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닿는 곳에서, 아직 살아 있는 마음에게
소녀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하루 대부분을 이 자리에서 보냈다.
창문은 세상으로 통하는 유일한 문이었고,
그 너머의 들판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오늘은 햇살이 유난히 맑았다.
바람은 잎사귀를 스치며 지나가고,
그 아래에서 해바라기가 해를 향해 고개를 들고 있었다.
소녀는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보다가
조용히 미소 지었다.
“저 아이는 오늘도 해를 잊지 않는구나.”
그녀는 천천히 손끝으로 창문 유리를 쓸었다.
그 위로 햇빛이 번져 손바닥이 따뜻해졌다.
자신의 몸은 약해 바깥을 걸을 수 없었지만,
그 빛만은 언제나 이 자리까지 찾아왔다.
며칠 뒤, 장마가 시작되었다.
창문에 빗방울이 내리고, 하늘은 낮게 드리웠다.
들판의 해바라기는 무겁게 젖어 고개를 숙였다.
햇살이 사라지자 방 안도 한층 어두워졌다.
소녀는 조용히 창가에 앉아
그 무거운 꽃잎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마치 그 꽃과 같다고 느꼈다.
빛이 사라지면, 마음도 조금씩 기울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고개 숙임이 슬프진 않았다.
그건 포기가 아니라, 기다림 같았다.
언젠가 다시 빛이 돌아올 것을
그 꽃은 알고 있는 듯했다.
비가 그친 오후,
아이들이 장화를 신고 들판을 뛰어다녔다.
젖은 흙 위로 물이 튀었고,
해바라기 하나가 아이의 손에 꺾였다.
그들은 웃으며 달려갔다.
그 웃음엔 악의도, 무심도 함께 섞여 있었다.
소녀는 창가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가슴이 잠시 저릿했다.
하지만 곧 시선을 옮겼다.
그 옆의 해바라기들이
다시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람이 그들을 감싸며 잎을 흔들었다.
그 순간, 소녀는 알았다.
삶이란 빛을 쫓는 일이 아니라,
빛을 기다릴 줄 아는 일이라는 것을.
며칠 후, 구름이 걷히고 다시 햇살이 들었다.
소녀는 천천히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방 안으로 들어와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창문 너머, 해바라기가 다시 해를 향해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햇살을 가만히 받았다.
그 온기가 피부를 넘어, 마음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그녀는 미소 지었다.
비록 몸은 약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 빛을 향해 있었다.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들판의 그림자가 길어졌다.
소녀는 창문을 닫지 않았다.
저무는 햇살이 방 안을 붉게 물들였다.
그 온기 속에서 그녀는 느꼈다.
세상은 언제나 창문 너머에 있지만,
빛은 늘 이 자리까지 닿는다는 것을.
그녀는 눈을 감았다.
햇살이 속눈썹 위에서 잔잔히 흔들렸다.
그 따스한 떨림 속에서,
그녀의 하루가 고요히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