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지 못한 하늘

침묵의 서 4장

by 연월랑

황혼은
능선을 가로질러
천천히 내려앉아 있었다.

빛은 남아 있었으나,
무언가를 살려내기에는
이미 늦은 빛이었다.

청룡은
처음부터
윤검과 연을 함께 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러나
확신이라 부르기에는
조금 늦은 눈이었다.

“하늘의 질서를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마지막 변수다.”

그 말은
경고가 아니라
이미 내려진 판단에 가까웠다.

“너는
머물 자격이 없는 힘을 가졌다.”

윤검은
연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그의 움직임에는
결심보다
피로가 먼저 묻어 있었다.

“나는
하늘을 부정하지 않는다.”

목소리는
낮았고,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하늘이 나와
이 사람을
지우려 한다면,
여기서 끝나도
상관없다.”

청룡은
말에서 내렸다.

그 순간,
능선의 공기가
조금 늦게 움직였다.

검이 뽑혔다.

첫 합은
청룡이 가져갔다.

빠르고,
정확했다.
흔들림 없는 궤적.
하늘의 검 그대로였다.

그러나
두 번째 합부터
리듬이 어긋났다.

윤검은
베지 않았다.

힘을 흘려보냈고,
각을 비틀었다.
청룡의 검로는
점점 좁아졌다.

세 번째 교차에서,
청룡의 호흡이
반 박자 늦어졌다.

그 순간,
윤검의 검끝이
청룡의 목 아래에서
멈췄다.

바람이
그 사이를 지나갔다.

윤검은
아주 잠깐
베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리고
그 충동이
자신이 내려오기 전의
감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늘이
아직
자신 안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

그는
검을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순간,
이미
무언가가
끝나고 있었다.

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결론이 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결론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윤검은
검을 거두지 않은 채
말했다.

“돌아가라.”

청룡의 눈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하늘을
베지 않겠다는 건가.”

“아니다.”

윤검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하늘이 될 생각이 없다.”

잠시 침묵.

청룡은
천천히 검을 내렸다.

그의 눈에는
패배가 아니라
이해에 가까운 흔들림이 남아 있었다.

“네가 이긴 건,
검이 아니다.”

그가 말했다.

“네가
하늘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다.”

청룡은
능선을 내려갔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해는
완전히 저물었고,
능선에는
둘만 남았다.



청룡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그다음 날이었다.

능선에서
멀지 않은 협곡.

전투의 흔적은
없었다.

그러나
완전히 비어 있지도 않았다.

칼은
정확했지만,
어떤 검로에도
속하지 않았다.

상처 주변에는
피 냄새보다
먼저
낯선 기름 냄새가
아주 옅게 남아 있었다.

사신무의 방식도,
윤검의 검도
아니었다.

소식은
빠르게 돌았다.

“청룡이
돌아오지 않았다.”

누가 베었는지는
기록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말하지 않고
알아차렸다.

누군가
베었기 때문이 아니라,
베어야 할 자가
끝내 베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죽음이라는 것을.

하늘을 내려놓은 자보다,
하늘을 붙잡은 자가
먼저 베이는 세상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하늘을
끝내 베지 않은 사람이
누구였는지도.

윤검은
그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비는 대신
몸이 먼저 무거워졌다는 것을
느꼈다.

후회라기보다,
피할 수 없음을
이제야 받아들인 감각에 가까웠다.

그날 이후,
사신무라는 이름은
공식 기록에서
조용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무도
그 이름을
다시 부르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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