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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중국 작가에게 동양화를 배워 그리다

프랑스에서 먹의 농담을 통해 느끼는 동양화의 정감은 역시 다르다

by 연B

학교에서 Wong wa(왕 씨이고 뒤 한자를 모르겠음)를 초청해 언어교육원에서 중국화 아틀리에를 열었다. https://www.wong-wa.com 동양화, 중국의 수묵화의 담백한 매력을 잘 보여주는 분이었다. 아틀리에가 진행되는 2시간 동안에 1시간 동안 중국화와 정치사, 그리고 그리는 방식이 대한 강의만 서서 들어야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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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강의 중 기억 남는 말은 중국의 어떤 왕이 자신의 왕조가 끝나려는 외부의 공격 속에서도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그림이 저항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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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1시간은 정말 크로키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선생님은 7가지 톤과(아마도 먹물의 농담을 말하는 듯하다) 한 획 만으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을 바로 보여줬다. 많지 않은 붓놀림으로 여운이 느껴지는 그의 그림 그리는 모습은 EBS의 밥아저씨처럼 경탄을 자아내게 했다. 나는 게 그림과 새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선생님처럼 경제적인 붓질을 절대 못하더라도 은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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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라는 이름을 알아보시고는 대만인이냐고 물으셔서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를 말하신 후 90도 인사를 해주셨다. 틈틈이 그림도 봐주시고 생선과 게가 마음에 든다고 칭찬도 해주셔서 기뻤다. 중국 작가에게 동양화를 직접 배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큰 기쁨이었다. 한국 민화가 정성 들여 끊임없이 채색을 올려야 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중국의 동양화는 최소의 붓질이 요구된다. 붓질의 멋이 느껴지려면 대신에 정말 많은 연습과 대상에 대한 관찰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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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고 그의 작품들을 전시하는 곳에서 중국인, 예술사를 전공하는 내 옆에 앉았던 프랑스인, 한국인인 나 셋이서 탱크와 피를 발로 밟은 호랑이 그림을 보면서 셋은 해석이 달랐다. 둘은 베트남 전쟁에 떠오른다고 하고 나는 천안문 사태가 떠오른다고 했는데 중국 학생분이 해석은 다 다를 수 있다고 해서 수긍했다. 마지막에 아틀리에 행사를 주관하시는 프랑스 분이 잠깐 오셔서 설명을 해주다가 논란의 그림을 보고 내가 천안문이 떠오른다고 했더니 C'est vrai라고 했다. 그 작가에게 직접 묻지 않는 이상 그림이 상징하는 대상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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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그림에는 여러 감정과 시선이 엿보이는데 나는 중국의 풍경화와 어부, 자연의 운치가 마음에 든다. 호랑이는 예전에 폭정을 맹호라고 비유하듯이 권력의 폭력성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쓰이는 듯하다. 중국화가, 도장 파는 사람, 서예가, 서양미술, 조각을 넘나드는 Wong wa는 작품이 10,000점이 넘는다고 한다. 하루 크로키 식으로 10점씩 3년을 그리면 10,000점이 되긴 하는데 어쨌든 멋진 예술인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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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교육원 건물을 빠져나오고 우리 학과 건물로 가는 중에 강렬하고 향긋한 향기가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하얗고 조그만 꽃이 일렬로 식재되어 있었다. 구글 이미지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목서(osmanthus)였다. 난 몇 년 전에 목서의 향을 프랑스에서 처음 맡게 되었는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금목서의 향을 수려하게 표현한 게 기억난다. 봄의 향기는 라일락과 목서 두 꽃나무로 잘 간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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