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사히 운행하기를 바라는 3체 문제
우리 집에는 떠난 자식들의 빈자리를 개 3마리가 채우고 있다. 첫째 아미는 주인에게 버림받아 동네를 어스렁 거리다가 들어왔고, 둘째 감자는 주인 방 친구의 구박으로 보내줘 왔고, 셋째 밤비는 주인 이웃의 시끄럽다는 불평으로 쫓겨왔다. 애견 분양비가 나가지 않았지만 광견병, 사상충, 진딧기 예방으로 나보다 의료비가 많이 든다. 집안에 개가 많다는 회의가 들 때면 어떻게 알았는지 감자와 밤비의 주인은 개 껌과 보온 잠바를 사 보내곤 한다.
세 마리의 개 덕분에 집에 도둑이 들지도 않지만 나의 건강도 유지된다. 개는 하루에 한 번씩 산책시켜야 온순해진다는 아내의 주장을 따라, 우리 부부는 아침저녁으로 30분 동안 반석천을 한 바퀴 돌고 5년을 지속했다. 애견 산책이 유럽에선 법이라곤 하지만 토종개 아미의 생리를 해소하는 시간이기도 한다. 반석천의 명품인 벚꽃도 아미의 부끄러운 생리활동 탓일 수도 있다. 건강만을 위한 운동을 싫어하는 탓에 런닝머신을 빨랫줄 디딤대로 쓰고 있지만 세 마리의 개 탓에 산책이라는 건강한 운동을 한다.
나는 아미와 감자를 몰고, 아내는 밤비를 끌고 가지만, 3마리가 냄새를 맡고 영역 표시하느라 앞뒤 좌우로 위치가 수시로 바뀐다. 이에 맞춰 줄이 꼬이지 않도록 자동 감김 릴을 재배치하고, 간혹 아내와 나도 위치를 바꾸어야 한다. 상당한 인지활동을 요한다. 주말에는 반석천 대신 뒷산에 오른다. 다행스럽게 인적이 드문 산길이라 목줄을 풀어놓을 수가 있어 3차 방정식을 푸는 노동에서 해방될 수는 있다.
과학에서도 개 같은 3체 문제가 있다. 뉴턴 역학 덕분에 허공을 향해 던진 1개 돌멩이의 포물선 궤적을 구할 수 있고,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의 타원 궤적을 구할 수 있다. 그렇지만 3개의 물체가 동시에 운동하면 그 궤적을 함수로 구할 수 없다는 것이 3체문제의 핵심이다.
위 문장을 오해하기 쉬운데 포물선이나 타원 같은 함수를 못 구한다는 뜻이지, 궤적을 못 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요즘에는 컴퓨터가 수치적으로 그 궤적을 그려준다. 아래 그림은 지구와 달의 운동에 끼어든 혜성의 궤적을 컴퓨터가 보여줍니다. 원운동이나 포물선 운동에 익숙한 우리에게 참 이해하기 힘든 궤적을 혜성이 보여줍니다.
3체 문제는 대학교 2학년 물리 교재에 잠깐 기술되어 있어 저도 그때 인지를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3체 문제보다 더 중요한 개념들이 많아 3체 문제를 깊이 설명하기는 어렵죠. 오히려 모르는 편이 학생들에게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1887년 스웨덴 국왕 오스카 2세의 의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태양계의 행성들이 태양을 돌고 있는데 언제까지 충돌하지 않고 안정한 상태를 유지할 것인가?
매년 동일한 시기에 벚꽃은 피고, 2000년 이전에 일어난 월식 시간을 정확히 알아내는 과학기술 능력으로 보면, 태양계가 늘 안정되어 있고, 공정 궤도를 함수로 나타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든다. 오스카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기우 대신 백성이나 잘 돌보라고 충고하고 싶다. 따라서 오스카 2세의 의문를 쉽게 답변 가능하리라 당대 과학자들은 전망했다. 그렇지만 기대와 다르게 과학자들은 해답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많은 과학자들이 삽질을 하고 있는 와중에 수학자인 포앙카레는 이 문제의 궤적 함수를 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더구나 3개 물체의 초기 조건이 미세하게 변화되어도, 궤적이 나중에 크게 변화된다고 그는 발표한다. 카오스 이론의 태동이다.
음! 카오스 이론이 혼란스러운 것은 알겠지만 지금 오스카 2세의 걱정처럼 태양계는 안정할까요? 8개의 행성과 태양으로 이뤄진 태양계는 3체 문제에 속한다. 그렇지만 과학자들은 태양처럼 질량이 무거우면 3체 문제를 여러 개의 2체 문제로 쪼개 해법을 구할 수가 있다. 따라서 태양계는 안정하고 영속된다. 다만 혜성이나 소행성처럼 태양계로 침입하는 물체와는 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물론 충돌하기 전에 폭파시키는 기술도 어렵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