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벌로 창피를 회피하는 방법
나는 초기부터 인터넷 혜택을 곧잘 받은 세대이다. 90년대에 홈페이지를 구축하였고, 포털 사이트나 언론사를 옮겨 다니며 블로그를 파 놓았다. 프로그램한 소프트웨어를 홍보할 의도였지만 나중에는 과학 이야기로 채웠다. 요즘은 직접 코딩은 하지 않지만 여전히 원자력발전소용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고 있다. 페북에서 터전을 분양받은 후에는 과학 이야기마저도 페북을 활용하였고 그 많았던 블로그가 잡초에 덮인 채 방치되었다. 그러나 최근에 '크로의 과학사냥'이라는 교양과학 서적을 발행한 후에 잡초로 무성한 SNS에서 이끼를 닦느라 힘을 쏟고 있다. 다양한 독자를 만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교양서적의 존재는 미래에도 남지만 그 가치는 미래보다는 현재에 있다. 따라서 지금 홍보되고 읽혀야 한다. 마케팅 공부를 한 적이 없지만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94년도 개인 사업 시에는 꿈도 못 꾸었던 방식이다. 성격상 아쉬운 부탁을 하지 않고, '좋아요' 클릭마저 아끼는 편인데 책 홍보를 위해서는 부끄럼이 없어졌다. 조금만 멋있는 글이면 받아보기를 눌렸다. 내가 글을 받아 보면 상대도 내 글에 반응하여 주리라 기대했다.
그렇지만 약 두 달 동안 인간의 보상 심리는 기대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나름 신경 써 작성한 글을 SNS에 올리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이미 형성된 생태계에서 낯선 사람을 잘 받아 주지 않을 수도 있고, 상대방이 이따금 찾아와 새로운 추종자 존재를 인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면 외래종 침입을 방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나의 SNS 태도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SNS의 특징을 살펴보기로 했다. 사상체질이나 MBTI 적성 검사로 사람 성격을 분류하듯이 SNS를 특성 짓는 요소는 무엇일까? 네트워크를 통하고, 동시에 대량 전파하는 등의 공통 특징을 제거하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독립적인 다섯 가지 인자를 뽑았다. 이 다섯 가지만으로 SNS를 구분할 수 있다고 보았다.
개방성 - 소통의 참여 자격이 이미 결정되어 있는지 여부
글과 그림 - 문자 혹은 사진 등의 그림
창작 시간 - 게시물을 창작하기 위한 시간
내부 공유 - 내에게 온 게시물을 친구 그룹에게 공유할 수 있는 특성
Platform 개입 - 운영사가 상업적 목적으로 홈 화면에 개입하는지 여부
5개의 특성에 따라 국내외의 SNS를 구분하여 표로 정리하였다. 동일한 유형의 SNS는 동일한 배경색을 부여하였다. 제보형 트위트, 부고형 카톡과 밴드, 기사형 SNS, 사진형 핀터리스트와 인스타그램, 마지막으로 문학형 브런치와 포스터가 있다. 다양한 SNS가 있지만 신문의 문학 장로와 대응시키면 헷갈릴 이유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이런 SNS 특성에 알맞은, 실제 활동하는 거주민을 마지막 칸에 나타내었다. 거주민은 이주할 수 있으므로 SNS의 핵심 요소는 아니다. MBTI에 진보와 보수가 없듯이 SNS의 핵심인자에는 진보와 보수가 없다는 것이 저의 판단이다.
표에 있는 대부분 SNS 유형은 추가 설명 없이도 이해될 수 있다. 다만 기사형 SNS로서 페북이 절대적 우위에 있는데 기능 측면에서는 카카오스토리, 구글+, 텀블러에서 거의 차이가 없음에 놀랐다. 즉 페북은 사진의 얼굴을 인식하는 등의 인공지능 기능이 있지만 5개 핵심인자로 비교하면 4개의 SNS는 동등하였다. 곰곰이 생각하여 보면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수 집단의 소통 도구를 따라야 하므로 페북의 초기 선점의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혹은 페북 친구를 피해 나온 일련의 사람들이 텀블러나 카카오스토리에서 또 다른 둥지를 틀고 있으므로 선점 효과에 반하는 이론도 가능하다.
기사형 SNS에 구글+이 있는데 사용자 수는 빈약해 보인다. 구글이 검색으로 확고한 위치를 잡고 있으나 적은 사용자 수는 일등의 아량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개인적인 편견인지 모르지만 구글이 이전에 시도했던 다양한 시험적 도구들이 단명한 탓에 사람들이 구글 + 사용을 꺼리지 않을까?
11개 SNS 계정에 새로운 글을 올리느라 저는 요즘 바쁘다. 퇴근 이후 혹은 주말에야 시간이 나므로 뻥티기 기법을 써야 한다. 즐겨 쓰는 방법은 브런치에 글을 올린 후에 다른 SNS로 공유시키는 방식이다. 단점이라면 동일한 글로 친구의 눈살을 지푸리게 할 수 있다. 알프스에서 만난 한국인을 로마에서 다시 만나면 반갑지만 페북에서 읽은 친구의 글을 카카오스토리에서 읽는 기분은 유쾌할리가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친구 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페북에는 안면이 있는 친구를 두고, 타 SNS에는 모두 모르는 분들을 Following 하도록 해야 한다. 사실 타 사이트에서도 안면 있는 친구들이 추천목록에 뜨지만 결코 아는 체하지 않는다. 단벌인 내 모습을 숨기기 위함이니 너무 서운해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