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글을 쓰다

by 연월랑

이사를 하던 날, 낡은 상자 속에서 오래된 노트를 하나 발견했다.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하며 만들었던 콘티북과 스토리북이었다.
손때가 묻은 종이를 펼치자, 잊고 있던 시간의 냄새가 났다.
세월의 먼 끝에서 다시 만난 노트였다.

그 안에는 아직 미완의 장면들이 있었다.
어딘가 서툴지만, 마음의 방향은 또렷했다.
나는 그때의 메모들을 다시 꺼내어 몇몇 작품을 손보았다.
감성적인 풍경을 글로 옮기는 것이 여전히 좋았다.
장면을 그리듯 써야, 마음이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도서 관련 일을 하고 있다.
하고자 했던 일은 아니지만, 책이 좋아서 계속하게 되었다.
새로운 책이 예전에 비하면 참 많이 쏟아진다.
그만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그 속에서 사람의 마음도 달라졌다.
그래도 책을 가까이 두며 사는 일은 내게 여전히 위로다.
퇴근 후엔 짧은 시간이라도 좋아하는 책을 펼친다.

세월이 지나서인지 블로그나 SNS에는 익숙하지 않다.
그렇다고 컴맹은 아니지만,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려는 욕구가 예전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도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만은 남아 있었다.
블로그를 개설해 글을 올려보았지만,
이상하리만큼 누군가의 발자취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 카카오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용기를 내어 작가 신청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어느새 중년이 되어 돌아보니,
그 시절의 감정과 풍경들이 다시 나를 부른다.
그래서 나는 다시 글을 쓴다.
자연의 빛과 바람, 소리와 냄새로 마음의 결을 새긴다.
사회적 이슈보다 사람의 온기, 공감의 진동을 담고 싶다.

자연은 내게 늘 말없이 가르침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자연을 의인화한다.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그리고,
그들의 숨결로 사람의 마음을 비춘다.

이렇게 글을 쓰며 나는 바란다.
나의 문장이 물결이 되어,
누군가의 마음에 잔잔히 닿기를.
그 울림이 다시 나로 돌아와,
또 다른 파동으로 퍼져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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