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집, 내 취향이 맞닿는 지점들에서 위로를 받는다

by Yeony Do

집, 나의 취향이 맞닿는 지점들에서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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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머리가 시끄럽다. 집이 사무실이 된다는 것은 일과 일상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더 이상 집이 오롯한 쉼의 공간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 그 경계를 만들려 수없이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집에 있으니 더욱 씻기를 포기하고, 밥을 미루고 모니터 앞에 앉는 경우들이 허다해진다. 그리고 오늘처럼 머리가 복잡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면, 나의 한숨으로 인한 무거운 공기가 나의 방 안을 채우게 된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나를 토닥인다. “괜찮다. 오늘 하루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는 사소한 계기들도 생기겠지.”


다행히도 내가 또 시간이 지나고 외부 일정들을 마치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기분이 한결 가벼워지는 지점이 생긴다는 것까지도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지점에서 나의 마음이 조금 평안해지나 생각해보면, 내 취향과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맞닿는 순간들인 것 같다.


엄마와 커피와 빵을 준비해 도란도란 수다 떨 때
친구들이 선물해준 디퓨저와 룸 스프레이의 향이 느껴질 때
잠시 산책을 나가는 길에 듣던 노래가 마음에 들 때
할머니의 정성이 가득 담긴 요리를 먹을 때
엄마의 옷장에서 내 취향의 옷을 발견할 때 (이 이야기도 한번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나를 보고 눈이 커져서 웃고 있는 우리 강아지를 마주할 때
온 식구의 웃음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울 때


이 모든 순간이 ‘내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취향의 사전적 의미)’과 만나지는 지점인 듯하다. 집에 있으면 나도 몰랐던 내 취향들을 발견해 나간다. 그리고 그것들이 엄마, 아빠의 취향과 많이 닮아있다. 특정 요소를 보고 같은 생각을 하고 함께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코로나 19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내가 집에서 보내는 나의 사적인 순간들에 대해서 나누는 시도를 해보지 못했다. 매번 해외로의 여행, 출장, 친구들과의 만남, 파티 등 일상 속 더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는 소재들에 밀렸던 듯하다. 이제야 내가 ‘집’이라는 공간을 소재로 이야기를 쭉 늘어뜨려 놓는 과정에서 나를 알아가는 중이다. ‘내가 찍는 사진은 이런 느낌이구나.’, ‘나는 가족들을 이야기할 때 이런 단어를 많이 쓰는구나.’, ‘남들의 취향에 휘둘리지 않은 진짜 나의 취향은 이런 형태이구나.’



개인의 일상 속 자연스럽게 반영되는 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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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트렌드 리포트들을 살펴보다 보면, 사람들이 이 시대와 시기를 함께 지나가며 비슷한 사고의 흐름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느낀다. ‘Home’, ‘홀로 만찬’, ‘취향 소비’, ‘치유력 있는’, ‘구독 문화’, ‘홈 카페 문화’, ‘화상 면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뽑은 트렌드 중 많은 키워드가 나와 닿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업적 특이성과 삶의 배경이 일반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이 글들을 읽는 분들이 한 개인의 삶의 형태와 고민을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동시에, 개인이 팬데믹 현시대를 맞이하고 버텨 나가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녹아든 시류들도 엿보아 주셨으면 한다.


이 글까지 10편의 글을 쓰며 내 취향과 시류가 반영된 내 집은 어떤지 잠시나마 돌아보는 순간들이 나에겐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해 준 계기이며 위로이자 휴식으로 다가왔다. 앞으로도 틈틈이 집에서 발견한 나의 이야기들을 기록해나갈 예정이다. 그렇기에 다른 분들께도 각자의 ‘집’과 집에서의 시간을 돌아보길 추천한다. 마치 집을 넘어 자신을 돌아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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