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의 향

존재의 잔향이 남기는 울림

by 연월랑

저녁 바람이 산 아래를 스치면

절 마당의 향이 먼저 깨어났다.

희고 가는 연기가

공기 위로 조용히 오르다

스스로의 무게를 잊은 채 머물렀다.


그 연기 속에는

누군가의 숨이 아주 느리게 섞여 있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온도.

말로는 다 닿지 않는 자리였다.


숨은 향이 되어

잠시 세상의 결을 더듬었고,

그 흔들림은

지워지지 않는 미세한 맥박처럼 남았다.




마흔아홉 날의 고요,

사람들은 다시 그 앞에 머물렀다.

종은 산허리를 따라 부서지듯 퍼지고,

낮은 염불은

해 질 녘 공기에 스며들었다.


연기는 흩어졌지만

냄새는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숨을 들이켤 때마다

가슴 어딘가가

조용히 가라앉았다.


그 안에서

아직 닿지 못한 말들이

아주 작게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은

손끝도 모르게

하나의 온기로 번졌다.




그의 시간은

말보다 먼저 우리 곁에 남아 있었다.

기쁜 날과 고된 날 사이,

무수한 숨이 겹쳐

한 사람의 결이 되었고,

그 결은

조용히 바람을 닮아갔다.


향은 그를 보내는 문장이었고

어둠 속에 놓인 마지막 숨결이었다.

재가 남고

연기가 사라진 자리에도

어딘가엔

아직 온기가 흐르고 있었다.


나는 숨을 고르며

그 자리에 잠시 머물렀다.

말하지 않아도

지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듯,

공기는 느리게 식어 갔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희미한 향이 다시 일어

아무도 부르지 않았던 이름처럼

고요를 흔들었다.


숨은 사라졌지만

향은 남았다.

그 향은

시간의 얇은 틈에서

아직도

조용히,

다시 피어나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새벽 첫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