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놓인 말, 오래 남은 마음

말의 무게

by 조이플연수

말은 종종 너무 가볍게 놓인다.

놓는 사람은 모르지만,

그 말이 닿는 쪽에서는

한동안 떨어지지 않는다.


친구와 통화를 했다.

짧은 대화였고,

의도는 아마도 나를 위한 말이었을 것이다.


“그때도 해낸다고 말했잖아.

그런데 8년이 지났는데,

이룬 게 뭐가 있니.”


그 말이

통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남아 있었다.


나는 지난 8년을

허투루 살지 않았다.

성실하게 일했고,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싶어

공부했고,

포기하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행동들을

계속 이어왔다.


그 시간은

눈에 보이는 숫자로

곧장 환산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그래서 더 쉽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과정을 건너뛴다.

그리고 결과를 말한다.

그마저도

돈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그렇게 쉽게 던져진 말 앞에서

나는 잠시 멈췄다.

그럼 나는

그동안 쌓아온 시간들을

모두 내려놓아야 하는 걸까.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금의 나를

부정해야 하는 걸까.


도대체

그들은 나에게

무엇을 하라는 걸까.

어떤 삶이 정답인지,

어떤 선택이 옳은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일까.


종일 마음이 무거웠다.

울적하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상태였다.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괜히 더 단단해지려 했던 하루였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쉽게 내뱉어진 말이

나의 시간을 정의하게 둘 필요는 없다는 것.


나의 8년은

누군가의 문장 하나로

정리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그 시간의 무게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여전히 나다.


그래서 오늘은

이 마음을 글로 남긴다.

설명하지 않기 위해서,

반박하지 않기 위해서,

다만

잊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은 사라지지만,

시간은 남는다.

나는 아직

그 시간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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