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지 않은 검

침묵의 서 3장

by 연월랑

아침은
늘 같은 자리에서 시작되었다.

해는 산마루를 넘기 전
잠시 멈춘 것처럼 보였고,
이슬은 아직 걷히지 않은 채
풀 끝에 매달려 있었다.

이슬에는
아직
연기의 냄새가
아주 옅게 섞여 있었다.

윤검은
검을 들고 서 있었다.

움직임은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었다.
베는 각도,
딛는 발,
숨의 길이까지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

한 번의 검로가 끝났을 때,
바람이 늦게 따라왔다.

윤검은
검을 멈췄다.

완성에 가까워졌다는 감각은
기쁨이 아니라
공허에 닿아 있었다.
끝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더 빠르게,
더 강하게 할 수 있었지만
그럴 이유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했을지도 몰랐다.

연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말하지 않았고,
박수도 치지 않았다.

검이 내려오는 순간,
그녀가 물었다.

“이 검,
정말 필요해?”

윤검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검을 내려놓고,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굳은살은
이제 더 단단해질 곳이 없었다.
그러나
그 사실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필요해서
들고 있는 건 아니야.”

그 말은
설명이라기보다
몸에 남아 있는 대답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 자신도
완전히 믿지는 못하고 있었다.

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럼
언제 내려놓을 수 있어?”

이번에는
바람 소리가 먼저 지나갔다.
나뭇잎이 흔들렸고,
멀리서
새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윤검은
검을 다시 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휘두르지 않았다.

검끝이
공기를 가르지 않았고,
발도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는
그 자리에 서서
숨만 골랐다.

움직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몸은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바람의 무게,
땅의 기울기,
검이 아닌 곳에서
전해지는 긴장.

연은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싸우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네.”

윤검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아직은
잘 모르겠어.”

그 말은
약함이 아니라
몸의 중심이
조금 낮아진 자리에서 나온 말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가 도착한 곳이
어디인지는
그 자신도 확신하지 못했다.

그날,
검은
아무것도 베지 않았다.

그러나
윤검은
처음으로
검이 자신을
앞으로 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그 감각이
오래가지 않으리라는 것도
함께.

어쩌면
그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놓지 못한 채
시간을 넘기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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