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어려워지자 많은 사람이 국내 여행지를 찾기 시작했다. 작년 한 해 제주에서의 문화예술 축제를 기획하며 제주를 방문하는 국내 여행객 수의 증가를 온몸으로 체감하였다.
코로나 19가 시작되기 전 방문하였던 제주 공항과 렌터카 회사들에서 마주한 관광객의 수보다, 코로나 19가 시작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사람을 마주하게 되었다. 관광객이 늘자 코로나 19 청정지역이었던 제주도에서도 점차 코로나 확진자가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2년을 기획하고 준비한 행사의 진행 가능 여부가 불확실해지기까지도 했다.
다른 지역들도 아마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국내의 소도시를 여행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데본, 컴브리아를, 프랑스에서는 니스와 같은 작은 남부 도시들로 향하는 관광객이 늘었다.
나 또한, 업무 겸 여행으로 제주, 경주, 양평, 공주 등 특정 지역을 들르면 2~3일 더 머무르며 그곳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재택근무를 하므로 가능한 일이었기도 하다. 익스피디아가 분석한 여행 패턴 분석에 따르면 놀랍게도 올해는 ‘수요일’의 숙박비가 가장 비쌌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재택근무를 하기 시작하자 사람이 많은 주말보다는 평일에 호텔과 같은 공간을 빌려 ‘호캉스’를 즐기며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덕분에 제주에서 피는 꽃들을 계절마다 볼 수 있었고, 경주에서 신라의 고도의 정취를 느끼며 이곳저곳을 산책할 수 있었다. 또한, 양평에서 자연을 즐기며 친구들과 다양한 창작을 시도해보기도 하고 공주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갈 수 있었다.
이렇게 말하니 다양한 지역을 방문하며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형태의 업무를 하는 내가 그나마 복이 많고 운이 좋았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솔직히 매 순간이 불안했다. 타지에서 방문한 사람인 내가 감염되었을 때 최악의 경우를 늘 상상하였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일정을 취소하고 집에 머무르기로 한 경우들도 많았다.
“잘 지내지? 런던은 좀 어때? 나도 내가 올해 런던을 방문하지 못하게 될지 몰랐어.”
내가 작년 연말 나의 석사 튜터에게 보냈던 매일의 첫마디이다.
함께 하고 있는 큐레이터님이자 나를 항상 본인의 아바타 혹은 미니미라 불러주시는 대표님과 회사가 런던에 베이스를 두고 있기에 나 또한 런던을 오가며 작업을 해왔다. 언제든 다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던 런던으로 가는 길들이 막히고 해외여행 자체가 어려워지자 그곳의 모든 것들이 그립다.
자주 가던 카페, 집 근처 공원, 맛집, 내가 좋아하던 갤러리 그리고 템즈강을 건널 때마다 기차에서 바라보던 하늘까지. ‘그때가 좋았는데….’하고 회상하며 매일 사진첩을 열어보게 된다. 사진들을 보다 보면 그 당시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추억들도 몽글몽글 떠오른다. 가끔은 그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내주며 그 사진의 장소들이 기억나는지 묻기도 한다.
강제적으로 여행의 자유를 박탈당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에는 정말 당연했던 시간과 심지어는 우울했던 시간까지도 그립다. 그렇다 보니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하는 사진들의 세장 중 한 장은 과거를 회상하는 사진이 되어버렸다. 얼마 전에는 제발 좀 시간여행을 멈추라며 과거의 사진들을 올리는 사람들을 놀리는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 19가 종식되기 전까지 나는 사진첩 여행을 포기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이야기 한 김에 잠들기 전 침대에 앉아 추억해본 과거의 사진들을 공유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