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ony Do Apr 16. 2021

11.집에 함께하는 가족들을 위하여.새벽배송,정기구독

새벽 배송, 살금살금

현재 시각. 새벽 2시 46분.


기획안 작성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아 매일매일 일정에 치이고 있다. 그럼에도 나의 일상 속 남기고픈 이야기가 생겨 다시 노트북을 열었다.


30분 전, 노트북을 열심히 두드리던 나에게 엄마가 안방에서 카톡을 보내셨다. ‘새벽 배송 도착했데. 찾으러 가자.’ 대체로 늦은 시간까지 작업을 하는 나는 새벽 배송이 올 때까지도 깨어있는 경우가 많지만, 주무시는 아빠와 사람의 인기척이 나면 짖는 강아지 때문에 우리는 보통 아파트의 공용 시설로 주문한다.


사실 혼자 다녀와도 충분한 양의 택배이지만, 우리 엄마는 꼭 같이 내려가지고 나를 부르시곤 한다. 귀찮은 척 꿈지럭거리면서도 엄마와 잠옷에 주섬주섬 외투를 입고 픽업을 다녀오는 재미가 있다.

새벽. 잠옷에 슬리퍼를 신고  엄마와 택배 찾으러 나가는 중
오늘의 마켓컬리

공용 시설에 도착하자 마켓 컬리 택배가 보인다. 택배를 들고 다시 집으로 올라온다. 가족들이 깰까 조심조심 문을 열고 엄마와 나는 살금살금 주방으로 향한다. 속닥속닥 이야기를 누며 엄마가 무엇을 주문하셨는지 하나하나 꺼내보는 우리가 참 귀엽다. 이번엔 부라타 치즈들과 모차렐라 치즈 튀김, 멍게 무침, 함박스테이크 등을 주문하셨단다.

새벽배송으로 배송온 제품들과 테이블 가득 놓인 과일들

코로나 19가 시작되고 집에서 밥을 먹는 시간들이 많아지고, 외출을 자제하다 보니 자연스레 많은 것들을 배송을 시키게 되었다. 특히, 새벽 배송이라니 이 얼마나 편리한 일인가. (다만, 종종 ‘아 이렇게까지 포장을 많이 안 해주셔도 되는데.’라고 말하며 내가 지구에 몹쓸 짓을 하고 있구나 느껴질 때도 있다. 분리수거라도 철저하게 잘 해주어어야겠다.....)



정기구독. 이번 달엔 어떤 술?

생각해보니 우리 집에 새벽 배송이나 택배 외에도 매달 정기적으로 배송이 되는 식품이 있다. 바로 전통주이다.


작년 제주에서 행사를 기획하고 제작하며 콜라보레이션 하게 되었던 술담화. 제주 행사장에 방문해주셨던 아빠가 술담화의 담화박스 (매달 술담화에서 엄선한 다른 2-4가지의 전통주가 담긴 박스)를 몇 박스 구입해주셨는데, 그때 이후로 집으로도 구독하여 마셔보고 있다.


오늘은 담화박스가 배송이 되는 날이었다, 보통은 택배박스에 쌓여 있는데, 아이스박스에 쌓여있는 것을 보고 ‘! 이번 달은 막걸리가 있구나.’ 직감하게 되었다. 사실 대부분 아빠가 집에서 반주를 하시며 드시거나 친구분들에게 매달 선물하시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포장을 뜯어 이번 달은 무슨 술이 들어있나 구경하게 된다.


이번 4월의 술은 [와쥬블루] 사과와 블루베리 맛이 돋보이는 사이더, [별산막걸리] 특별한 주모를 넣어 새콤한 산미의 막걸리, [복순도가 막걸리] 천연 탄산이 매력적인 막걸리. 복순도가는 자주 접하고 마시게 되어 맛을 알지만 별산막걸리와 와쥬블루는 처음이라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아빠가 마시실 때 옆에서 한잔 거들어보아야겠다.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선물들

술을 좋아하는 편이나, 사실 집에서는 술을 잘 마시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종종 아빠랑 대화를 하다 아빠가 마시시던 술을 뺏어먹곤 하는데, 오늘도 그랬다. 행사 기획 관련해서 여쭙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아빠께 말을 꺼냈는데, 그 대화를 시작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주셨다. 그러던 중 자연스레 아빠와 맥주 한 캔을 나누어 먹게 되었는데, 이전에 남자 친구가 지인분께서 선물해 주셨는데 맛보라며 챙겨주었던 수제 맥주였다.

선물 받은 수제맥주

여러 캔을 주었는데 다 각각 맛이 다르다고 했다. 통영 양조장에서 만들어지는 수제 맥주인데 매일 시간이 없어 마시지 못하다가 오늘 하나를 마셔보게 된 것이다. 맛있는 맥주 한 캔을 아빠와 나눠 따라놓고, 가족들이랑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사실 대화의 내용은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었으나, 아빠가 얼마나 내가 하는 일들에 평소에 관심을 자기고 계셨는지 알 수 있는 지점들을 느끼게 되어 포근한 시간이었다.)

아빠와 사이좋게 한캔을 나누어 마시는 중


오늘 아빠 덕분에 또 다른 선물들도 잔뜩 도착하였는데, 바로 과일들이다. 온 가족이 과일을 매우 좋아해서 언제 어디서 장을 보든 가장 먼저 리스트에 적는 항목도 과일이다. 그걸 아신 아빠 지인분께서 너무 감사하게도 과일을 종류별로 가득 선물해주셨다.

아빠 지인분께서 선물해주신 과일 꾸러미

그러고 보니, 요즘은 주변 사람들과 주고받는 선물들의 형태가 조금은 바뀐 듯도 하다. 이전에는 밖에서 활발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선물했다면, 요즘은 집안에서 혼자 혹은 가족들과의 시간을 가지며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들 선물하는 것 같다. 음식, 술, 과일, 커피, 차 등. 이 또한 우리가 일상에서 작게나마 느낄 수 있는 코로나 19로 인한 변화가 아닐까 싶어 글로 남겨본다.  




일상의 기록

https://instagram.com/yeonydo


작가의 이전글 S5. 용천3리 알아가기 - 이장님 만나뵙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