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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의 담소 Oct 25. 2023

신데렐라 통금이 사라지다

미국의 새벽 거리

 신데렐라라고 불리는 대학생을 본 적 있는가? 신데렐라가 12시 땡 하면 마법이 사라지듯, 통금에 맞추어 집에 돌아가야 하는 친구들이 있다. 오히려 신데렐라보다 시간 엄수하기가 험란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평균 1시간 내외라면, 넉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신데렐라였다. 교환학생을 갔을 때가 단 한 번 인생에서 통금이 사라졌던 시기이다. 미국 대학교에는 대학 안을 지키는 대학 경찰이 따로 있다. 대학교나 주변에서 사건 사고가 생기면 메일이 오기도 한다. 무엇보다 경찰을 자주 보는 시간은 저녁이다. 늦은 저녁이 되면 기숙사 출입문에 앉아서 학생들의 입출입을 확인한다. 마치 제2의 통금 관리자가 생긴 기분이었지만, 기숙사 안에 누가 들어가는지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늦었다고 뭐라 하지는 않는다.


  이 얼마만의 자유인가. 나는 새벽에 사람 없는 거리를 좋아한다. 차도 사람도 없는 거리에 약간 찬 듯하면서 상쾌한 공기가 좋다. 마치 살아있는 모든 걸 잠시 삭제한 공간에, 나 혼자 있는 기분이다. 그럼 세상 모든 것이 잠시 나의 것이 된다. 통금이 사라지니 기숙사에 일찍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물론 피곤하거나 졸리면 기숙사에 일찍 들어갔지만, 시험기간이나 과제가 있으면 최대한 기숙사에 늦게 들어갔다. 수강하는 강의들은 전반적으로 쉬워서 새벽까지 도서실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공부하는 친구들 옆에 앉아서 컴퓨터를 하거나 그들을 구경했다. 통금이 없어진 신데렐라가 하는 게 고작 '학교에 남아있기'라니. 남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했지만, 그 소소한 반항이 너무 짜릿했다.


 소소한 반항의 하이라이트는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다. 미국 북부 쪽에 위치한 지역이라, 겨울이면 눈이 무릎까지 쌓인다. 눈 덮인 거리에 토끼, 강아지, 정체 모를 발자국까지 찍혀있다. 고개를 살짝만 들어도 하늘에 수많은 별을 볼 수 있었다. 그러면 난 꼭 2개의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숙소로 돌아갔다. 하나는 '헤이즈-저 별', 다른 하나는 '아이유-무릎'이다.


 모두 잠드는 밤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다 지나버린 오늘을 보내지 못하고서 깨어있어. 누굴 기다리나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던가. 그것도 아니면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자리를 떠올리나~


 새벽 찬 공기. 눈이 수북이 쌓인 아무도 없는 길. 노래를 들으며 걷다가 하늘을 보면 별이 쏟아졌다. 아무래도 겨울이다 보니, 겨울 별자리 하나가 늘 자리를 지켰다. 나중에 그리피스 천문대에 방문했을 때, 그 별자리가 오리온자리라는 것을 알았다. 여전히 가끔은 그 새벽 분위기가 그립니다. 이후 나는 겨울이 오고 가는 것을 오리온 자리르 보고 느낀다. 마침 글을 쓰기 며칠 전 밤하늘에 외쳤다. "어? 오리온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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