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의 평범한 안부

접힌 페이지

by 윤여항


하늘이 높다.


사계의 변화가, 피부로 와닿는 순간.

밖으로 나설 때가 왔다.


평일, 일하다가 전화가 걸려왔다.

익숙한 이름.


"이 녀석 오랜만이네 잘 지내는가?"


[나야 잘 지내지 그런데 무슨 일?]


친구들끼리의 평범한 안부 전화.

오랜만이라 그런가, 내심 기쁜 마음이었다.


친구가 물었다.

"이번 주 휴일에 뭐 하시나"


[뭐.. 아무것도 없는데 대전이나 갈까?]


농담과 진실이 섞인 말.

번개는 언제나 그렇게 시작된다.


"그래 주말에 보자 넥서스 밸리로 와."


6개월 만에 다시 가는 넥서스 밸리.

KTX를 타니 금방 도착했다.


첫 목적지는

'교보문고'


책을 읽는 사람들.

세상을 배우는 사람들.

그리고 나.


한껏 분위기에 휩쓸려 친구가 말한다.


"너에게 추천해 줄 책이 있어,

이 책은 너의 삶을 변화해 줄지도 몰라."


가슴이 쿡 찌른듯한 감정.

최근, 삶의 방향성에 대해 방황하던

나이기에 해줄 수 있는 말이었다.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

이 책을 너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구나."


고명환 작가의 책.

아직은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책 제목에서부터 느낌이 온다.


최근 책도 많이 못 읽고, 무언가를 읽고 싶다는

생각에 잠겨 결심하고 답했다.


[이 책 읽어보고 블로그에 감상글로 답할게.]


"좋지 기대하겠소,

나도 찾는 책이 있어서 찾아볼게"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무수한 활자들.

이곳에는 고전 명작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있었다.


"여기 있다. 책 사고 식사 고고"


[그런데 뭐 먹지..?]


"PT쌤한테 좋은 곳 추천받았지요 후후..

아무튼 갑시다!"


숯불이 나오고, 초벌 된 닭고기가 있는

식당.


야들야들한 계란찜이 서비스로 나오고,

빠지면 섭섭한 된장찌개와 공깃밥.

든든하다.




저녁을 먹고,

나는 친구에게 한 가지 제안했다.


[오랜만에 엑스포나 갈까? 딱히 갈 곳도 없는데..]


운전대를 잡고, 전방을 주시하던

친구가 답했다.


"날씨도 선선하니 가자"


전에 대전 엑스포는 낮에 갔지만,

저녁에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9시가 넘은 늦은 저녁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얼마 가지 않아

틀렸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나도 모르게 몸이 그쪽으로 따라갔다.


가로등 불빛 아래

마이크를 손에 쥔 청년이 있었다.


상당히 듣기 좋은 목소리에

실력도 꽤나 있어 친구에게 말했다.


[노래 잘하네, 가수 지망생인가?]


가수를 주시하던 친구.

가로등 빛이 얼굴에 비쳐

어떤 부분은 짙은 그늘에 가리워졌고,

어떤 부분은 비정상적으로 밝았다.


공평하지 않는 빛에, 친구의 얼굴은

기이하게 일그러진 것처럼 보였다.


마치 생각에 잠긴 것처럼.

"그렇네.. 이제 그만 가자."


무엇이 그를 생각에 잠긴 것인지

전부는 모르겠지만,


대충 예상이 갔다.


그렇게 넥서스 벨리에 도착하고,

다음 날 나는 다시 서울에 올라왔다.


크게 무언가를 하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친한 친구를 만나는 건

역시 즐거운 일이다.


가을이 찾아오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니

아무리 나라도 밖에 나가고 싶다.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일상 속에서 쓰이는 사소한 이야기.



이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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