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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월식

붉은 신호등은 먼 거리에서도 보인다.

by 정연섭

1월 마지막 날에 슈퍼 블루 블러드 문이 뜬다고 방송에서 떠들어도 호기심이 일지 않았다. 세 개의 형용사가 더 붙지만 천체 운동의 비밀을 아는 나에게는 조금 복잡한 달에 지나지 않는다. 그날 저녁 타 부서와 회식이 있었고 집에 오자마자 골아떨어졌다. 아침 페북에 월식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사실 내가 찍지 않더라도 추위에 떨며 찍을 친구가 있을 줄 알았다. 앞으로도 이런 친구를 부려먹기 위해서는 '좋아요'를 한번 눌러주었다.


그런데 특이한 현상이 있었다. 달이 지구 그림자 속으로 완전히 들어갔을 때 달이 붉게 보였다. 이론상 달이 보이지 않아야 한다.

달에 첫발을 디딘 암스트롱은 달의 원주민 사이에 자식을 두었는데 이름이 암약이다.보다는 5살 정도 어리다. 암약상을 공개할 수가 없는 신분인지라 암약과 연락을 거의 않지만, 이번에는 붉은 현상을 물어보았다.


지구에 가려 햇빛을 못 받을 때 달 표면에 산불을 내었냐고 메일을 보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답변이 왔다. 달 표면에는 불 낼 식물 한 포기 없다고 했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나도 답을 사실 알고 있었다.


태양빛의 산란이 정답이다. 태양 빛은 빨주노초파남보의 7개의 무지개 색으로 사방에 퍼진다. 7개의 색이 뭉치면 무색이다. 7개의 무지개 색이 지구 대기를 지날 때 산란이 일어난다. 레일리 산란 Raileigh Scattering이라고 한다.


대기를 거의 직진하며 통과하는 붉은빛이 있고, 대기와 충돌하여 거의 되돌아 가는 파란빛이 있다. 둘 다 산란현상인데 붉은빛은 산란이 적고, 파란빛은 산란이 강하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지구 그림자 속으로 들어간 달은 직접 햇볕을 못 받지만 그래도 산란 붉은빛을 조금 받고 있다. 해가 서산 아래로 떨어져도 붉은 노을을 볼 수 있듯이, 지구 뒤편의 달이 노을빛으로 물든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레일리 산란은 입자, 고분자 입자의 크기를 측정할 때에도 사용된다. 더 실용적인 예는 교통 신호등이다. 적 신호등은 멈춤을 의미하는데 적색이유는 안개 낀 날 먼 곳에서도 잘 보이기문이다. 적색은 진행을 의미하는 녹색보다 뚜렷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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