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 때는 20대 초반의 꽃다운 나이이어서 그랬는지, 운동을 안해도 몸이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운동은 뱃살이 나왔을 때 절식과 함께 빡세게 1-2달 해치우고 마는 급 처방전(?) 같은 존재였다.
2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음주가무를 가까이하고 운동을 멀리 한 내 몸뚱아리는
훅훅 가기 시작했고, 허리까지 한번 크게 고장난 지경에 이르렀다.
그때부터 난 울며 겨자먹기로 요가를 시작했다.
싱가폴에는 중국계, 유럽계 선생님들도 많지만,
대개 (체감상) 7-80%는 인도계 선생님이었다.
처음 요가를 시작했을 때는 도데체 이 아저씨들이 뭔 말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첫 수업 때, 어리버리 못따라가고 있으니까 선생님이 내 옆에 붙었다.
"풋 퐈ㄹ워드, 풋 퐈ㄹ워드!!"
'아 뭐라는거야... ㅠ_ㅠ'
안그래도 혼자 못따라가서 쪽팔려 죽겠는데 너무 눈에 띄게 옆에서 혼내니 뛰쳐 나가고 싶었다. 급기야 내 발목을 잡고 앞으로 끌어당긴 선생님을 통해 난 그 말이 "Foot forward" 였음을 알았다.
5년 넘게 수많은 인도계 요가 선생님을 봐 오면서
난 그들이 요가를 수련 또는 자기 수행의 수단으로 본다고 생각했다.
어려운 포즈를 안하고 있으면 의미 심장하게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절대 못해."
라고 말해서 나 스스로를 꾸역꾸역 하게 만들기도 했고,
도저히 못 할것 같았던 포즈를 해냈을 때 옆으로와서 몸을 꾹꾹 눌러대는 것은 예사였다.

이렇게 '발전'과 '단련'을 중시하는 수업 방식은
내 스스로를 몰아붙여서 새로운 것을 하나씩 해내는 재미에 빠져들게 했다.
팔굽혀펴기도 못했던 내가 팔, 배, 등에 근육이 붙어 물구나무서기에 처음 성공했을 때는 정말 짜릿했었다.
하지만 미국에 온 후 1년 넘게 하얀 언니 오빠들과 요가를 해보니 그들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Don't force yourself. Listen to your body."
(스스로를 강요하지마, 몸이 하는 말에 귀기울여야되)
라고 되네었다. 인도 여행시 구입한 싱잉볼을 애지중지로 들고 오는 사람부터, 수업 끝낼때 산스크립트어로 노래 부르는 사람까지 진짜 오만 히피들 다 본 것 같다.
여기의 꽤 많은 선생님들은 내가 싱가폴에서 같이했던 인도 선생님들과는 달리, 요가의 목적을 수행이나 단련으로 보기 보다는 마음의 평화, 내려놓음에 중점을 둔 것 같았다.
너무 쉬운 flow를 할 땐 나 혼자 그 포즈의 변형 버전을 하곤 했는데, 그럴때마다 꽤 많은 선생님들이 조용히,
"우리의 목적은 경쟁이 아니야. 경쟁은 바깥에서 하고 여기에서는 우리 자신 스스로에게 집중해야되"라는 말을 했다. 아마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나 스스로를 푸쉬한다고 생각했거나, 아니면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무리할까봐 그러는 것 같았다.
사람마다 요가를 하는 목적과 성향은 제각각이므로 어느쪽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다만 이런 학생을 가르치는 방식이 그들이 나고 자란 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인도 (또는 기타 아시아지역)에서는 스승을 '마스터' 또는 '지도자'라고 보고 개인을 이끌어 주는 존재이지만, 미국에서는 조금 일찍 경험을 시작한 '조력자' 쯤으로 보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