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일담
섬에
사람 하나가
다녀갔다.
머문 시간은
길지 않았고,
묻는 말도
많지 않았다.
이름을 밝히지 않았고,
왜 왔는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걸음에는
젊은 날의 서두름이 아니라,
이미 많은 시간을
지나온 사람의
느린 확신이 배어 있었다.
그는
마을을 한 바퀴 돌았고,
바닷가에
잠시 섰다가
돌아갔다.
윤검은
그를 보지 않았다.
그날은
그물 손질을 하고 있었고,
손등의 주름 사이로
바닷물이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의 손은
예전처럼
검을 쥘 수 있는 손이 아니었다.
힘이 빠진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쥘 이유가 없는 손이었다.
그러나
그 손이
아예
검을 잊은 것은 아니었다.
연만이
그 사람을
보았다.
그녀의 눈은
젊은 날보다
조금 느려졌고,
사람을 보기보다
사람이 지나간 자리의 공기를
더 오래 바라보는 눈이 되어 있었다.
떠나기 전,
그는
연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이 섬에는
사람들이
말을 적게 하네요.”
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묻지 않아도
되는 게
많아졌거든요.”
그는
짧게 웃었다.
그 웃음은
기쁨도,
안도도 아니었다.
마치
자신의 선택이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하는 사람의
얼굴 같았다.
그는
다시
길을 탔다.
이름은
끝내
묻지 않았다.
그러나
섬을 떠난 뒤,
사람들은
그를
다르게 불렀다.
“집현전에서
왔다더라.”
연은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이름은
사람을 부르지만,
직함은
시대를 부른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시대는
항상
누군가를 부르고 있었다.
바다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섬은
그들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았다.
역사는
그들을
부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끝내
사람으로만
남아 있었다.
다만
바람만이
그들의 이름을
알고 있었고,
그 이름은
세상에
필요하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오래전에 시작되었고,
마지막은 최근에서야 완성되었습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더 다듬어,
추후 개정본으로 정리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