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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y Do Apr 19. 2021

12. 늘 '언니바라기' 우리 강아지 도리와 함께

집에서 일하면 좋은 점 중 하나. 가족들과 틈틈이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그 안에는 우리 강아지도 포함된다. 나는 내가 8살 때부터 반려견을 키웠다. 물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기에 내가 키웠다기보다 나의 강아지 동생들과 늘 함께였다. 처음 키웠던 반려견 연지(나와 동생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와 이름을 지어줬다.)는 내가 대학교 2학년이 되던 해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때의 공허함과 허전함에 대해 말하다 보면 아직도 눈물이 울컥울컥 올라오곤 한다.


지금 함께 하고 있는 나의 강아지 동생은 ‘도리’이다. 연지가 11살이 되던 해에 데려온 도리는 포메라니안이다. 도리가 없었다면 연지의 빈자리가 온 가족에 더 컸을 듯하다. 워낙 애교가 많은 사랑둥이라 오히려 우리 가족이 도리에게 많이 의지했던 듯도 하다. 그렇게 우리 도리와 우리 가족은 매일 집에서 일상을 함께하고 있다.



‘언니 뭐해? 그만 일하고 나랑 놀자.’

집에서 열심히 일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때도 있고, 집중력이 흐트러져 잠시 쉼이 필요한 순간들도 있다. 그때마다 나는 습관처럼 도리를 부른다. “도리!!”하고 손뼉을 치며 부르면 저 멀리서 총총 뛰어서 도리가 나타난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왜 불렀냐는 표정을 짓고는 나를 한참 쳐다보다가 내가 안아주거나 무릎 위에 올리고자 하는 제스처를 보이면 다시 우다다다 거실로 뛰어나간다. 이유는 하나다. 인형을 데리고 와야 한다. 신기하게 우리 도리는 꼭 인형과 함께 다니고 싶어 한다. 입에 인형을 물고 너무 자연스럽게 나에게 배를 내어 보이는 도리의 모습은 정말 귀엽다. 한참을 안아주고 놀아주다가 놓아주면 도리는 쪼르르 다시 엄마가 있는 곳을 찾아간다. (우리 도리는 사실 굉장한 엄마 바라기이다.)



가끔은 내 방 앞으로 뛰어와 한참을 나를 쳐다보곤 한다. 마치 “뭐해? 언제까지 일할 건데? 나랑 놀자.”라고 말하는 것 같다. 가끔은 베드 트레이를 들고 소파나 침대에 앉아 작업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귀신같이 내가 소파에 앉은 것을 알아차리곤 역시나 인형을 물고 뛰어온다. 겁이 많은 친구라 뛰어 올라오진 못하고 자신을 올려달라고 두 발로 서서 나의 허벅지를 긁기 시작한다. 이제는 너무 웃기게도 도리의 허리를 몸을 잡고 ‘하나 둘 셋’이라 말하면 ‘셋’이라는 리듬에 정확하게 나의 손에 매달리곤 한다. 그렇게 소파 위로 올라오고 나면 ‘집사’인 나는 한 손으로는 도리를 계속 쓰다듬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베드 트레이를 파고들어 오며 온갖 애교를 선보인다. 이런 게 바로 집에서 일을 하기에 느낄 수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언니가 일을 할 때면 그 의자 옆이 내 자리


종종 가족들이 각자 할 일이 있어 바쁠 때면, 도리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인형을 물어뜯으며 마구 뛰어다니거나 곳곳에 놓인 자신의 집 위를 뛰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기도 한다. 사실 그럴 때면 혼자 신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귀여워 가족들이 같이 놀아주곤 한다. 신나게 한바탕 놀고 나면, 가족들도 도리도 다시 각자의 시간을 갖는다.


예를 들어 내가 식탁에 앉아 일하기 시작하면 의자 밑 혹은 식탁 옆에 자리를 잡고 눕는다. 위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앞다리와 뒷다리를 대(大) 자로 뻗어 살짝 나와 있는 발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집중해서 무언가를 할 때 강아지들이 지켜봐 주듯 기다려주는 게 참 고맙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들이었다. 첫 번째 반려견 연지도 늘 내가 앉아있는 의자에 턱을 괴고 누워 내가 공부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주곤 했다. 나를 기다리게 하는 것이 미안하지만 그 아이들의 그러한 행동들에 나는 많은 위로와 응원을 받곤 했다.

어디든 가족들이 있으면 그 옆자리는 내 자리!




‘도리야 산책하러 갈까?’


지난 에피소드 08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날이 좋은 날이면 기분전환과 뇌를 다시 쓸 수 있도록 환기하기 위하여 산책을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영국에 있어서인지 점점 더 햇빛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하게 되면서, 해가 좋은 날이면 잠깐이나마 나가서 햇빛을 맞이하고 싶다.  그럴 때면 종종 도리와 산책을 나가곤 한다. 사실 엄마 바라기 도리는 엄마가 꼭 같이 산책을 나가주어야 불안해하지 않기 때문에, 도리와 산책을 나가고 싶으면 꼭 엄마를 꼬셔야 한다.


도리와 봄꽃들

겨울엔 눈이 오면 도리에게 눈 구경을 시켜주고 싶어 나가고, 봄이 찾아온 요즘은 도리에게 꽃을 구경시켜주러 산책을 자주 나가게 된다. 매년 봄이면 꽃과 함께 도리의 사진을 찍어둔 일명 ‘꽃개샷’들이 생겨난다. 지난주에는 내가 외부 일정을 나가 있는 사이에 동생과 엄마가 도리와 산책하러 나갔다가 활짝 핀 봄꽃들과 도리의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이렇듯 혼자 하는 산책도 좋지만, 산책 메이트 도리와 함께하는 산책도 일상에 또 다른 에너지를 충전해준다.


늘 업무를 끝내고 나면 늦은 밤이라 그냥 잠을 잘까 하다가도 요즘은 일기처럼 브런치에 글을 남기는 재미에 빠져 다시 노트북을 열게 된다. 오늘은 앨범 속 수많은 도리의 사진들을 보고, ‘내가 집에서 일하면 좋은 가장 큰 이유 하나를 아직 이야기하지 않았구나.’깨달아 이 글을 적어 내려가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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