩 해내고 작은 성공과 성취감을 맛본 후 친구에게도 같이 하자고 말했다(참고로, 다단계도 아니고 사이비도 아니다). 그냥 작은 챌린지인데 매일 서로에게 말하면 혼자 시작하는 것보다는 일의 부담감이 줄어들 것 같아서 말했다.


사실 나는 누구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하는 것에 매우 부담감을 느낀다. 누가 남이 내게 시키는 일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랑 요새 나눈 대화에서도 그렇고 우리가 목표로 하는 삶의 형태가 비슷하기 때문에 친구에게 슬며시 권한 것이다.


친구는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도 친구가 바로 하겠다고 말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나랑 친구가 함께한 시간은 20년도 넘는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만난 친구와는 많은 기억이 있다. 친구 어머니가 얼음을 띄어 차갑게 해 주신 미숫가루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억에 많이 남는다(우리 집은 물도 미숫가루도 차갑게 먹지 않았다). 30대의 우리는 숭인시장에서 떡볶이와 김밥, 순대를 먹고 종로에서 닭한마리를 먹고 칼국수로 마무리하며 늘 골골거리는 서로의 건강이 좋아지길 바랬다.


우리는 서로 잘 안다. 하지만 그동안의 기간 동안에 친구도 한참 쉬어가는 기간이 있었고 나도 나를 비우고 침잠하던 때가 있었다. 내가 그렇게 말한 이유도 친구가 잘 알 것이고, 친구가 지금 그렇게 말하는 이유도 내가 잘 안다. 지금 우리는 어릴 때처럼 아무 순간이나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는 나이이다. 어른인데 친구와 있으면 자꾸 그것을 까먹는 것 같다. 지금 나는 친구가 말한 한 줄의 대화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몇 시간 뒤면 나와 가장 오래 함께한 이 친구의 생일이다. 한국에서는 친구의 생일이지만 프랑스에서는 아직 생일 전날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대도 지금은 이렇게나 다르고, 우리의 취향도 세월이 지날수록 조금씩 달라지고 관심사도 달라진다. HOT를 함께 좋아했지만 친구는 BTS를 좋아하고 나는 NCT를 좋아한다. 비슷하다고 느꼈던 성격도 조금씩 다르다는 걸 느낀다. 하지만 친구와 모든 게 같지 않아도 좋다는 걸 이제는 안다. 단지 물리적 거리든 성격이든 차이가 나도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잘 이해한다. 여전히 서로가 잘 되기를 바라며 짧은 순간이라도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다.


생일 축하해. 건강히만 지내고 몇 달 뒤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