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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y Do May 03. 2021

13. 나의 집, 홈카페에서 즐기는 차와 커피

뜨거운 온도를 견디며 활짝 꽃을 피워내다. 꽃차

종종 나는 꽃차를 끓이곤 한다. 꽃차를 마시는 동안 입이 즐겁기도 하지만, 우러나오는 색의 변화와 물을 머금어 피어나는 꽃의 모습이 눈을 즐겁게 한다. 어느 차가 안 그렇겠냐마는 친구의 어머님께서 꽃을 재배하고 말리시는 과정을 들어보니 꽃 한 송이가 말라 꽃차가 되기까지 참 손이 많이 가더라.


꽃차에 대해 잘 모르지만, 꽃차마다 한잔을 우리기 위하여 들어가야 하는 꽃송이의 개수, 물의 온도, 우리는 시간 등을 다르게 고려해야 한다. 푸른빛을 내는 꽃들은 종종 물의 온도가 너무 높으면 그 수색을 내지 못하기도 한다.


꽃송이가 클수록 말라붙었던 꽃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멍하니 집중해서 쳐다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마인드풀니스(마음 챙김)’에서 말하는 과거와 미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을 놓아두고 현재의 감각에 집중하는 순간이 지금과 같은 순간인가 느낀다.




솔숲의 향을 온전히 머금다. 소나무 차

내가 지나온 시간과 인연이 신기하게도 이어져 알게 된 소나무 차. 함께하면 마음이 포근해지는 도자 작업을 하시는 작가님과의 콜라보레이션을 고민하던 중, 떠오른 소나무와 소나무 차를 소개해볼까 한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소나무를 활용한 차로는 솔잎차를 생각하는데, ‘송림도향’의 소나무 차는 ‘황장목(연륜이 오래된 소나무로 목질이 뛰어난 목재)을 활용하여 만든 차이다. 송림도향은 강릉의 오래된 고택에서 기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목수들이 200-300년 된 소나무 기둥의 안쪽을 갈라 대패로 얇게 썰어 차로 우려 마시는 장면을 보고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가 너무 매력적이고 포근해서 더욱더 차의 맛이 궁금해졌다.


사실 송림도향의 대표님을 내가 뉴욕에 있던 시절 알게 된 인연이다. 정말 오랜만에 연락을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식품공학 박사이며 김남희 연구소의 대표이신 아내분과 함께 너무 흔쾌히 송림도향을 소개해주시고 강릉의 솔숲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그날 경험했던 솔숲의 모습과 향기는 평생 잊을 수 없을 듯하다. 사진으로 그 웅장함과 신비로움을 다 보여줄 순 없지만 몇 장을 첨부해본다.


아마 많은 분이 소나무 숲의 향기를 바로 떠올리긴 힘들 것이다. 나의 아버지의 표현을 빌려 ‘편백 향보다 은은하고 깊으며, 페퍼민트만큼의 시원함과 상쾌함을 가지고 있는 향’이라 소개하고 싶다. 더 많은 분이 송림도향의 차를 통해서 집에서도 소나무의 향을 느끼고, 우리 민족에게 소나무는 어떤 의미인지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우리 민족은 늘 소나무와 함께였다. 소나무로 지어진 집에서 태어나, 소나무 장작불로 빚은 도자에 밥을 해 먹었다. 소나무로 가구를 만들어 집안을 채웠고, 생을 마감할 때도 소나무 관과 함께였다. 또한 솔숲을 그리고 표현하며 지조를 다지고, 그 그림들을 후세에 남기기도 했다.’




매일 차탕기에 끓여 보관해두다. 보이차

차 한잔을 내려서 마시는 순간까지의 과정. 그 과정에서 평온을 함께 마시게 된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어 한잔 한잔을 정성스레 우리는 시간을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나를 비롯한 우리 식구들은 물 대신 편하게 마시는 냉차 또한 선호하는 편이다.


우리 엄마는 종종 보이차를 부숴 차탕기에 차를 끓여두고 잠을 청하신다. 차탕기가 보글보글 끓어 차가 다 우려지면 뜨거운 보이차 몇 잔을 즐기고, 나머지는 식혀 냉장고에 보관해 주신다.


하루에 10~20분이라고 차를 내리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지만, 모두가 그렇듯 일상은 호락호락하지 않기에 그조차 어려운 아빠와 나의 날들을 위한 엄마의 정성이고 배려이다. 덕분에 매일 아침 아빠는 엄마가 시원하게 보관해둔 보이차를 한잔 마시며 하루의 문을 열곤 하신다.




친구가 정성으로 블렌딩 해준 커피

네스프레소 버츄오 캡슐 커피 머신의 편리함에 익숙해질 때쯤, 아빠가 원두를 선물 받아 오셔서 오랜만에 커피 머신을 켰다. 잊고 지내던 원두가 갈리는 소리가 집에 퍼지자 반가웠고, 간만에 머신이 내려준 커피는 캡슐커피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아, 집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커피를 즐길 수 있었지’ 생각할 때쯤, 친구(정확히는 친한 오빠)가 직접 원두를 블렌딩하여 프렌치 프레스로 내리기 편하게 간 커피를 선물해 주었다. 진공포장까지 완벽하게 해 둔 커피를 받자마자 그 정성이 느껴져 마음이 훈훈해졌다.


그 커피를 선물 받았던 날은 행사 기획안 작성을 위하여 꼼짝없이 집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나를 갈아 넣던 시기였다. 그 사이 잠시 프렌치 프레스에서 커피가 우러나길 기다리고 엄마와 사이좋게 한 잔씩 홀짝홀짝 커피를 마시던 시간은 잠깐이나마 나의 휴식을 풍요롭게 했다.


친구가 블렌딩의 이름을 정하여 알려주었는데 ‘맑은 날, 아침 산책’이란다.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듯, 햇살로 가득 찬 맑은 날을 좋아하고 그런 날이면 무조건 산책하러 나가는 나에게 딱 위로가 되는 이름이었다. 그리고 커피는 이름만큼 산뜻하고 가벼웠으며 고소하고 향기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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