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대상, 학부모
시간이 참 빠르다고 느끼게 된 것은, 정말 하루하루를 세지 않고 그저 주말이 되기만을 바라는 직장인의 삶을 시작한 이후부터이다. 연초부터 근무를 시작하며, 이곳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주던 설 명절 선물을 받고 '나 이거 받아도 되는 걸까?'를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덧 2022년의 하반기에 접어들어 추석 명절선물을 당연하게 받아 들고 퇴근하는 내 모습을 보면- 이제는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초임교사의 1년 생존기를 겪으며 오만가지 잡생각을 죄 끌어안고 있는 나이지만 9월이 되고 연휴 아닌 연휴를 맞이하게 된 오늘, 우리 반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하게 된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내가 과연 영아를 좋아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보다는 그래도 작은 여러 가지 면들에서 소소하게 귀여움을 느끼고 있는 오늘이지만. 다만 내가 아직까지도 교사인가?를 고민하는 이유 중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학부모님들과의 관계이다. 교사로서 내가 효능감을 느끼느냐- 또 영아들이 유아보다 귀엽지 않으냐- 의 초점보다는 직장어린이집 보육교사로서, 그리고 그중에서 철저히 저경력 교사로서 느끼는 감정에 치중하여 이 글의 소재를 삼게 되었다.
우리 반 원아들의 부모님들은 과연 나라는 교사를 어떻게 생각하실까? 보통 영유아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관계 형성의 대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이 아니라 부모님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영유아와의 라포 형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연령과 발달 등을 고려할 때 의사결정권이 적으므로. 필연적으로 부모님과의 연계 및 소통이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전인적인 발달에도, 교사와 학부모의 원활한 의사소통에도, 그리고 신뢰관계에도 말이다. 그러한 면에서 그냥 갑자기 궁금해졌다. 3월부터 우리 아이를 맡기기 시작한 부모님들이 9월- 2학기를 맞이하여 담임교사를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생각이 말이다. 그리고 더 구체적으로는 우리 아이의 담임교사 넘버 2,3 정도의 대상에 대한 마음.
왜냐하면, 난 부끄럽지만 그다지 부모님들과 인간적으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너무도 나이스하고 친절하신 부모님들이 많은 우리 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1학기 몇 차례 동안이나 교사로서 학부모들로부터 받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있었기에 내가 그들에게 담임교사로 인정이나 받았을지 모르겠는 것이 오늘의 심정이다. 나는 그분들과 아직도 그다지 친한 것 같지 않아서, 학부모님들께 나는 구색을 맞춰주는, 우리 아이 담임선생님(가장 고경력 교사)의 휴식을 위해 함께 이 반을 이끌어가도록 도와주시는 보조교사 정도의 개념이라고 생각하실까 봐 그런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한없이 위축되고 작아지는 것이 내 마음이지만- 이것이 초임교사로서 느껴야 하는 당연한 순리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나는 여전히 그 눈빛과 숨겨진 속내가 걱정된다. 나에게는 열지 않고, 동료 담임선생님 앞에서만 입을 여는 그 아이러니함이- 나를 이곳에 심적으로 정착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만 같다. 모든 2담임제 이상의 영유아 교사들, 그중에서도 저경력 교사들이 느끼는 감정일까?
인정 욕구가 높은 나에게 있어 친해지고 싶은 진정한 대상이 바로 학부모님이다. 그러나 올해 부모님들과 그다지 그런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것 같아 그 점이 많이 아쉽다. 대학시절 방문 놀이 돌봄 시터를 하며 학부모님을 많이 만났었다. 그때 맺었던 부모님과의 라포는 꽤나 단단했고 나는 부모님들로부터 많이 인정받는 교사였다. 이런저런 스몰토크도 정말 소탈하게 나눌 수 있는 관계였다. 그러나 이름뿐인 교사가 아닌 정말 '교사'가 된 지금 나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만 같아 마음이 울적해진다. 생각이 많은 것이 이리도 힘들 수 있구나를 실감하는 요새이다.
원담임이 아니기에 느끼는 편안함과 조금 더 의지할 동료가 있다는 안도감, 그만큼 나눠 가질 수 있는 의무와 책임이 감사하기는 하지만. 원담임이 아니므로 느껴야만 하는 서러움은 내게 정말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초임이기에 배워야 하는 시기라고, 능력도 없으면서 원담임을 꿈꾸기만 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님을 알아야 하는데, 나는 학부모를 대하는 기술도 능력도 아직 형성되지 않았으면서도 자꾸만 직장에서의 내 정체성을 의심하게 된다.
과연 나는 부모님들에게 존경까진 아니더라도 우리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을만한 신뢰감을 가진 담임교사였을까? 그렇지 못했다면 과연 그것은 나의 문제였을까, 상황과 구조의 문제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