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에 대한 미묘한 법칙

by 업플라이 유연실

어제 우연히 작년에 한국에서 이슈가 되었던 EXID 인종차별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완전 뒷북이지만, 미국에서 친한 사람들끼리 술 마시면서 낄낄대고 디스할 수 있는 정도의 흔한 장난에 대해 우리나라 연예인들 및 네티즌들이 크게 분노한 것들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도 종종 겪는 일인데, "Turn off the Living Room Lights"와 같이 'R'과 'L'을 연결해서 말해야 될 때라던지, 은근히 꼬이는 "자쿠지(Jacuzzi)"를 말할 때는 한국식 발음이 튀어나온다. 이때마다 남편과 남편 친구들은 정말 깔깔대며 내 발음을 따라 하며 놀린다. 보통은 나도 웃겨서 피식 대지만 가끔은 나도 짜증 날 때 있다.

sticker sticker

(야, 영어는 내 모국어가 아니라고!!)


다시 요지로 돌아가서, EXID의 발음을 갖고 장난친 곳은 사석이 아니라 텔레비전 방송이었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걸 "공적인 비하"로 받아들여 분노 했었던 것 같다. 받아들이는 대중의 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왜 그래 웃기잖아~'라는 변명은 자신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꽤 폭력적일 수도 있다. 이러한 무례함은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 및 다른 나라에서도 꽤 이슈가 되곤 한다.


WPHOTO_201506191130114141159.jpg 태국 및 불교 비하로 논란이 되었던 코미디 빅리그


하지만, 미국에 와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인종차별에 대한 잣대가 결코 공정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 나라는 사회적 강자(백인)에게 더 많은 룰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EXID의 영어 발음을 흉내 내던 여자는, 많은 사람들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하지 말라고 하자,


왜요? 그녀가 영국인이었으면 영국 말투를 따라 했을 거예요

라고 응수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녀는 진짜 그랬을 거고 (영국 억양도 많이 따라 하면서 풍자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까지 죄책감 느끼면서 어색해하지 않았을 거다. 그녀가 영국 또는 유럽 발음으로 낄낄댔다면 "비하"가 되지 않았겠지만, 아시안 또는 아프리칸의 발음을 흉내내면 "비하"가 된다. 또 이 영상에서 동양계 여자가 EXID 발음을 흉내 낸 백인 여자 편을 들어주자 다들 한 마디씩 한다. "그래 넌 동양인이니까 그 말 해도 돼 (동양인이면 같은 동양인들을 까도 된다는 논리)" - 이 경우에는 "비하"가 되지 않는다. 즉 사회적으로 "강자"로 인식되는 사람이 "약자"로 인식되는 사람을 놀릴 때 인종차별이 된다. 동등한 입장 끼리, 또는 약자가 강자를 조롱할 때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 질 때가 꽤 많다.


이러한 이중잣대에 대해 미국 코미디언 크리스 락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뚱뚱한 여자애들은 날씬한 여자애들한테 뭔 소리를 해도 돼.
하지만 날씬한 애들은 뚱뚱한 애들한테 그러면 안되지 - That's just mean!

[Youtube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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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디오에서는 잘 안나오지만, 전반적으로 크리스는 뚱뚱한 여자 (= 키 작은 남자)를 유색 인종으로, 그리고 날씬한 여자 (= 키 큰 남자)를 백인으로 풍자한다. 크리스가 짚어낸 것 처럼, 흑인 (또는 다른 유색 인종)들은 백인들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하고 부적절하다고 여겨지는 아슬아슬한 농담을 하지만, 그 반대 경우일 경우 큰 지탄을 받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러한 이중 잣대 역시 또 다른 차별의 근원이 된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예전 팀 멤버 중에 친하다고 생각해서 다른 팀원들의 말하는 방식이나 발음으로 장난친 미국 아이가 있었다. 나는 그 아이와 꽤 친했기 때문에 따로 불러내서 니가 그렇게 얘기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불쾌감 느끼고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정말 크게 상처받으면서,

다들 나한테도 그러잖아. 내가 싱가폴 음식이나
지명 말할 때 미국인 발음이라면서 놀리는데 나도 그런 거 싫었어.


나도 솔직히 내 자신에 대해 많이 놀랐다. 나 역시도 그녀가 다른 사람들한테 장난 치는 것에 더 민감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녀에게 장난 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은 무엇이, 또 누가 했기 때문에 "인종 차별"적 발언이 되느냐 안되느냐를 떠나 가장 기본적인 것만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내 말로 인해 상대방이 불쾌감을 가질 수 있는지, 잠깐의 웃음이 남에게 불쾌감과 모욕감을 줘도 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말이다. (물론 상호 믿음이 있는 격의 없는 친구 사이라면, 순간의 즐거움 공유에 맡겨도 상관이 없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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