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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티리 Oct 29. 2019

이웃집비행소녀_일기장 아홉

입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입사 전에 해외여행 단 1도 가본 적이 없고

어학연수가 뭐죠? 먹는 건가요?                                           

수학여행으로 제주도만 가본 나에게 있는 거라곤 비행기도 닦겠다던 의지가 다였다.


나도 안 타본 비행기 장비부터 시작해서
이렇게 외울게 많을지 몰랐다.
그것도 매뉴얼에 의거하여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순서대로.

잘 외워지는 방법이요?
그냥 무식하게 달달달달달 외우면 된다.
입사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더 큰 산 더더 큰 산 더더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건
교관님......

세상 살면서 우리 부모님한테
파리채 하고 효자손으로도 맞아보고
러닝셔츠 차림으로 집 밖으로 쫓겨도 나왔지만
내 세상 사람이 이렇게 무서울수가 있을까...

첫날만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왔다ㅋㅋ
입사만 하면 비행기도 닦겠다는 그 의지는
첫날 사라졌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리더의 일을 줄곧 해왔다.

21살 때부터 서비스직 매니저, 학창 시절의 과대 등등 일하는 습관이 시키는 일을 받아서 하는 습관보다, 시키지 않은 일을 찾아서 하고 눈앞에 주어진 일을 보기보다 전체를 보는 습관이 자연스레 들었다.

자소서를 쓸 때나 면접을 볼 때 리더십이 강함을 어필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게 나에게 독이 될 준 몰랐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판단부터 내리는 버릇이 그대로 교육 때부터 나와버렸다. 아직 교육생이라 판단을 하는 범위가 좁은데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던 탓이었을 것 같다.


왜 뭐라고 나를 혼내시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건방진지 몰랐다.
참고로 나는 눈치도 더럽게 없는 스타일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뭐라 하면 더 못하는 스타일이다.

매뉴얼은 외운다 치지만
이런 적응면에서는 동기들보다 많이 뒤처졌었다.
한 명 한 명 면담을 하는 시간에
"많이 힘들어요?"
하는 교관님의 말씀 그 한마디에
눈물을 왈칵 쏟아버렸다.

그렇게 퇴사하고 유니폼을 반납하는 그날에도
마주쳐서 복도에서 한참을 얘기했다.
그만두기 전,
몸이 너무 안 좋았었고 심적으로 힘든 일도 너무 많았었다.
그간 있었던 힘든 일들 그리고 그 과정들, 그리고 어른스럽게 넘기지 못한 것, 저는 지금 29살 아홉수를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이 힘들었겠다.... 부럽다 그만둬서^^
나보다 더 먼저 그만두냐? 술 한잔 하자"

보고 싶다.

29살, 사회에서는 몇몇 적지는 않은 나이라고 말하는 나이.

유일하게 어린아이로 돌아가 투정 부리고 어리광 부릴 수 있었던 선배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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