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석천의 생태계
새들이 지귀는 소리를 들으려고 트위터에 가입했다가 사람 소리만 나 한 동안 틀지 않고 지냈다. 최근에 트위터를 다시 접속했다가 아이디 직박구리-****을 알게 되고 반석천에 사는 새소리를 엿듣게 되었다. 아마 엄마새와 아기새의 대화로 추정된다.
엄마: 애들아 일어나라. 곶감 물어왔다.
아기: 한겨울에 이렇게 고운 감을 어디서 구했어?
엄마: 반석천 마을에 매년 감을 깎아 말리는 집이 있지. 그런데 이 먹이도 조만간 사라질 듯하다.
아기: 왜?
엄마: 어제까지 빽빽하게 말리던 곶감을 인색한 주인이 거둬 들었어. 어제 주인이 곶감을 쪼아 먹고 있던 나를 발견했지. 쫓아내려고 테라스 문을 여는데 얼음 때문에 열리지 않았거든. 잔뜩 화가 난 주인은 창문을 뚜드렸지만 내가 겁을 먹을 정도는 아니지.
아기: 가을에 발품팔이 만든 곶감이니 아깝기는 하겠지. 그런데 여전히 몇 개 남아 있는 곶감걸이는 뭐야?
엄마: 내가 쪼은 곶감은 그대로 두었더라. 같이 입 대기 싫다는 의도겠지. 이럴 줄 알았으며 모든 감에 흔적을 남겨둘 걸 그랬어.
아기: 내일부터는 다른 집에 가서 곶감을 물어와
엄마: 나도 그러고 싶지. 그런데 다른 집은 벌써 그물을 쳐 놓았어.
아기: 왜 이 집은 그물을 치지 않지?
엄마: 게을러서 그렇겠지? 사실 배려가 있는 주인이라면 그물을 치면 되지 않지.
아기: 배려라니 무슨 뜻인데?
엄마: 너희 아빠가 이 집 창문과 충돌하여 돌아가셨다. 거실에 과일을 향해 돌진했다가 유리창과 충돌했지. 내가 옆에서 직접 보았단다. 쿵 소리가 나면서 떨어졌지.
아기: 아빠 보고 싶어
엄마: 쿵 소리를 듣고 주인도 나왔어. 그 집에는 아미라는 개와 옆집에 설리라는 고양이가 살고 있는데 아빠를 던져주더라. 이런 인정도 없는 놈들. 다행히 배부른 동물들이 거들떠보지 않으니 과일나무 밑에 묻어주더라.
아기: 지난가을에 포식했던 알프스 오토메가 그 과일나무구나. 주인은 과일이 익어도 따지 않는다는 나무?
엄마: 주인에게는 보는 즐거움을 위해 심은 과일이지만 우리에게 아빠의 흔적이 남아 있는 나무야.
아가: 주인이 괴팍하기는 해도 사이코패스 인간은 아닌 듯한데..
엄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그렇지만 아빠가 죽은 집으로 나랑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그래서 곶감 먹고 나서도 테라스 바닥에 배설물을 잔뜩 싸놓고 왔지.
아기: 그거야 우리가 하늘을 날므로 먹고 나면 바로 배설해야 하기 때문이지. 우리는 대장도 짧고 직장은 없다고 하던데. 남자 친구와 함께 있으면 좀 민망해.
엄마: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는 말이야. 그 주인장의 대머리에 하늘에서 배설물을 쏟아부을 때의 희열은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한참 날 쏘아보더니 요즘은 모자를 쓰고 다니더라.
아기: 정말로 복수를 하려면 배설을 하지 않아야 한데. 우리의 배설물에는 산삼씨도 들어있데.
엄마: 걱정하지 마. 그 집주인은 깔끔을 떨어 산삼씨도 다 쓸어 쓰레기통에 버려. 만에 하나 산삼이 싹을 틔운다고 해도 보지도 않고 잘라 버릴 거야.
아기: 엄마 말을 들으면 좋은 박씨를 갖다 주는지 나쁜 박씨를 가져다주는지 헷갈려.
엄마: 응! 나도 그렇다. 곶감이나 먹자. 우리는 하늘을 날지만 길쌈도 추수도 하지 않잖아. 오직 의를 행하자.
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