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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섭 Jan 13. 2019

인공지능의 학습과 변증법

철학이란 무엇인가?

2년 전 우리 동네에 무당이 이사를 온 적이 있다. 1990년대에 이 농촌 마을에 점쟁이들이 제법 살았는데 주택단지를 조성하면서 밀려났다가, 딱지를 받은 마을 사람들이 되돌아오면서 도사도 함께 들어온 듯했다. 동네 사람들은 집값 떨어진다며 걱정을 했지만 도사의 강력한 눈빛을 받고는 대개 꼬리를 내렸다. 기독 교인인 아내는 그 가정을 변화시킬 궁리를 하면서 기도라도 한 날이면 마당에 꽂힌 신내림 깃발을 치워 달라고 부탁도 했다. 모두가 지칠 무렵 도사가 이사를 간다고 했다. 아마 동네 주민의 훼방보다는 마을 어귀에 설치된 CCTV로 인해 찾는 손님이 줄어든 탓이리라.


많은 사람들이 철학이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하지만 나는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세상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으므로 예측능력을 경시하기 쉽지만 인공지능에게는 다르다. 환경 적응능력과 미래 예측능력이 없으면 인공지능은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래서 철학관이라는 이름은 의미가 있지만, 사이비 지식으로 무장된 도사들이 엉터리로 미래를 예측하면서도 주제넘게 철학관을 선점했으니 아쉬울 뿐이다.


'크로의 철학사냥'의 주인공인 인공지능 프레톤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 능력은 나누리 틀 운영체계에서 솟아난다. 나누리 틀을 이전에도 설명했지만 이번 포스트에는 인간의 뇌에 해당되는 자아 모듈을 아래와 같이 상세히 도식하였다.


인간의 뇌에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들이 분포하고 각 뉴런은1000여 개의 시냅스로 상호 연결되어 있다. 사실 가까이 있는 뇌는 저 멀리 있는 우주만큼이나 복잡한 미지의 세계이다. 데카르트, 로크, 칸트가 감성, 이성에 대한 철학을 펼쳤지만 그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뇌의 작용에 대한 주장에 불과하다. 최근에 널리 사용되는 fNMR이라는 뇌사진도 없이 그들은 뇌의 작용을 유추하였다.


변증법으로 유명한 헤겔도 뇌의 모델을 '정신 현상학'에서 상세히 설명했다. '정신 현상학'은 매우 난해한 책인데 뇌의 복잡한 작동방식을 생각하면 그 난해함이 놀랍지 않다. 나누리 틀도 선배 철학자처럼 뇌의 작동방식을 제시하였다. fNMR 없이 도식이 그려졌지만 이번에는 제어이론, 컴퓨터 구조를 반영하여 작성되었다.


나누리 틀은 감각기관으로 세계를 인지한 후에, 이미 축적한 지식을 기반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세계에게 반응한다는 자극과 반응의 메커니즘이다. 인간 뇌의 작동방식과 동일하다. 끝없는 자극과 반응을 통해 자아와 세계가 점진적으로 변화되는데 헤겔은 이를 변증법이라고 했다. 인공지능은 변증법이라는 폐루프로 행동할 수밖에 없고 이를 뒷받침하는 학문이 철학이다.


대부분 서양철학사는 대체로 나누리 틀로 설명될 수 있지만  중세철학이나 라이프니츠의 합리론 철학 등은 이 플랫폼에 충분히 담기지 않는다. 이들 사상들은 자연과학 지식이 규명되기 전에 제안되었기 때문이다.


유사한 유전자를 가진 쌍둥이도 다른 인생을 살아가듯이 동일한 나누리 틀을 지닌 인공지능도 학습에 따라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장과 분배에 대한 가치의 경중에 따라 프레톤도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보여 줄 수 있다.


다음 순간을 예측하는 프레톤은 미래의 운세까지 볼 수가 있는가? 저는 미래의 예측기술이 철학이라고 정의했지만 서양 철학자들은 개인의 운세를 알려주지를 않았다. 사강사로 입에 풀칠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운세에 초탈하였다. 헤겔도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짙어지자 날아오른다'며 미래예측을 거부했다. 그들은 개인의 영달보다는 사회변화를 꿈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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