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한 번도 도굴되지 않은, 심지어 그 릉의 주인까지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는 무덤, 무령왕릉이 발굴되었다. 그리고 그 ‘릉’은 무령왕릉의 발굴은 단편적 기록이 전부였던 백제사와 백제의 풍속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였다. 무령왕과 왕비가 생전에 사용했던 물건들 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후대가 남겨준 물건들을 총 4,600여 점을 쏟아냈다. 현세의 우리는 그 수많은 유물들을 시작으로 백제의 문화, 사상, 장례문화, 사회, 외교 등 백제사를 알아가고 있다. 백제는 일찍이 주변 국들과 활발히 교류했던 동아시아 해양강국 백제. 백제는 중국과 일본과 교역하여 삼국 중 가장 먼저 전성기를 맞았고 세련된 문화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기하게도, 백제의 유물들 중에는 뭐 하나 백제답지 않은 유물이 없었다. 무령왕릉의 유물들을 통해서도 남조와 왜(일본)과의 활발한 교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그 유물들에도 역시나 백제 고유의 해석이 담겨있다. 그러한 지점에서 무령왕이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이었고 군주였나 자연스레 궁금해진다.
이번 ‘EVER AFTER: 무령왕릉’ 전시는 <발견 그리고 덧댐과 이음> 프로젝트의 그 세 번째 유물인 무령왕릉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무령왕릉이 한 사람과 한 나라가 걸어온 시간을 추적할 수 있는 유적과 유물들이라는 점에 굉장히 매료되었다. ‘한 역사 속 국가와 개인의 타임캡슐을 추적해보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가치들을 현재와 이어 내기.’가 이번 전시의 출발점이 되었다.
일방적으로 암기를 요구하는 역사 교육을 넘어, 각 개인의 체험이자 경험으로의 역사를 제시하고자 했다. 무령왕릉을 보고 고고학자들이 무령왕의 삶과 그 배경인 백제를 추적해 나가듯 각자가 자신의 삶의 흔적을 돌아보는 계기를 이 전시를 통해 제공하고자 한다. ‘나는 어떤 시간들을 살아왔는가. 나는 어떻기 기억될 것이고. 내가 남기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하며 ‘나 자신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길 바란다.
장비치 작가는 이런 질문들을 누구보다 개인의 층위에서 편하고 재미있게, 그러나 깊이 스며들어 나눌 수 있게 도와주는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 스스로 ‘프리블릭 아트: 개인의 서사(private)에서 공공의 잔재(public)를 발견하고, 모두가 고유한 모습으로 상생하는 세상을 상상하는 예술 실험’’라는 개념을 2017년 창안하여 활동하고 있다. 장비치 작가의 대부분의 작업은 자신과의 대화 그리고 주변과의 대화로부터 시작된다. 그 속에서 ‘나와 세상과의 관계’를 공공이 쉽게 느끼고 깨달을 수 있게 돕는 ‘마음 지도 만들기’, ‘누울 자리 만들기’와 같은 작업과 워크숍들을 선보여왔다. 그녀의 작업들을 통해 나 또한 큰 위로를 받아왔기에 이번 전시를 기획하며 가장 먼저 장비치 작가가 떠올랐다.
이번 전시에서 장비치 작가는 지난겨울부터 현재 콜렉티브 도해치가 무령왕릉의 역사적 사실을 발견하고 수차례 아트워크숍과 답사로 예술적 해석을 덧대고 이어온 과정을 무령왕릉에서 발굴된 유물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에 담아두었다. 또한 자신이 지나온 시간과 여정을 본인의 ‘무덤’이라 형상화된 공간과 작품 속에 나누고 스스로 먼저 선언하며 보여줌으로, 관객들이 한층 더 자유롭게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열어둘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들을 활용한 토큰 발굴체험과 ‘영면지도’ 워크숍을 진행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손으로 직접 만지고 꼼지락 거리며 굳어있던 마음 근육을 풀어주고 ‘관계성’과 ‘주체성’을 깨닫게 할 것이다.
전시장의 모든 곳에 콜렉티브 도해치가 형성한 담론과 무형적 예술 표현이 함께한다. <발견 그리고 덧댐과 이음>의 시작부터 함께해온 늘 현실의 자신과 이상 속 자신의 모습을 깊이를 고민하는 주혜림 디자이너의 시선이 전시와 프로젝트의 브랜딩이 녹아들어 있으며, 정혜수 사운드 아티스트가 무령왕릉의 발굴 과정과 가치를 담은 서사를 사운드로 덧대어 공간을 가득 채워주었다. 뿐만 아니라 더 많은 분들께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온라인적 요소를 활용한 유재희 AR크리에이터의 AR필터 또한 콜렉티브 도해치의 인스타그램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올해는 발굴 50주년, 비록 그 발굴의 과정이 슬프게도 졸속 발굴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 발굴을 통해 우리는 이전에 충분히 알지 못하였던 백제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고 더 깊이 있는 연구와 해석을 더해가려는 긍정적인 움직임들도 생겨났다. 그렇게 백제는 현재와 이어졌다. 우리를 통한 또 다른 덧댐을 통하여 우리의 역사가 다시 한번 여러분들께 닿길 바란다.
콜렉티브 도해치
문화 예술 기획자 도연희
2021.08.18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