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이 쓰고 싶어지는 이유

내 하루와 필기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캘리그래피에 빠지다

by 연B
매일 쓰는데 매일 재밌다


나는 일상을 바꾸고 싶었다


파리에 살아도 나는 여행자 누구나 아는 파리의 맛집, 메르시도 모르고 가본 적도 없다. 십몇 년 전에 파리를 여행했던 나의 하루와 석사생으로 파리에서 생활하는 나의 하루는 결이 너무 다르다.


시크한 마레 지구, 샤틀레 역 근처의 멋진 바와 카페, 생제르맹 데프레, 파리 젊은이들이 몰린다는 18구 거리를 모른다. 파리 여행을 다시 오고 싶어 하는 친구가 있다. 그가 추천하는 유명한 파티세리의 디저트도 먹어볼 엄두가 안 난다. 솔직히 하나는 살 수는 있지만 과제와 읽을 책들을 생각하면 편하게 먹을 수 없을 거 같아서 포기했다.

경제적으로 완전히 자립하기 전까지는 파리에서 디저트를 달콤한 시간을 보내기보다 퍽퍽하지만 장보고 일주일을 집에서 요리하면서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아끼고 싶었다.


파리 4구에 위치한 melodies graphiques

유튜브를 보다가 파리에서 앤티크한 수집품들을 찾아다니는 일본인 부부의 영상들을 보았다. 주로 벼룩시장에서 그릇과 찻잔들을 모으는 그들은 이번에는 일본인과 이탈리아인 부부가 운영하는 가게를 보여주었다. 그곳에서는 17세기 프랑스 철학자가 쓸 법한 편지지나 마리 앙투아네트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로코코 분위기의 소품과 종이들이 가득했다.


멋진 필기구들과 종이들, 그리고 내부의 고풍스러운 소품들이 나 같은 문구 덕후에게 매력적이었다. 나도 몰랐던 파리의 환상과 로맨틱함이 그곳에 있었다. 종이와 펜을 사면 어쨌든 공부에 도움이 될 테니 당장 다음 날에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가게로 향했다.


아름다운 캘리그라피 엽서들 주인은 선물로 내 이름을 적어주었다


금으로 된 책(livre d'or)이라는 방명록에 주인이 내 이름을 꽃이 피듯이 멋지게 적어주었는데 나는 감탄사를 외치며 그분을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굵고 얇은 선이 마술같이 종이 위에 등장하는데 마치 신데렐라에서 호박을 마차로 만들던 마술사의 마법을 보는 듯했다. 글자 4개가 이렇게 아름답게 변화하다니! 게다가 글자 근처로 꽃같이 가늘고 아름다운 곡선을 계속 쳐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글씨를 나도 써보고 싶어서 테를 두른 종이, 편지지, 붉은 양귀비가 그려진 종이 보관 봉투(내 것을 보고 다른 분이 예쁘다고 주인에게 보여달라고 한 후 사갔다) 가지각색의 종이와 펜촉과 잉크, 펜대를 한 아름 샀다. 그래서 하루 만에 가게 주인 분의 단골이자 귀요미(ma chérie)가 된 듯하다.


캘리그래피는 잘 몰라도 일단 쓰면서 알게 되는 것


유튜브를 보면서 영어 필기체인줄만 알았던 것이 캘리그래피의 cursive writing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저 펜이 만년필인 줄 착각한 이유는 프랑스어 plume을 만년필로 생각 없이 외워서였다. 펜촉과 딥펜을 plume이라고 하고 만년필은 stylo-plume이라고 한다. 딥펜의 딥(dip)은 피자와 같이 배달 오는 갈릭 딥핑(dipping) 소스의 그 딥(dip)이다. 그래서 딥펜으로 글을 쓸 때는 잉크를 생각보다 자주 찍어주어야 한다. 귀찮은 일인 건 확실하다.


펜으로 잉크를 찍어가며 한 자 한 자 적어가는 게 매우 기분이 좋다. 머리를 비우고 예전에 화선지에 붓으로 글씨를 쓰던 것처럼 숨을 멈추고 선마다 조심스럽게 쓰게 된다. 이상하게 딥펜으로 글을 쓰면 더 기억에 잘 남는다. 속도가 빠르지는 안아도 쓰는 동안 글자가 내 몸에 오래 남는 것 같다.



오늘 연습한 나의 캘리그라피

조금 비뚤게 쓰고 선은 울퉁불퉁하고 요상한 선이 나오지만

언젠가는 더 멋지게 쓸 날이 올 것이다.


캘리그래피를 배우는 목표가 하나 있다.

이 매거진에 글을 다 적고 나면 결과물을 공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